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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종술
 
"맹꽁이, 두루미도 보호받는 데, 우리는 대체 뭡니까?"

14일 오후 경북 경주 양남면의 월성원자력 공원에서 열린 ㈔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 스님)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이하 오체투지환경상) 시상식에서 황분희 월성원전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황 부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방사능에 피폭을 당하고 있는데, 정부나 한수원은 이주대책에 대해 외면을 하고 있다"면서 "전국 대도시에서 전기를 쓰는 만큼 우리가 왜 희생을 당해야 하는가, 슬프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체투지환경상 '찾아가는 시상식'에는 7년째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탈핵'을 외쳐온 관계자들이 수상자로 많이 참석했다. 이번에 '환경 대상'을 수상한 경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10년째 탈핵 이슈만을 보도해 온 '탈핵신문' 관계자, <한국 탈핵>의 저자로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1천 회 이상의 현장강의를 해 온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 등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여러분이 서있는 이곳은 한수원 부지이고, 저 해안에서 보이는 4개의 거대한 원자로 중 제일 가까운 곳에서 914m 이내에 있는 원전제한구역"이라면서 "핵발전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이곳에서 행사를 연 것은 7년을 넘게 천막농성하면서 피폭당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환경대상을 수상한 경주환경운동연합의 이상홍 사무국장이 탈핵 강연을 하고 있다.
환경대상을 수상한 경주환경운동연합의 이상홍 사무국장이 탈핵 강연을 하고 있다. ⓒ 김종술
 
"자벌레가 되어서라도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이날 '환경의례'로 시작된 시상식은 수상자 및 축하객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마이TV>가 생중계했다.(https://youtu.be/gn9cnoH2DBc)

"자연의 숭고한 가르침에 겸허한 지구인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며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으로 죽어간 뭇 생명인 동식물들에게 참회와 용서를 빌며 우리는 묵념합니다. 일동 묵념."

유연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오체투지환경상의 제정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군산 하굿둑 기수면에 사는 참게도 산란기에 칠갑산, 옥천까지 기어오른다고 합니다. 이들의 대장정을 가로막는 몇 개의 보가 있지만 기필코 콘크리트 벽을 오르는 참게들을 생각합니다. 우리도 참게처럼 먼 길, 험난한 길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벌레가 되어서라도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유연스님은 이어 "오늘 빛나는 자리가 있기까지 세 번 걷고 절하면서 온몸을 던져 기꺼이 자벌레가 되셨던 분들이 있다"면서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이 산이나 강가, 길, 바다, 갯벌에서 고군분투하시는 환경운동가의 노고를 미력하게나마 응원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사단법인 세상과함께 이사장인 유연 스님이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세상과함께 이사장인 유연 스님이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종술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심사위원장인 이철수 화백(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 심사평을 발표하고 있다.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심사위원장인 이철수 화백(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 심사평을 발표하고 있다. ⓒ 김종술
 
이어 박남준 시인이 무대에 올라 '꿈을 꾼 대가'라는 시를 낭독했다.

이철수 심사위원장(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은 심사평을 통해 "현장성, 지속성, 독립성, 확장성, 대안성, 민주성, 시의성 등의 기준을 가지고 심사했지만, 전국의 환경 현장에서 다양한 실천을 해 온 64건의 단체 및 개인 중에서 시상 대상을 가려내는 게 간단치 않았다"고 심사 과정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실천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환경운동이 견지해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서 "오체투지 이름이 걸린 상의 제정 이유처럼 지금도 온몸으로 자벌레처럼 현장을 기면서 활동해온 많은 오체투지인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하며, 그분들과 함께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18건의 개인과 단체에 총 1억9100만원 상금 수여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의 공모에 응한 단체와 개인은 총 64건이었다. 부문별로는 환경상 22건, 특별상 26건, 환경연구지원기금 4건, 환경활동지원 기금 4건, 풀뿌리 환경활동지원기금 5건, 공모전 3건이었다.

세상과함께는 이중 총 18건의 개인과 단체를 2021년 제2회 오체투지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환경상과 특별상 부문은 대상을 포함해 11건의 개인과 단체이다. '연구지원 기금'과 '활동지원 기금' 지원 부문은 3개 단체를 선정했다. 풀뿌리환경활동 지원 대상은 4개 단체이다. 이들에게는 6개 부문에 걸쳐 상금과 기금 총 1억 9100만 원이 수여됐다.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주환경운동연합의 정형걸 상임의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주환경운동연합의 정형걸 상임의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종술
 
올해 환경 대상 수상단체인 경주환경운동연합은 1999년에 창립해 탈핵과 교육사업 등 다양한 환경운동을 실천해왔다.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심사위원회(심사위원장 이철수, 환경위원장 송옥규)는 심사 결정문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끈질기게 탈핵 운동을 하면서 월성1호기 폐쇄를 견인했고,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 온 현장성과 헌신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 정형걸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10여 년 전부터 월성1호기 폐쇄를 이끈 공로로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세상과함께의 오체투지환경상 제정 취지를 받들어 더욱 끈질기고 가열차게 활동하겠다"고 환경대상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 단체에는 5000만원의 대상 상금이 수여됐다.

"제2공항 건설되면 제주도는 싸구려 관광지로 전락할 것"

'환경상' 부문 수상자는 '제주 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다. 제주 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은 전국 300여 개 시민사회단체,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성산지역 반대주민대책위와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114개의 연대체이다. 이들은 제주의 생태·환경·지속가능성에 대한 제주도민 사회와 전국적 공감대를 높이고 제주 성산 일대의 제2공항 건설 반대 여론을 이끈 것으로 평가됐다. 환경상에는 3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강원보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는 "제주도의 가치는 청정 자연과 인문환경인데, 180만평을 갈아엎어 콘크리트로 덮고 인간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등 수많은 생명체들을 송두리째 쫓아내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면서 "제2공항 건설되면 제주도 미래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고 싸구려 관광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별상 부문 공로상 수상자는 장항 습지에서 갯벌 부유 쓰레기를 걷어내는 작업을 하다가 지뢰 폭발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뒤에 지뢰운동가로 거듭나고 있는 김철기씨(상금 1000만 원)였다. 김씨는 수상소감을 통해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아름다운 장항 습지에서 저는 무시무시한 일을 겪었습니다. 제 발밑에서 지뢰가 폭발했습니다. 지뢰 폭발 순간에 많은 주변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세상과 함께에서 부족한 저에게 이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단된 조국에서 분단의 상징과 같은 전쟁 무기로 피해를 입은 제가 이 분단의 마지막 희생자였으면 합니다.(중략)

장항습지를 기억해주십시오. 지난 5월 장항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재된 뒤 생태교란종을 걷어내는 등 많을 일을 했고, 환상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 자부를 해왔는데 제 사고로 모든 게 중단됐습니다. 장항습지가 아름답게 재탄생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각 부문, 각 지역에서 활동해 온 단체 및 개인들이 환경상 수상
 
 세상과함께는 제1회 오체투지환경상 수상자로 18건의 개인과 단체를 선정했다.
세상과함께는 제1회 오체투지환경상 수상자로 18건의 개인과 단체를 선정했다. ⓒ 김종술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시상식 참가자들이 '환경의례'를 하고 있다.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시상식 참가자들이 '환경의례'를 하고 있다. ⓒ 김종술
특별상 '나모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동물권 진영에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해 온 임순례 영화감독(카라 전 대표)이 수상했다. 특별상 '언론' 부문은 <탈핵신문>, '환경교육' 부문은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와 '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인 조천호씨, '문화예술' 부문에서는 환경파괴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해 온 박배일 감독이 선정됐다. 위의 4개 부문 특별상은 각각 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특별상 '생활실천' 부문에서는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이 선정됐으며 2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또 특별상 '청년' 부문에서는 '청년기후긴급행동'과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시민참여 조사 지침서 발행 등에 참여한 김윤전씨가 선정됐고 각각 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밖에도 'EJ현장연구모임', 'DMZ 일원 생명평화시민연대'는 '환경연구지원 기금' 지원 대상, '녹색법률센터'는 환경활동지원 기금 대상자로 선정됐다. 3개 단체에는 각각 기금 2000만 원이 지원됐다.

'풀뿌리환경활동지원기금' 대상으로는 '기후위기 사하비상행동', '김개남과 상두산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 '원주녹색연합' 등 4개 단체가 수상했고, 이들에게는 각각 200만 원의 활동 기금이 지원됐다.

시상식장, 전국 환경운동의 축소판... 탈핵시위 현장 방불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시상식에는 100여명의 수상자와 축하객이 참석했고, 오마이TV가 현장 생중계를 진행했다.
제2회 오체투지환경상 시상식에는 100여명의 수상자와 축하객이 참석했고, 오마이TV가 현장 생중계를 진행했다. ⓒ 김종술
 
이날 찾아가는 시상식은 다양한 형태로 각 분야에서, 각 지역에서 활동해온 전국 환경운동이 축소판을 보는듯했다. 특히 대상 수상자를 비롯한 탈핵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반핵 시위 현장을 방불케 했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는 "사회운동의 일종인 환경운동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언어화해서 공유하고 공감대 이끄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반핵운동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느낌을 끄집어내고 정책변화까지 견인한 성공한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세계적인 기후 위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탈핵운동 진영에 큰 위기가 오고 있다"면서 "원자력계는 '재생 에너지만으로 가능하겠나?'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우리는 '원자력은 미래 에너지가 아니고 기후 위기의 대안도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설명해야하는 숙제가 주어졌기에 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천호 운영위원도 "기후위기로 치닫고 있지만 인류는 수많은 위험을 극복하면서 역동적인 힘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다"라면서 "기후위기 때문에 원전을 해야 한다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원전 없는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도록 모두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찾아가는 시상식에서는 양남농협 해오름 풍물패의 공연과 소프라노 신규민 씨의 기념노래공연도 이어졌다. 또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의 탈핵 강연 등 다채롭게 진행됐다.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시상과 관련 각 단체와 개인의 수상 결정문 등 자세한 소식은 ㈔세상과함께 홈페이지(http://www.twtw.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세상과함께#탈핵#오체투지#경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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