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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우유로 요기하는 때가 많아요. 중노동이죠. ​큰 돈은 못 벌어도 수확의 기쁨은 최고예요.

김상경

​▷ 57세(65년생)
▷ 2018년 12월(54세) 하이투자증권 퇴직
▷ 2019년 1월(55세) 강원도 횡성군 농장 운영 : 3000평(9917㎡)

잘나가는 증권회사 임원직을 뒤로 하고 아내와 함께 강원도 횡성군 골짜기에서 농사꾼으로 자리 잡은 귀농인 한 분을 만났다. 멋진 전원주택과 잔디밭으로 잘 정돈된 앞마당, 주택 바로 옆에 넓고 풍성한 밭과 비닐하우스 안에서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시면서 귀농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본격 농부와 그 아내의 얼굴엔 여유가 묻어난다. 검게 탔지만 환하게 웃는 농부의 얼굴에서는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인다. 건강미 넘치는 미소, 오래도록 간직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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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가 주택
농가 주택 ⓒ 김부규
 
- 퇴직 소감 한 말씀해 주신다면?

"​퇴직 전후로 강원도 횡성군에서 농사지을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소감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퇴직하기 전부터 아내와 함께 살 집을 건축한다든가 농지를 매입한다든가 하는 준비를 꾸준히 했어요. 대규모 농사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니까 그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서 배우고 또 농업기술교육기관에 가서 농사 교육을 받았어요."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퇴직 전 서울에 거주하면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 쪽에 주말농장 100평 정도를 10년 가까이 했었어요. 2019년 1월부터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에서 3000평 정도 되는 밭에 고추, 감자 등 여러 가지 농작물을 아내와 둘이 경작하고 있어요. 현지 농민 3명으로부터 논이었던 땅을 차례로 사들여서 도로 옆 땅에 새 집을 짓고 안쪽으로는 밭으로 바꿔서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어요.

​우리 집 바로 옆에 붙어있는 밭에 비닐하우스가 5동이 있고 나머지는 노지(露地)에서 경작하고 있어요. 그 밭에 지금은 고추, 브로콜리, 옥수수, 감자, 들깨, 고구마를 심어 놨고, 계절에 따라서 절인 배추도 하고 있지만 주된 경작물은 '고추'예요. 고추도 종류별로 홍고추(고춧가루용), 아삭이고추, 청양고추 등 세 가지를 경작하고 있어요. ​고추가 손이 제일 많이 가지만 대단지로 규모 있게 하지 않아도 단위 면적당 수익률이 가장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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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제 아내 언니가 약 15년 전부터 횡성에 미리 와서 정착해 있었기 때문에 수시로 놀러 가면서 자연히 그 지역에 눈길이 가게 되었지요. ​땅 사고 농지 개발하고 다리 놓고 집 짓고 하는 것들이 모두 처음이어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지만, 퇴직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준비를 해왔었어요.

논이었던 땅에 농가 주택을 신축하고 밭으로 만들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까 개발(농지전용+농지개량)을 해야 했어요. 성토를 위해 덤프트럭으로 150번 정도 흙을 실어 날랐어요. 도로에서 집으로 들어올 때 있던 다리(진입로)도 제가 개인적으로 설치한 거예요."

- 평소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나요?

"기상 시간은 계절에 따라서 달라요. 5월 정도 농사철에 접어들면 4~5시에 일어나서 선선할 때 일하고 10시쯤 아침 식사를 하고 또 낮에 한참 뜨거울 때는 쉬었다가 저녁 무렵에 일을 하는데 어떤 때는 15~16시간씩 일하는 때도 있어요. 고추를 한창 딸 때는 빵과 우유로 간단히 요기하는 때도 많아요. 중노동이죠.
 고추 지지 기둥 세우기
고추 지지 기둥 세우기 ⓒ 김부규

농사일에는 시기가 굉장히 중요해요. 약 치는 것, 물 주는 것, 비료나 영양제 등등 제때 정확히 주지 않고 시기를 놓쳐 버리면 농사에 문제가 생겨요. 지금은 작년과 재작년에 써 놓은 영농 일지를 보면서 시기를 잘 맞추지만 1년 차 때는 동네에 농사 많이 지으신 분께 찾아가거나 전화로 계속 물어보면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두 배로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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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생활일지(공책) / 2021~2023 농가영농일지(농협 3년 기록식)
2019년 생활일지(공책) / 2021~2023 농가영농일지(농협 3년 기록식) ⓒ 김부규
 
​농사는 농부마다 그리고 토질에 따라서 경작방법이 다 달라요. 예를 들면 토질이 '마사토'이면 배수가 잘 되니까 물을 자주 줘야 되고, 반대로 논흙 같은 데는 물이 잘 안 빠지니까 물을 천천히 줘야 돼요. 농사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안 돼요. 과학이더라고요."

​​- 계절별로 농작물이 다른데 유통경로는 어떻게 되나요?

​"고추 같은 경우에 탈과 후 작물 상품성에 따라 선별한 다음 농협에 출하를 하면 농협에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등에 일괄 경매하고 수수료(9%)를 제외한 금액을 제 통장에 입금해 줘요. 말하자면 농협에서 판매를 대행해 주는 거죠. 단지 농협은 생물만 수매하고 말린 홍고추는 개인적으로 팔아야 돼요."

- 이 일을 하려면 어떤 활동들이 도움이 될까요?

"​퇴직 전에 100평쯤 주말농장을 하면서 미리 연습을 해봤어요. 농사에 대해서 좀 친숙해야 되지 않을까요. 1000평 이상 되는 큰 농사를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도 3년 차에야 겨우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 이 직업만의 매력은 뭔가요?

​"농사가 체질에 맞아야 할 수 있어요. 힘들어서 못 해요. 조그만 씨앗을 뿌려서 새싹이 올라오고 키가 저보다 크게 자라는 걸 볼 때는 기분이 참 좋아요. 건강하게 자라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의 자기 만족감, 그리고 많은 돈은 못 벌어도 힘들게 키운 농작물을 수확할 때의 그 기분은 최고예요.

- 힘든 때는 언제였나요?

​"농사 첫해가 제일 힘들었어요. 둘째 해는 힘은 들어도 조금 알면서 하니까 첫해보다 덜 힘들었지요. 3년 차에는 좀 더 여유가 생겼어요.

​고생한 얘기 하나 할게요. 여름철 한창 더운 시기에 노지에 비료 줄 때였어요. 비료를 주려면 대부분 수작업이라 더운 날씨에 물을 계속 마셨어요. 너무 많이 마셨는지 탈이 났어요. '물 중독증'이라고 콩팥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니까 다 거르지 못 한 거예요. 그날 밤 배가 아파서 엄청 고생했어요. 여름날 낮에 일을 하면 안 되는데 일이 밀려 있으니까 안 할 수 없어서 했는데 탈이 난 거죠."

-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농부의 가장 큰 보람은 농사가 잘 되어서 작물 상품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많을 때지요. 농사 첫해였어요. 작물 출하를 하면 농협 출하 장부에 그날 받은 개인별 경매 가격을 올려놔요. 농부들에게 경매 가격은 바로 자존심이에요. 첫해 아삭이고추를 출하했는데 제가 최고가를 받았어요. 최고가를 받은 사람을 '장원'이라고 하는데 여러 번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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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경 귀농민
김상경 귀농민 ⓒ 김부규
 
- 초기 사업 자금과 수입은?

"​초기 사업 자금으로는 땅값 4억 5천만 원(논 평당 15만 원), 주택 건축비 2억 원, 교량 건설, 비닐하우스 설치 등등해서 대략 총 7억 원 정도 들어간 것 같아요. 주택은 평당 500만 원 들었어요. 건평 30평에 단열이 잘 되게 만들어서 비용이 좀 더 들었어요.(2019년 5월 준공)

​수입면에서는 첫해 6개월 정도는 수입이 없었어요. 11월 초부터 다음 해 5월까지 농작물이 크는 동안에는 지출만 있어요. 연봉으로 따지면 첫해인 2019년에는 2200만 원 정도, 2020년에는 2700만 원 정도 순수입이 생겼어요. ​퇴직 후 농사에서 버는 게 시원찮아서 지금 생활비가 적자예요. 건강보험은 아들 직장 피부양자로 들어가 있고, 국민연금은 60세가 될 때까지 둘이 함께 내고 있어요."

​​- 전망은 어떨까요?

​"농업은 전망이 좋아요. 앞으로 식량이 부족해서 농산물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꽤 많아요. 코로나 영향으로 물류가 막히니까 수입 농산물 가격이 올라간 것처럼 앞으로 기후 변화 등으로 농사짓는 것도 점점 어려워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

"농사가 뭔지를 미리 알아보고 경험도 해봐야 하고 농사를 좋아해야 할 수 있어요. 노동 강도가 세기 때문에 농사가 나하고 맞는지 잘 따져 봐야 해요. 농사 교육을 미리 받아본다든지 주말농장 체험도 해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농사 규모 확장 계획은 아직 없지만 나중에 기회 봐서 괜찮은 시기가 오면 한번 생각해 보려고요. 최근에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어요."
 
 도시 부부가 어느덧 행복한 농민이 되었다.
도시 부부가 어느덧 행복한 농민이 되었다. ⓒ 김부규
 

#귀농#귀촌#은퇴#퇴직#제2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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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저자. 은퇴(퇴직) 후 새 인생을 개척하여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 이야기 인터뷰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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