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후보가 선출되었다. 사실 윤 후보의 선출은 경선 초반만 해도 윤석열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이길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홍준표 후보가 상승세를 타서 무섭게 치고 올라와 막판엔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쳐 흥행을 이끌었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경력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왜 윤석열 후보를 뽑았을까? 관련해 지난 13일 국민의힘 소속 조대원 전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조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출돼 여야 대진표가 짜였어요. 5자구도가 될 거 같은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다자 구조가 되는 건 확실한데 5자구도가 될지 4자 혹은 3자구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봅니다. 저는 아직도 이번 대선이 3% 이내의 박빙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분명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자기 당과 가까운 세력은 합치고 상대는 분열시키려 많이 노력할 거예요. 그렇게 단일화가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따라서 결국 구도가 바뀔 수도 있고요."
- 최근 이야기 나오는 게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후보의 제3지대 단일화인데.
"단언컨대 세 명의 단일화는 없다고 봅니다. 안철수 입장에서는 만약 윤석열이 패하게 되면 그다음에 있을 보수재편 국면에서 자신에게 또 기회가 올 거라고 여기고 있을 거예요. 그럼 안 후보는 김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거쳐 이번 대선에서 10% 정도의 득표만 해도 당장 내년 지방선거 때 살아날 공간이 생겨요. 그런데 정의당 심상정과 단일화를 하게 되면 보수진영 내에서 국민의힘의 대체재로 인정받지 못하게 돼요. 심 후보도 마찬가지죠. 이재명 후보가 지면 민주당에 실망한 진보진영 일부 지지층이 떨어져 나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약진할 수도 있는데 안철수하고 단일화를 왜 하겠어요."
- 그럼 민주당과 정의당 단일화 가능성 있다고 보세요? 양당의 앙금이 깊은데.
"그 정도 앙금이 뭐라고요. DJ와 JP의 앙금에 비하면 발뒤꿈치에도 못 미쳐요. 국민의당과 우리 당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할 때는 또 앙금이 얼마나 많았어요? 정치인들의 세계는 일반인들 세계와는 좀 달라요. 지금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저렇게 서로 으르렁거려도 언제 카메라 앞에 서서 손잡고 웃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정치 세계에서는 좋게 얘기하면 대의명분을 위해, 나쁘게 얘기하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언제든지 기존 입장을 뒤집기도 하는 거예요."
- 윤석열 후보가 선출되는 걸 얼마나 예상하셨어요?
"저는 홍준표 유승민 단일화를 줄기차게 주장했던 사람이고, 그 이면에는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홍준표 유승민은) 반드시 진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왜냐하면 당원 일반 국민 반영비율이 50대 50인 게임의 룰에서는 단 한 번도 수치가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이기는 걸 못 봤거든요."
- 보통 당심이 민심을 못 이기지 않나요? 민심은 홍준표 후보였는데.
"보통은 그렇죠. 그러니까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봤을 때는 이미 우리가 이겼다고 봤기에 당심이 민심을 안 따라간 거예요. 예전에 민주당도 그랬잖아요. 자기들 당세가 약해서 이기기 힘들다 여겼을 때는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것을 우리나라의 정당 중 가장 먼저 도입할 만큼 유연하고 과감한 정당이었죠. 그러나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앞서가기 시작하자 강성지지층 눈치 보면서 당원 투표 비율을 엄청나게 올렸어요. 그렇게 '대깨문'이란 지지층이 당을 좌지우지하게 만들어버렸죠. 그런 게 반복되며 쌓이다 보니 민심이 민주당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현재의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어쨌거나 현재 국민의힘 핵심 당원들이 봤을 때는 이미 이번 선거는 누가 나가도 압도적으로 이긴다고 본 거예요. 그래서 더 선호하는 윤 후보를 뽑은 거고요."
- 윤석열 후보는 검사 생활만 했고 선거를 해본 경험도 없죠. 그럼에도 윤 후보가 선출된 이유는 뭐라 보세요?
"기존 정치에 실망한 당원들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갈망이라고 저는 봅니다.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은 다 아는 분들인 데 반해, 특히 당심에서 봤을 때는 윤 후보가 그런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뭔가 새로운 정치를 해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일각의 의문 불식시킬 모습 보여주는 게 과제"
- 윤석열 후보는 공정을 내세우잖아요. 근데 공정을 내세우려면 자기와 측근에게 엄격해야 하는데 부인과 장모 또 측근에 대한 의혹에 대해 똑같은 잣대로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윤석열 후보가 공정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그런 의문을 불식시킬 수 있는 단호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선거기간 동안 윤석열 후보의 가장 큰 과제라고 봅니다."
- 그럼 부인 문제나 장모 문제는 문제가 없다고 보세요?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문제가 있으니까 지금도 계속해서 그런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거겠지요. 하지만 아직 100%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이 서로 정치공세 진실 공방만 하고 있으니 법적으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고요. 다수의 일반 국민이 같은 심정일 거라고 저는 여기고 있습니다. "
- 윤석열 후보는 검사 생활 밖에 한 게 없는데 정책적 비전이 있을까요?
"어차피 대선은 세력과 세력, 정당 대 정당이 겨루는 거기 때문에 각 후보가 자신의 개인기로만 승부를 낼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그러니 기본적인 정당 지지율 싸움이 안 되면 아무리 뛰어난 후보자를 내세워도 1등은 못 하는 것이고요. 비록 윤 후보가 기존 여의도 정치 방식에는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것 때문에 기존의 구태적 정치행태에 물들지 않은 참신성과 진정성이 있다고 당원들이 여긴 것이지요."
- 윤석열 후보의 일주일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광주 방문했던 장면은, 피해 당사자들이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많이 괴롭고 안타까웠습니다. 보수정당이 앞으로 20년 30년 집권하면서 나라를 안정적으로 경영하려면 적어도 현대사 중 5.18과 세월호 부분은 피해 당사자들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하실 때까지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건도 윤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다음에 또 쫓겨나더라도 또다시 찾아가고 찾아가서 광주의 아픔을 달래고 치유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번에 간 것이 진정성 있다고 보세요?
"저는 윤석열 후보가 그런 마음으로 갔다고 믿고 있습니다. 진정성이란 게 한번 찾아가서 보여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게 안 된다면 반복적으로 노력해야겠지요."
- 근데 윤 후보는 '전두환씨가 5.18과 쿠데타는 잘못했지만, 정치는 잘했다'고 말해서 논란이 되자 사과했지만, 인스타그램에 개에게 사과 주는 사진을 올려서 논란이었잖아요.
"많이 미숙해서 그런 것이고 앞으로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시 사과하고 다짐하고 있으니 그걸 믿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두 번으로 믿어주는 않는 분들께는 세 번 네 번 열 번 백 번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진심이 전해질 것이고요. 저는 이번 광주 방문이 그 열 번 백 번의 노력이 시작되는 첫걸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선대위 구성을 두고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늘 그래 왔고요. 선대위 구성할 때, 특히나 우리가 이겨서 곧 집권할 것 같은 선거에서는 더 치열했지요. 왜냐면 선대위 핵심 자리가 나중에 선거 이기면 곧바로 인수위의 핵심 자리로 변하는 거거든요. 차기 권력의 핵심 자리로 가는 엘리베이터 같은 거니까 눈치싸움 자리싸움이 안 생길 수가 없는 거죠. 하지만 그것도 어찌 됐건 선거에 이겨야 가능한 일이니 어느 정도 선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극복될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선대 위원장 되는 건 어떻게 보세요?
"김종인 위원장이 능력 있는 건 다 알고 있지만 국민의힘이란 큰 당이 김종인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당은 아니라고 봐요. 게다가 현재는 집권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한 명이 모든 권력을 가지려 하면 당내에서 큰 반발과 역풍이 생길 거예요. 아마 실리와 명분을 나눠 갖는 선에서 서로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김종인, 결국 윤석열 선대위 오지 않을까... 이길 가능성 아주 높은 판"
- 전권을 주지 않아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올까요?
"안 오시면 할 수 없는 일인데, 결국 오시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은 이길 가능성이 아주 높은 판인데 김종인 전 위원장같이 정치적 셈이 빠른 분이 그걸 놓칠 리 있겠습니까. 자기 입맛에 100% 차지 않는다고 이 좋은 판을 통째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 선언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안 대표는 당연히 출마할 거라고 보고 있었어요. 가만히 있으면 이번 대선판에 아무도 안 끼워줄 거고 그렇게 되면 대선 후 그 당이 없어질 판인데 어떻게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어요. 나중에 대선 막바지에 단일화 문제를 생각하더라도 당연히 지금 출마 선언을 해야 하고 끝까지 완주 의사를 천명해야겠지요."
-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단일화로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마지막에는 단일화할 것이라 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고, 또 반드시 해야 된다고 봅니다."
-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주장하지만, 국민의힘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 중이죠. 특히 박근혜 씨는 국민에게서 탄핵된 대통령이죠. 정권교체를 주장하려면 문재인 정부보다 나은 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게 뭔가요.
"보수 쪽에서는 '하물며 이 정부보다 못하겠냐'는 생각들이 많아요. 현재의 국민의힘을 국민들이 적어도 '차악'은 된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러니 현재의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에 더 높은 지지를 보내주시는 거고,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6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관전 포인트는 뭔가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중 누가 자신에게 드리워진 각종 의혹과 의구심을 잘 넘어설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봅니다. 그러니 국민 입장에선 최악의 대선이라고 볼 수 있지요. 서로 의혹 검증하고 해명하느라 정책이나 비전 경쟁은 다 묻혀버릴 공산 크고요. 어쨌든 이번에는 검증 국면을 잘 돌파하는 개인기를 보여 줘야 되고, 그리고 막판 단일화 부분도 큰 변수가 될 수도 있어 보여요, 적어도 우리 편은 하나로 뭉쳐 단일대오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정치력을 어느 후보가 보여줄 수 있는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거예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