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학교 방역·소독이 강조되는 가운데 관련 '매뉴얼·계획서'가 학교 현장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교사들은 업무과중을 호소하면서 본연의 업무인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담당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전교조 경남지부(지부장 노경석)는 27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매뉴얼에 따라 작성된 학교별 방역·소독과 관련한 업무분장이 실제로 지켜지지 않고, 보건교사에게 전가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지난 10월 19~25일 사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방역-소독'업무가 실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했다.
그 결과 매뉴얼에 '방역-소독' 업무는 행정지원팀에서 담당하도록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별 계획서에는 649개의 응답학교 중 88.9%의 학교에서만 담당하고 있었고, '방역-소독' 업무의 담당자로도 약 85%의 학교에서만 행정실 직원으로 지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별 계획서와는 다르게 실제 '방역-소독' 업무를 행정지원팀 소속의 직원이 아닌, 보건교사나 담임교사가 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매뉴얼과 학교별 계획서는 한낱 종이 문서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며 "특히 예방관리팀의 팀장으로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교사가 다른 팀의 업무까지 맡음으로 인하여 예방관리팀 업무수행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불보듯 뻔하다"고 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결국 경남의 학생 감염병 예방과 위기대응에 허점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보건교사의 고충이 많다는 것이다. 학교보건법(시행령)에는 학교시설을 보건교사가 담당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건교사는 물탱크청소, 수질검사, 석면관리, 공기청정기, 정수기, 라돈측정 등 수많은 시설관리 업무를 그동안 대부분 담당해 왔다는 것이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학생들의 건강을 살피고, 보건교육을 해야하는 교사가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시설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방역인력과 같은 자원봉사자를 채용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일도 전가되어 보건교사가 담당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시기 누구보다 학교에 일찍 출근하여 학생을 살폈으며, 누구보다 많은 공문을 처리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실로 밀려드는 학생을 한 명 한 명 자세히 봐주기보다 컴퓨터 앞에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매달려야 했던 것이 실제 보건교육의 비정상적인 현주소이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한 보건교사들은 "업무 정상화가 곧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모든 학교가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학교 계획을 수립했는지 확인하고, 실제 그렇게 하도록 즉시 행정지도 실시하라"고 했다.
또 이들은 "방역인력 등의 채용이나 수당지급 등 각종 인사나 회계업무를 교사가 담당하지 않도록 즉시 행정지도 실시하라"고 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물탱크 청소, 수질검사, 석면관리, 공기청정기, 정수기, 라돈측정 등의 시설관리 업무를 교사가 담당하지 않도록 학교통합지원센터로 관련 업무를 이관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앞으로 매주 1회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보건교사 업무 정상화'를 촉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