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나는 할 말 다 했다." - 윤석열
"윤석열 후보 측에서 진실대로 이야기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 - 유승민
국민의힘 소속 대선 경선 후보들이 윤석열 후보(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카메라 앞에서는 정책에 집중했던 후보들이,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
국민의힘은 7일 오후 제20대 대통령후보자 1차 경선 후보자를 대상으로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행사를 열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각 후보별로 7분 동안 3대 공약을 발표하고, 2분 간 추첨을 통해 선정한 질문자가 발표자에게 질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윤석열] "나는 할 말 다 했다... 국정감사 증인? 정치공세"
행사 종료 뒤 차를 타고 떠나려던 윤석열 후보는 기자들로부터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수사 요청을 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윤 후보는 "글쎄?"라고 반문하며 "나는 할 말 다 했다"라고 거리를 뒀다. 이어 "하여튼 뭐 조속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이라고 얼버무렸다.
고발장의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의원이 오는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윤 후보는 해당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따로 (연락이 온 것은) 없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국정감사 증인 채택 요구 등의 질문이 이어졌으나, 그는 "여기까지 하시자"라며 답을 거부한 채 자리를 떠났다.
대신 윤석열 후보의 '국민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윤희석 의원이 나서서 "국정감사 증인채택은 제대로 (요청이) 오지도 않는데 뭘… (물어보느냐)"라며 "국정감사장이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한다는 것이 정권교체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게 저희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요청이 올 때) 가서 상황을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정치공세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정치인은 정직이 최선... 윤석열, 진실대로 이야기해야"
유승민 후보는 "제가 한 말씀 드리려고 기다렸다"라며 작심한 듯 기자들 앞에 섰다. 김웅 의원은 현재 유승민 '희망 캠프'의 대변인 직을 수행 중이다.
유 후보는 "김웅 의원과 관련해서 제가 오늘(7일) 아침에 통화를 하고 '김웅 의원께서 지금 제기 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 본인이 팩트를 중심으로 꼭 국민들께 말씀드려라.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과거의 기록들이나 이런 걸 더듬어 기억해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김웅 의원이 최대한 진실대로 국민들께 말할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김 의원께서도 저의 그런 충고를 받아서 아마 곧 회견이 예정돼 있는 모양"이라며 "사실대로 이야기할 것이라 저는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정직이 최선의 대응 방법"이라며 "모든 것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이야기 하라"라고 말했다는 것. 또한 "특히 윤석열 후보 캠프 측에서 김웅 의원에 대해서 '비겁하다'느니, 김웅 의원이 마치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진실의 한 축이 지금 김웅 의원이기 때문에, 김웅 의원부터 사실을 밝히고,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윤석열 후보 측에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진실대로 이야기 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 측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원희룡] "논란과 의혹 사그라지지 않아... 당, 검찰에만 맡기면 안 돼"
원희룡 후보(전 제주도지사) 또한 "사실 관계에 따라서는 우리 특정 후보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에 그리고 정권교체에도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아직 사실관계가 분명해지지 않았는데도, 예를 들어 홍준표 후보나 유승민 후보가 (윤 후보의) 사퇴나 사과를 앞질러 가며 얘기한다든지, 후보 개인 간의 경쟁에서 공격을 앞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올바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원 팀 정신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중단돼야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사실 관계를 둘러싸고는, 당 안팎의 여러 가지 배경과 배후에 대해서 논란과 의혹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라며 "당 차원에서도 단순히 검찰 수사에만 맡기고 끝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당에서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으니까, 진상조사특위를 하루빨리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라며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 당의 범위 내에 있는 김웅 의원이라든가 당 관계자가 이야기된 부분의 진실을 명확히 밝혀서 그에 따른 공동 대처를 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사실 관계를 모르다보니까 당은 당대로, 후보는 후보대로 여기에 대해서 하나로 통일된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중에 두고두고 뼈저린, 뼈아픈 후회의 지점이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여권이 됐든, 누가 되든, 공작적으로 정권 연장이나 경선의 공정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음흉한 의도로 악용될 소지를 차단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라고도 재차 반복했다.
"선관위, 왜 유치한 결정하는지... 토론회 일부러 막으려 하나?"
한편, 이날 유승민 후보는 행사의 성격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토론회 안 하고, 자꾸 발표회하고, 2시간 넘게 시간을 끈다"라며 "토론도 안 하고, 질문자도 추첨으로 정하고, 앞으로 면접도 올데이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데, 선관위가 왜 이렇게 굉장히 유치한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유 후보는 "토론을 일부러 막으려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물음표를 던지며 "(선관위에서) 정하는 대로 하겠지만, 하루 속히 후보자간 치열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원희룡 후보 역시 "발표야 자기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거니까, 토론만큼 깊이 들어가는 게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