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노력, 노오력 하지 마세요
단 한 번 골프 레슨에서 골프채를 잡는 방법만 배우고(관련 기사 :
헬스장에 갔을 뿐인데... 골프를 치게 됐다) 스크린 골프장에 갔다가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관련 기사 :
스크린 골프장 데뷔날, 나는 그대로 누워 버렸다). '경험과 연습이 부족했을 뿐이다'라고 속상한 마음을 다독이며 골프 연습장으로 향했다. 옆 타석 할아버지의 드라이버 샷이 이백 미터를 넘게 날아갔다. 스윙에 날아가는 호쾌한 골프공 소리가 나의 투지를 끌어올렸다.
'그래, 나도 열심히 연습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연습 시작부터 어깨와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오늘부터 강도 높은 연습을 해서라도 실력을 빨리 늘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의 유일한 골프채 7번 아이언을 꽉 쥐고 스윙을 해 보았다. 자세를 신경 쓰고 조심스럽게 치면 겨우 이십 미터를 굴러 가던 공이 골프채를 힘껏 휘두르니 오십 미터가 넘게 날아갔다. 역시 강하게 치는 연습이 필요했다. 유튜브에서 본 레슨 영상을 떠올리며 큰 스윙에 집중했다. 하지만 골프채를 힘껏 휘두르면 멀리 나가기도 했지만 빗맞는 공이 많아졌다.
큰 스윙은 처음이라 실수가 많지만 연습하다 보면 정확도는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휴 삼일 동안 하루 세 시간씩 멈추지 않고 연습에 몰입했다. 연습의 후유증으로 허리도 아프고 손이 부어서 골프채를 잡는 것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독하게 연습해서 비거리를 늘릴 수 있어서 흡족했다. 골프 실력이 폭풍(!) 성장한 것 같아 뿌듯했다.
'골프에 필요한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러닝머신도 하고 기구 운동도 하고 집에서 스트레칭도 시작했다. 원래 헬스를 하기 위해 등록했는데 어쩌다 보니 골프가 주 운동이 되고 헬스는 골프를 위한 보조 운동으로 바뀌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조급함이 발동하면서 자신을 몰아붙이는 극기 훈련으로 바뀐 느낌이었다.
연휴 삼일 동안 무리해서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이 아파서 걸을 때 온몸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다음날 짧은 시간에 실력이 향상된 모습을 코치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어서 골프 연습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레슨을 시작하고 코치가 갸우뚱거리며 나의 자세를 한참 바라봤다.
'드디어 단기간에 성장한 모습에 놀라시겠군!' 속으로 잔뜩 기대를 했다.
"회원님! 혼자 연습 많이 하셨나요?"
"그럼요. 연휴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연습했어요."
"그런데 자세가 완전히 흐트러졌어요. 그리고 어깨와 손목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나는 당황해서 코치에게 물었다.
"제가 연습을 너무 많이 한 건가요?"
"힘을 빼고 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어깨와 손목에 너무 힘이 들어가 공이 정확하게 맞지 않고 자세도 이상해졌어요. 더구나 지금은 공이 날아간 거리가 의미가 없는데 너무 힘껏 치시려고 하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코치를 바라봤다.
"오늘부터 혼자 무리해서 연습하지 마세요."
"레슨 받은 날만 남아서 그날 배운 자세를 충분히 연습하는 게 좋겠어요. 혼자 연습하면서 오히려 자세가 더 안 좋아졌어요."
잘못된 자세에 대한 코치의 특별 처방이 내려졌다. 나는 코치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혼자서 한 연휴 동안의 집중 연습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골프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스윙을 하면 더 정확하게 더 멀리 공을 보낼 수 있어요. 힘이 들어가면 결국 몸에 무리가 가고 자세가 흐트러져 실력이 늘지 않아요."
코치의 말을 듣고 그동안 힘들게 연습한 보람이 없어서 풀이 줄었다. 할 수 없이 혼자 남아 다시 자세를 다잡고 연습을 시작했다. 힘을 빼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생각해도 힘을 빼는 것이 골프를 잘하는 데 유리하다. 힘을 빼고 무거운 헤드를 위에서 아래로 돌리면 원심력이 생겨서 공이 잘 맞고 멀리 날아간다. 그러나 힘을 주면 오히려 원심력에 방해가 되어 공이 맞는 정확도도 떨어지고 공이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부드러운 동작으로 원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골프의 실력이다.
더 부드럽고 여유있게 인생을 즐기는 방법
천천히 자세를 잡고 공에 시선을 집중하고 가볍게 스윙을 해 보았다. 정확한 스윙을 하면 딱! 경쾌한 소리를 내면 공이 직선으로 날아간다. 공이 헤드의 중앙에 맞으면 손목에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골프채의 궤적은 부드러운 포물선이 된다. 레슨에서 코치가 계속 강조한 힘 빼기의 미학이었다.
살면서 좀 더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 독한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실패하면 그동안 노력은 의미 없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경쟁에서 밀려나 남보다 뒤처졌다는 패배감으로 괴로웠고 나약하고 부족한 내 모습이 한심하고 초라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좋은 결과에 집착할수록 의욕이 줄어들었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세울수록 쉽게 지쳤다. 승패에 집착하고 즐기지 못하는 운동은 결국 경쟁과 성공이 전부인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조급하게 연습하지 말라는 코치의 말에 과정을 단축해서 빨리 잘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남보다 빨리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정을 천천히 즐기는 사람이 돼도 좋다'. 골프공이 나를 토닥이며 말한다. 다시 힘을 빼고 가볍게 스윙을 해 보았다. 톡! 잔잔하고 깊은 호수에 작은 조약돌이 떨어지는 투명한 소리가 났다. 골프 연습장 한구석에서 살며시 미소 지으며 어깨에 힘을 살짝 빼본다.
오늘은 미스 샷! 그래도 내일은 굿 샷!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같이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