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본격적으로 더위가 찾아왔다. 밤에는 열대야까지 겹쳐 선풍기를 켜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룬다. 본격적인 여름이다. 오늘 시니어 클럽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마트에서 열무를 한 단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름이면 빼놓지 않고 담가 먹는 열무 물김치를 담그려 한다. 날이 더우면 입맛도 떨어지고 밥도 먹기 싫어진다.
내가 결혼 전 친정 집은 열무 물김치를 모르고 살아왔다. 결혼하고 난 후 시어머님이 콩밭에 열무를 드문드문 심어 여름이면 꼭 열무 물김치를 담갔다. 된장에 풋고추 송송 썰어 우렁을 넣고 묽지 않게 자박자박하게 끓이고, 보리를 조금 넣은 밥에 열무김치를 넣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뿌려 비벼 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나는 결혼을 하고 시어머님이 알려주신 대로 열무 물김치를 담가 먹기 시작했다. 김치 국물을 떠먹는 것도 궁합이 잘 맞는다. 물김치를 담가 하룻밤쯤 상온에 놓아두면 발효가 되어 국물이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온다. 그때 냉장고 넣어두고 먹으면 많은 반찬이 필요 없다. 여름이 오는가 싶으면 남편은 어머님 표 열무 물김치를 꼭 찾는다. 나는 오래 동안 담가왔던 습관으로 열무 물김치 하나는 자신 있게 담근다.
열무 물김치 담기
1. 열무는 질기지 않는 연하고 싱싱한 걸 골라 사야 한다.
2. 열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3번 정도 살살 씻는다. 살살 씻는 이유는 풋내가 나지 않게 하려는 이유다.
3. 다음에는 물에 소금을 적당히 녹여 씻어 놓은 열무를 절인다.
4. 20분 정도 지난 뒤 뒤집어 다시 20분 후 뒤집어 놓는다.
5. 절인 열무는 한번 물에 살짝 헹군 다음 소쿠리에서 물기를 뺀다.
6. 밀가루나 쌀가루로 죽을 묽게 끓여 식힌다.
7. 김치통에 씻어놓은 열무를 담가 놓는다.
8. 정수기 물에다 죽과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9. 체에 거른 8번 물을, 김치통에 자박자박 열무가 잠길 정도로 넉넉이 국물을 붓는다.
10. 마늘과 생강 양파를 알맞게 넣으면 열무 물김치 담그는 일은 끝난다. 거기에 붉은 고추를 썰어 넣으면 색도 예쁘고 눈으로 보는 시각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사실 모든 음식은 주부의 정성이 맛을 절반은 차지한다. 조금만 수고로우면 며칠을 맛있게 비빔밥을 해 먹을 수 있고 비빔밥이 질리면, 소면을 삶아 열무 물김치에 말아 먹으면 그 또한 별미다.
이와 같은 음식은 우리 옛날 어른들이 시골에서 즐겨 먹던 음식인데 요즈음 젊은 사람 입맛에도 맞을지 잘 모르겠다. 예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 때는 집에서 종종 해 주던 음식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지만 알고 보면 옛날 음식이 건강식이었다. 남편과 나는 길들여진 입맛으로 여름에는 물김치를 몇 번 담가 먹고 나면 여름이 뚝딱 간다.
집집마다 먹는 음식 문화가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다. 음식도 계절에 맞는 음식이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살아있는 사람은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얻고 살아간다. 계절에 따라 알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사는 것도 삶을 잘 살아내는 일 중 하나이다.
나는 계절 따라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즐겁다. 삶을 언제나 축제처럼 생각하고 산다.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오늘 내게 온 시간을 축제처럼 즐기고 사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기자의 브런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