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
'라테파파'는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유모차를 미는, 아기 양육에 적극적인 아빠들을 말한다.
요즘 아빠로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 때는 말이야" 하며 조언을 건네는 일명 '라떼족' 어른들을 자주 만난다. 곧 다가올 명절 연휴 역시 친지들의 육아 충고를 피할 수 없는 때다.
그 중 감사한 충고들은 가슴에 새겼지만, 일부 들으면서 의아했던 적도 있다.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 말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아기에게 무겁다고 말하는 거 아니다"
이제 11개월에 접어든 아기는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라는 노래를 참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울다가도 이 노래를 불러 주면 그친다. 약 두 달 전, 아기와 함께 한 방송에 이 사연으로 출연하게 되면서, 친척과 지인들의 전화·메시지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육아 경험담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주위 분들의 관심을 받게 된 데 한몫했다. 이런 이유로 연락을 해오는 지인들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일전에 필자가 가르쳤던 자영업자 분들과도 그렇게 해서 최근 모임을 하게 됐다. 50대 이상 분들이라 항상 만날 때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연재하고 있는 글과 텔레비전에 나온 아기 얘기가 먼저였다. 아기가 귀엽다는 칭찬을 필두로 시작된 말씀들은 아기를 기르고 있는 나를 향한 조언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대화 내용 중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대목도 많았다. 당시에는 대답을 바로 해 드리지 못했다. 사람마다 육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저 '정말 예전에는 육아 방식이 많이 달랐구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자주 들었던 조언들 중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던 얘기들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먼저 미신에 관한 내용이다. 두어 번 이상 들어서 '아, 이게 한 사람의 생각만은 아니구나'라고 느낀 것들만 적어 본다.
'아기에게 무겁다고 하지 마라. 키가 크지 않고, 잘 자라지 못하며, 아프게 된다.'
아기가 생후 11개월에 들어서며 몸무게가 10킬로가 넘었다고 하자 돌아온 말이다. 아기에게 '절.대. 무겁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근거는 없다. 그저 조심하라는 뜻에서 어른들이 건네는 충고다.
'아기가 엄지를 빨면 둘째가 아들이고, 둘째 손가락을 빨면 딸이다.'
'아기 이가 하나씩 나면 딸이고 두 개가 한꺼번에 나면 둘째가 아들이다.'
아기의 동생을 바라는 지인들께 들은 말이다. 미스터리다. 우리 아기의 이는 두 개가 한꺼번에 났고 둘째 손가락을 빠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성별은 관계없다. 둘째가 생기면 그저 대환영이다.
"아기를 자주 안아주면 안 된다"
다른 충고는 육아에 관한 조언이다. '우리 때는 안 그랬어, 그렇게 안 키웠어'라고 하시던 말씀들이 귓가에 아직도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그렇게 시작하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다.
'아기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꽁꽁 싸매서 길러야 한다.'
산책 때마다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올 여름에도 길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아기에게 왜 반팔을 입혔냐, 아기가 너무 추워할 거다"라고 하셨다. 해가 쨍쨍한 한여름에 말이다. 그러나 우리 집 아기는 너무 열이 많아서 시원하게 기르고 있다. 꽁꽁 싸맸다간 땀띠와 습진으로 고생할 것이다.
'아기를 자주 안아주면 안 된다. 버릇된다.'
참 어려운 조언이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배를 채워줘도 울면 안아서 달래는 방법밖에 없는데... 초보 아빠는 그저 이런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울 뿐이다.
'밥상 예절은 호되게 가르쳐야 한다.'
자기주도 이유식을 하는 것과 아기가 과일을 스스로 먹는 모습을 보고 친지들께서 많이 하셨던 말이다. 손이 서툰 아기는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자유롭게 놀듯이 식사를 즐기는데, 어른들 눈엔 그게 걱정스러우셨나 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밥상머리교육뿐만 아니라 24개월 이전의 아기는 훈육의 개념이 없어서 가르치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울면 밥 줘야 한다.'
이 말씀,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러나 우는 게 무조건 배고프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한다. 요즘엔 수유 간격을 체크해 적정량을 먹이려는 양육자들이 많다.
'코를 자주 잡아 당겨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가 낮아진다.'
아직 뼈가 여물지 않은 아기의 코를 굳이 잡아당겨야 할까. 그러기엔 마음이 아프다. 생김새는 그저 유전자의 결과일 테다. 부모 코가 높은 아이들은 안 잡아당겨도 훗날 다 높아지는 것 같더라.
'아기는 엎어 재워야 한다.'
엎드려 재워야 놀라지 않고 잘 자며, 뒤통수도 예뻐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아기는 아직 폐가 완성형이 아니어서 엎드려 재우는 게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아기에게 장난감을 너무 많이 사준 거 아니냐', '과일 지금 먹이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등 엄청나게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지면상 생략한다.
초보 양육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말은 따로 있다
옛날 어른들이 보기엔 요즘 부모들의 육아가 못미더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신들의 시대와 육아하는 방식이 다르니까.
그렇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아기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조심스레 키우고자 하는 건 그 아기의 양육자다. 밤낮으로 잠을 참아가며 맘카페에도 물어보고 책도 뒤져가면서 열심히 공부한다.
최근엔 전문가들이 의학적 정보를 담아 집필한 육아서적들이 시중에 많이 나왔다. 헷갈리면 소아과 의사에게 찾아가 물어보기도 한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럴 땐 아이에 맞게 취사선택하며 육아한다.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아기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 사랑과 관심으로 건네시는 조언인 거 알고 있다.
다만 그저, 가끔은 따뜻한 미소로 초보 양육자의 성장을 가만히 지켜봐주며 응원해줄 때도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수면부족과 생애 첫 육아로 하루하루 긴장하며 사는 양육자들에게 필요한 건, 지식보다도 위로와 격려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아기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며 육아에 매진하고 있을 모든 양육자들께 라테 한 잔을 닮은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