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첫 민심 탐방지로 부산을 방문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매타버스' 투어 시작을 알리며 부산의 청년, 스타트 기업인 등을 만났지만, '부산 재미없다'는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부산을 향한 메시지는 공(空)으로 돌아갔습니다.
2박 3일간 일정 중 '부산 재미없다' 발언만 남은 상황, 후보의 자질을 탓하기에 앞서 언론들은 양질의 정보를 벼려 유권자에게 전달하고 있을까요? 먼저, 부산 지역언론의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부산 지역언론은 '지역 균형 발전'에 더욱 주목했다
11월 13일 부산 지역방송 3사는 모두 첫 순서에 '이재명 후보의 부산 방문' 소식을 배치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부산에 도착한 시점부터 13일 오후 일정까지를 갈무리하는 행보 보도였습니다.
이 후보의 여러 일정 중 방송사의 조명을 받은 건 영도에서 있었던 부산 청년 스타트 기업인과의 간담회였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현실, 이로 인한 스타트·벤처 기업인들의 어려움 토로 뒤에 이재명 후보의 문제인식, 대책 등을 알 수 있는 발언이 인용됐습니다.
국제신문은 15일 2건의 관련 기사를 5면에 배치했습니다. 5면 상단 기사를 통해 이재명 후보의 부산 방문 일정을 나열하며 행보의 키워드로 '2030 스킨십'을 꼽았습니다. 이어 5면 좌측에 <이재명 "부산재미없다" 발언에 박형준 "수도권 중심주의 사고">를 배치해 이재명 후보의 부산 방문 이후 일고 있는 '부산재미없다' 논란과 관련한 공방을 전했습니다.
부산일보는 관련해서 기사 1건, 사설 1건이 있었습니다. 4면 우상단에 배치한 <2박 3일 부울경에 공들였는데 이재명, '부산 노잼' 발언 곤혹> 기사의 전반부는 '부산 재미없다' 발언을 비롯한 이 후보 논란성 발언과 이에 대한 정치권 공방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기사 후반부에는 PK 방문 행보를 소개하면서 이 후보가 여성할당제,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이어 23면 사설 <이재명 "부산 재미없잖아", 대안이라도 갖고 온 건가>에서 한 차례 더 이번 논란 발언을 짚었습니다. 해당 사설은 발언이 나온 맥락을 짚으며 이 후보 발언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야당에게 공격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다라고 이번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 어젠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명확한 인식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부산 재미없다' 발언 논란 부추긴 비부산 언론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 카인즈'를 활용해 '부산 재미없다' 관련 기사의 경향을 살펴봤습니다. 2021년 11월 13일부터 11월 15일을 기간으로 설정했습니다.
먼저 '부산' and '이재명'을 검색식으로 넣어봤습니다. 총 270건의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270건의 기사에 대한 '연관어 분석' 결과 '지역비하발언', '지역비하 DNA', '발언 후폭풍' 등과 같은 '부산재미없다' 논란과 관련한 키워드들이 주요하게 등장해 있었습니다. 아래는 연관어 분석 이미지입니다.
이어 논란이 된 발언을 직접 검색식에 넣어봤습니다. 검색식은 '부산 재미없다' and '이재명' 이었습니다. 그 결과 70건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사 별로 기사 건수를 확인해 봤습니다. YTN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세계일보가 7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동아일보·머니투데이·부산일보 6건, 조선일보가 5건이었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세계일보] 이재명 "부산 재미없잖아, 솔직히"…윤석열 측 "강남에서 뭘 하길래"
[조선일보] 이재명 "솔직히 부산 재미없잖아" 야 "부산이 우습게 보이나?"
[머니투데이] 박형준, 이재명 겨냥 "부산에 표달라고 온 분이 '재미없다'하나"
[동아일보] 이재명 "부산 재미없잖아" 발언에…야 "지역 비하 DNA 계승"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 된 이유인 '지역불균형', '지역비하', '지역폄훼'에 대한 관심보다는 여야의 공방을 부각하며 '부산 재미없다' 발언을 공격거리로만 소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후보의 모처럼만의 부산 방문이 '망언'으로 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거대 양당 후보들의 부산 방문 이후 부산에 남는 것은 상대를 향한 비방 내지는 역사왜곡이 다분한 '말'뿐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부산 재미없다' 발언 논란이 아쉬운 이유는, 이 발언 하나가 가려버린 지역균형발전 어젠다가 부산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언론은 이재명 후보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생각과 정책을 주요하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비부산 언론들은 '부산 재미없다' 발언을 논란으로 키워 부산을 지웠고, 그 자리에 양당 간 공방 중계라는 구태를 답습했습니다. '부산 지역 비하'를 더욱 부추긴 건 비부산언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