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만난 아기를 하필 코로나 시대에 낳아서 기르고 있습니다. 아기를 정성으로 키우며 느끼는 부분들을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과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기자말] |
요즘 들어서 아내가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14개월을 지나고 있는 아기가 시작한 최근의 행동들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아기는 검지 손가락으로 물건들이나 포스터, 버튼들을 가르키거나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면 엄마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연이어서 설명을 해 주었다. 하루 종일 아기에게 아기가 손가락으로 짚는 물건을 알려주어야 하는 설명 육아가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아기의 엄마와 함께 읽은 육아 책에서는 이를 두고 손가락 포인팅(가리키기, pointing)이라고 했다. 물건을 가리키며 자신의 관심사를 하나하나 표현해 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욕구를 표현하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거나 주의를 끄는 등의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기들의 포인팅은 아기의 시기인 12~18개월에 평균적으로 시작되어 24개월에는 모든 아기들이 이 포인팅을 한다고. 물론 아기들의 발달 사항에 따라 평균 시기차는 당연히 존재한다고 했다.
아기들의 언어 습득에 큰 역할을 하고 사회적 관계의 기초가 되어서 꼭 필요하다던 베이비 사인(baby sign language)의 한 종류인 '손가락 포인팅'(finger pointing baby)이 드디어 우리 아기에게도 시작된 것이다.
이 손가락 포인팅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아기가 이제 언어 사용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손가락으로 무엇이 궁금해서 물어볼 때 콕 찍어서 검지 손가락을 펴서 물건을 가리킨다. 또 자신이 어떤 것을 하고 싶거나 특정 놀이를 하고 싶을 때 이러한 행동들을 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먹고 싶을 때도 한다.
'내가 이것을 해냈어요. 이것 좀 보세요. 나 잘했죠?'라고 칭찬을 원할 때도 할 수 있다. 혹은 위에 언급했듯, '이게 뭐예요. 궁금해요'라고 손가락으로 짚을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이게 싫어요. 저거 안 하고 싶어요'라고 포인팅을 할 수도 있기는 있다. 발달 시기에 맞추어 아기는 자신의 의사를 직접 자세히 표현하는 포인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무엇을 가리키며 함께 보는 것은 조인팅( jointing, 협동 주시, joint attention)이라고 한다. 아내나 내가 어떠한 물건을 가리키면서 이것을 보자, 아니면 이것을 해볼까라고 권하는 때에 아기와 함께 동일한 물건을 바라보는 것을 조인팅이라고 부르는데 아기는 여태까지 이를 잘 해오고 있었다.
아기는 얼마 전에서야 걸었다. 아직 손을 떼고 걷는 것이 아니라 늘 걸음마 보조기를 잡고 걷는 식이다. 아기가 걸으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가리키며 알려달라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는 점이다. 글의 서두에 적었던, 바로 아기 엄마가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다.
지난번에 받은 영유아 검진에서도 담당 의사 분께 아기의 포인팅에 관한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기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 하는 데에 있어서 이 포인팅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포인팅을 아직 하지 않는다고 하자 의사 분께서는 아기가 좋아하는 것을 평소 어떻게 표현 하는지를 물었다.
아기는 좋아하는 것을 손을 뻗어서 표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안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두 손을 뻗어서 가려고 하고 원하는 물건을 달라고 의사 표현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두 손을 뻗어서 달라는 표현을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두 손을 뻗어도 주지 않으면 칭얼대거나 울어버린다고 전해 드렸다. 의사 분께 이렇게 말씀을 드리니 의사는 아기가 의사 표현을 시기에 맞게 정상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하셨다.
의사 분께서는 아기가 조만간 검지로 원하는 물건을 가리키게 될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었다. 의사 분의 말씀처럼 아기가 요즘 물건을 가리키는 귀여운 표현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하루종일 반복하는 아기 덕분에 아기 엄마는 이른바 설명을 계속해야 하는 설명 지옥에 빠져버렸다. 아기 엄마는 아기가 포인팅을 할 때마다 친절하게 아기가 짚은 물건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물건을 매번 알려주면서 아기가 더 자신의 표현을 잘 할 수 있도록 물건을 손가락으로 함께 가리켜 주고 기쁘게 바라봐 준다. 발달이 늦는다고 걱정을 하던 엄마에게는 이런 아기의 발전이 매우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아기에게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9개월 쯤 한다던 빠이 빠이도 아기는 하지 않았고 12개월 쯤이면 대부분의 아기가 한다는 짝짝꿍이나 잼잼, 곤지 곤지 등도 많이 늦었다. 그와 더불어 아기는 걷는 것도 느렸지 않은가. 시기에 맞게 시작한 아기의 손가락 포인팅은 그런 의미에서 많이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아기에게 물건을 말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노동이였다. 게다가 아기 엄마는 비염까지 앓고 있어서 더 힘들어 했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지언정, 아기의 당연하고 반가운 발달을 지나칠 수는 없다고 아내는 판단을 했단다.
목에 좋다는 식품들을 부쩍 요새 아내가 챙겨 먹는 이유다. 엄마가 목이 아픈 사실을 아기가 알 리도 배려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아기 엄마가 아기에게 물건들을 설명해 주기 위해 스스로를 챙기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자 유일한 방법인 최근, 아내의 일상이었다.
아기는 요새 들어 꾸준하게 원하는 것들을 더 자주, 정확하게 짚기 시작했다. 아기가 글자와 숫자, 식품들이나 물건들과 친숙해 지라고 붙여 놓은 포스터들이 빼곡한 아기 방은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포인팅의 성지다.
이 아기 방에 들어서면 아기는 어김 없이 신이나서 물건들을 돌아가며 검지 손가락으로 짚는다. 그러면 아내가 함께 짚어 주며 설명을 해주고 알려 주는 모습이 요즘, 아기 육아의 일상이 되었다.
아기는 이제 걸음마 보조기를 잡고 집안 곳곳을 누빈다. 그도 모자라면 이제는 아예 밖을 가리키거나 문을 가리키며 나가자라는 뉘앙스의 의사 표현을 한다. 아기가 밖에 나가자라고 현관문을 콕 찍어서 가리키면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밖을 나가도 아기의 걸음마 보조기가 있는데 아기는 이를 끌고 마당이나 발코니를 누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자동차들이 지나가면 가리키면서 반가운지 어우 어우 소리를 낸다.
발달을 거듭하는 아기를 보며 문득 오늘, 아기가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의 발달을 보며 이 시기 어딘가에서 함께 자라고 있을 아기 친구들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이 시대, 모든 아기 부모님들께서 키우시는 아기들의 발달의 지연을 부디 우리 가정처럼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오늘, 지금 이 시간에도 아기의 발달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기를 사랑으로 기르고 계실 이 시국의 모든 아기의 부모님들께, 아기가 포인팅을 하는 모습처럼 콕 집어 응원과 격려를 드린다. 아기의 걸음마 보조기의 튼튼함을 담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도 함께 드리는 바다.
아기가 포인팅을 시작하는 시점에 읽었던 하세가와 마카 작가님의 적당히 육아법이라는 책의 문구를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18개월 이전에 공감 행동은 손가락 포인팅이다. "자신이 가리키는 것을 보라"는 의미의 손가락 포인팅은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손가락 포인팅은 "저거 봐라" 라는 공감 형과 "저거 줘" 라는 요구 형 두가지가 있다. 아이는 먼저 요구 형으로 시작해서 점점 공감 형으로 손가락 포인팅을 한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무엇을 가리키면 "뭐지, 우와 대단해" 하고 공감해주라. 아이가 손가락으로 포인팅하는 것은 마음의 표현이다. 여기에 즐겁게 반응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