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재임 시절인 지난해 8월 검찰 인사 때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유임시키지 않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유임된 데 대해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와대 안에도 다 얘기해놨다. 비호 세력이 (청와대)안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윤 전 총장 측에서 '여기저기 로비를 해왔다'고만 서술했던 추 전 장관이, 처음으로 청와대 내부를 그 배경으로 지목한 것이다.
'청와대 내부' 처음 지목한 추미애 "윤석열의 집착 강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20년) 8월 인사 시에 갑자기 윤석열 총장이 제 인사에 대해 콕 집어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왜 내 손발을 다 내치느냐고 그래서 너무나 집착을 강하게 하길래 제가 도대체 누군지 알아봤더니 그 친구(손준성)가 김광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사위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구나, 했었다"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이어 "제가 이 자리(수사정보담당관)는 이미 조직 개편을 해서 강등된 자리, 그러니까 수사정보정책관은 없애고 그것을 수사정보담당관이라고 해서 직급도 과장급, 이름도 부장검사 보직으로 낮췄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손준성)이 바뀌어야 되는데 그러면 너무 한 사람에 대해 불이익 처분을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래도 상관없다는 것이다"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그렇게 원한다는 것"이라고 술회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용어도 왜 손발을 다 내치느냐, 이렇게 센 발언이었다"라며 "청와대에도 다 얘기해놓고, 비호 세력이 안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추 전 장관은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 유임에 청와대의 영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가 없고, 때가 되면 밝히겠다"면서 답을 피한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윤 전 총장이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을 극구 지키려 한 이유가 판사사찰 문건, 그리고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8월 인사 후) 몇 달이 지나서 (2020년) 11월 감찰을 하게 되면서 감찰 조사 결과 판사사찰 문건이 거기서(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에서) 튀어나온 것"이라며 "그때 안에서 비호하고 또 윤이 집착을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그런데 지금 보니까 더 나아가서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고발 청부 사건도 쥐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고발 사주 의혹' 파문 두달 전 출간된 <추미애의 깃발> 책에도
추 전 장관이 연일 폭로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의 관계는 이번 '검찰 고발 사주 의혹' 파문의 핵심 중 하나다. 손 정책관은 지난해 4.15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3일,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의혹이 있다. 이에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추 전 장관은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며 이번 의혹을 윤 전 총장과 연결시키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시작으로 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그리고 이날 방송을 통해 연이어 자신은 손준성 정책관을 다른 곳으로 인사 조치하려 했으나, 이에 강력 반발한 윤 전 총장이 청와대 내부 등을 상대로 한 로비를 해 손 정책관을 유임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결과, 추 전 장관은 이미 지난 7월 1일 발간된 자신의 대담집 <추미애의 깃발>에서도 비슷한 증언을 일관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책 발간 시점은 <뉴스버스>가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보도한 9월 2일보다 두 달여 앞선다.
해당 대담집에서 추 전 장관은 이날 처음 언급한 '청와대' 배경은 제시하지 않지만, "개혁에는 내부의 안이함이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써놨다. 추 전 장관이 책에 서술해놓은 관련 내용을 그대로 싣는다.
[전문] 추미애 대담집 중 "윤석열의 로비, 개혁 좌초시키는 걸림돌이었다"
추미애: 대검의 수사정보정책실은 여러 정치공작 사건과도 얽혀왔어요. 이 자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게 검찰개혁의 대의에 맞지요. 제가 폐지하라 했더니 절충안이 들어왔습니다. 수사정보정책관 밑의 담당관 두 명을 한 명으로 줄이겠다, 지금 당장 폐지는 곤란하다는 거였어요. 너무 급격한 변화는 조직의 반발을 부르니까 일단 수용했지만, 사람은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축소 개편될 경우 차장검사급에서 부장검사급으로 직급이 낮아지기 때문에 직급에 맞춰 인사배치를 해야 한다고 한 것이지요. 그러자 수사정보정책관 손OO(손준성 - 기자 주)는 그대로 둬야 한다고 엄호하는 거예요. 못 바꾸겠다는 거지요. 여기저기 손을 써서 장관의 제청을 막는 수를 쓰는 겁니다.
김민웅: 직급이 낮아졌는데도 그래도 있게 하겠다고요?
추미애: 직급이 낮아졌는데도 안 나간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알고 보니 대검에서 대변인은 입이고 수사정보정책실은 귀였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그대로 다 가지고 있겠다는 거지요. 이후 문제가 된 판사사찰 문건도 바로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자기들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는 너무나 중요한 자리니 여기저기 로비한 겁니다.
김민웅: 로비 사실은 그때 알았나요, 아니면 나중에 알았나요?
추미애: 곧바로 알았지요. 바로 그런 상황이 개혁을 내부에서 좌초시키는 걸림돌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특정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지탄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개혁의 내부 동력을 밀고 나갈 때는 일관되게 나아가는 게 매우 중요하고, 내부의 안이함이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는 점을 말씀 드리는 겁니다.
결국 판사사찰 문건에 대해 제가 11월 26일 대검 감찰부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손OO(손준성 - 기자 주)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니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대검 차장이 서울 고검으로 배당해서 제가 물러난 직후에 무혐의로 사건을 덮어버렸습니다. 참 치밀하고 대담해요. 판사사찰 문건 무혐의 사건은 앞으로 반드시 공수처에 이첩해야 하는 사건입니다. 최근 최강욱 의원, 김남국 의원, 이재정 의원 등이 결성한 '처럼회'가 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어요.
(<추미애의 깃발> 239~240p)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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