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 [편집자말] |
'성공한 전업 유튜버', 아마도 요즘 가장 '핫'한 직업 아닐까? 수십수백 만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올리는 영상마다 화제가 되며 때로는 언론에까지 대서특필 되는 유튜브 스타는 "9시 출근, 6시 퇴근"으로 정형화된 건조한 직장인의 삶에는 꿈과 같은 존재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조회수 등에 따라 억대 수입을 올리기까지 하니, 2020년 통계청 발표대로 성인 남녀의 무려 63%가 유튜버 도전 의향이 있다는 사실은 당연하게까지 느껴진다.
그 때문일까?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자기가 관심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 영상을 만들고 남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동료 노무사들 중에서도 업무를 하면서 겪었던 내용 등을 꾸려서 노동법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수험생이었던 당시부터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남기는 콘텐츠)를 꾸준히 찍어 올린 친구도 있다.
기존에 영상 제작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던 화질 좋은 카메라는 누구나의 손에 하나쯤 들린 스마트폰으로 해결되고, 무료 영상 편집 애플리케이션이나 컴퓨터 프로그램도 흔해지는 마당에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나도 언젠가 유튜브 스타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해 본다.
하지만 직장인인 당신이 그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
[체크포인트 ①] 근로계약상 성실의무와 겸업금지
직장인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도 되나? 물론 가능하다. 단순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 정도로는 사생활과 취미의 영역일 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채널이 커져서 수익이 발생하고 영리 활동이 되는 경우라도, 겸업금지가 법으로 정해진 공무원 등 극히 일부의 직종을 제외한다면 그 자체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법원 또한 겸업 그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회사 재직 중 사적으로 다방 영업을 수행한 직원에게 "근로자가 다른 사업을 겸직하는 것은 근로자 개인 능력에 따라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서울행법 2001.7.24. 선고, 2001구7465 판결).
하지만 직장인의 '근로계약'이란,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받기로 하는 쌍무계약(계약 당사자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의 형식을 띤다. 쉽게 말해, 사용자로부터 받는 '돈값'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만약 유튜브 촬영이나 편집 등 근로계약상 업무와 관련 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성실하게 업무에 전념하지 못한다는 등 정상적인 근로계약의 수행이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된다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여기서 책임이라 함은 징계가 일반적일 것이나, 만약 그 정도가 심하여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면 징계해고도 가능할 것이며, 이로 인해 어떠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
[체크포인트 ②] 영업비밀 및 개인정보 침해 문제
대다수의 사업장에서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영업비밀 유출 금지에 대한 규정을 두어 사업주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 여기서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실제로 지난 2021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속 직원이 '토지거래 1타 강사'라고 홍보하면서 인당 23만 원의 수강료를 받았던 건이 적발되어 언론에 크게 보도된 뒤 파면되었는데, 이는 본업에서 알게 된 정보를 사적으로 부당하게 유용하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부동산 문제가 국가적인 이슈가 된 상황에서 공사 직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기에 회사로서는 당해 직원과의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업비밀이라는 것이 반드시 거창한 정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반적인 사무직이 자기 자리에 앉아 '일상 기록'을 목적으로 브이로그를 촬영하여 업로드하는 경우에도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메라 각도를 모니터가 보이는 쪽으로 잡게 되는 경우, 그 모니터에 출력되는 사업장의 재무상태나 대외비 파일 내용 등으로 인해 실제 영업비밀이 침해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비사무직의 경우에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만일 공사현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찍게 된다면 기밀·보안시설 등이 촬영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 간의 대화가 녹음되어 사업과 관련된 중요한 일정 등이 외부로 새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직이 고객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 사업장 내부를 찍어 공연한 방법으로 업로드하게 된다면 더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인 사업장이 아닌 이상 본인 외에 다른 제3자의 얼굴이나 그를 식별할 수 있는 여러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동료 직원을 카메라에 담기 전에는 반드시 그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은 굳이 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당연한 '매너'다. 특히 인사담당자가 직원 명부 등을 실수로라도 노출시킨 경우라면, 단순히 징계 여부에서 끝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체크포인트 ③] 직장 밖의 사생활도 징계사유?
꼭 사업장 내에서가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징계사유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사생활 비행은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될 수 없지만, 그러한 비행이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대법원 1994.12.13. 선고, 93누23275 판결)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런 내용은 공무원 등 법적 품위유지의무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지만, 일반 사기업이더라도 유튜브 운영 중 위법을 저질러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취업규칙 등 내규에 정해진 바에 따라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다. 대다수의 취업규칙에서 징계 또는 해고의 사유로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에 손상을 입힌 경우나 직장 질서 문란 행위 등을 들고 있다. 사용자의 정당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허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재직자의 경우 일반기업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품위유지의무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영상 내용이 사회통념상 수용되지 않을 정도로 자극적이거나 저급한 용어를 남발하는 등으로 관리되었고 어느 시점에 그 운영자의 소속 직장 등이 공공연하게 알려지게 된다면, 회사는 그 일탈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심한 경우 징계해고에 이를 수도 있다.
본업과 조화되는 선을 지켜야
따라서 직장인의 유튜브 활동은 타인이 보기에 취미에 준하는 수준으로 소소하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부터 나도 브이로거"라며 업무에 지장이 될 정도로 촬영에 신경을 쓴다든가, 밤새워 영상 편집에 심혈을 기울이느라 벌게진 눈으로 출근하는 것은 법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지양해야 할 일이다. 부업이 주된 업무를 방해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는 소위 '투잡(two job)'이지 부업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유튜브 채널이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면? 자신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를 빠르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거대해진 채널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본인과 동료 그리고 회사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팀 단위 협업이 중시되는 현대 기업 사회에서 개인의 일탈은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해치지 않는 선이 어디인지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