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유쾌한 소동이 벌어졌다. 전북 순창군 복흥초등학교에서는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가래떡 데이' 행사를 열었다. 오전 9시부터 전교생과 학부모, 교사, 병설유치원생까지 학교 강당에 모여 떡을 만드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떡메를 든 학생들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지도에 따라 쌀로 빚은 반죽을 쩍~쩍~ 내리쳤다. 떡메에 물을 묻혀 반죽을 때리는 학생들 모습은 어설펐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복흥초등학교 5ㆍ6학년 학생 19명은 지난 5월 31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복흥면 금월지구 친환경단지 벼 모내기 및 우렁이 농법 체험 행사'에서 직접 논에 들어가 손으로 모를 심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박붕서 교장은 이런 약속을 했었다.(관련기사 :
[영상] 모내기 처음 해보는 초등학생 "신기해요" http://omn.kr/1tke1)
"이 논에서 나온 친환경 쌀을 구매해 모내기 한 학생들과 함께 떡메도 치고 떡을 만들어서 함께 나눠 먹겠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모내기한 쌀로 떡 만들어
약속대로 떡메 치는 날, 자연스레 복흥초 학생들과의 만남이 다시 이뤄졌다. 이번엔 전교생 39명에 유치원생 2명으로 인원이 늘어났다.
박붕서 교장은 "지난 봄에 학생들이 직접 모내기한 벼를 수확해서 멥쌀 20kg하고 찹쌀 20kg를 가져왔다"면서 "멥쌀은 가래떡 뽑아 왔고, 찹쌀은 지금 떡메 치면서 인절미를 만들고 있는데 학교가 작아서 행사를 유치원생들과 함께 한다"며 말을 이었다.
"농촌인데도 아이들이 농사를 잘 모르더라고요. 부모님들이 농사 짓고 하니까 기회가 되면 벼농사 체험을 해 보고 싶다는 의견은 있었죠. 지난번 모내기 체험에 이어 이번에는 떡메 치고 떡 만드는 걸 체험하는데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모두 좋아하세요. 보세요~ 모두 즐겁잖아요."
"쌀과 떡, 많은 노력이 있어야 먹을 수 있어요"
강당 안은 학생들의 장난기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곳곳이 계속해서 들썩거렸다. 집에 가져갈 가래떡을 가지런히 포장하는 학생들과 직접 떡메를 친 인절미를 받아가려는 학생들이 길게 늘어섰다.
김준서(5학년) 학생은 "떡메 처음 쳐 봤는데 해 보니까 재미있다"면서 "저번에 제가 직접 모내기 한 쌀로 떡을 만드니까 신기하다"고 웃었다.
이지우(5학년) 학생은 "메치기랑 가래떡 담는 거 처음 해 봤는데 힘들면서 재미있다"며 "모내기도 힘들었는데, 쌀도 그렇고 떡도 그렇고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모자를 눌러쓴 사이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보이는 한 주민이 초등학생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심스레 '학생이 누구냐'고 묻자, 박동현(66)씨는 "아들이에요, 손자 아니고 아들"이라며 웃어 보였다.
박씨는 "큰 누나가 서른여덟 살, 둘째가 서른여섯, 막내는 재혼해서 쉰아홉에 낳은 아들"이라면서 "어딜 가도 저를 할아버지로 보고, 막내가 큰 누나하고 다니면 '엄마, 엄마' 한다"고 웃었다.
박시원(1학년) 학생은 "아빠가 나이가 많으시지만 상관없다"면서 "아빠가 정말 잘 해주신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인절미 떡고물 흔적 남긴 '가래떡 데이'
박붕서 교장은 "전교생 39명 중에 19명, 절반 가량이 다문화가정 학생이지만 모두 여기(복흥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가래떡과 인절미를 담은 포장 그릇에 한 명 한 명 학생들 이름을 적었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유명제과업체의 과자 대신 직접 모내기한 친환경 쌀로 만든 가래떡과 인절미를 손에 들고 행복해했다.
농업인의 날, 가래떡 데이는 강당 여기저기에 인절미 떡고물의 흔적을 남겼다. 강당을 나오는 길, 쩍~쩍~ 떡메 치는 소리가 따라왔다. 가래떡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가래떡은 아직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입에서도 쩍~쩍 떡 씹는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