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하루 확진자가 5123명(0시 기준)을 기록했다. 11월 23일 4000명을 넘은 것에 이어 또다시 일주일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면 확진자는 늘어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증가 속도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고, 위중증 환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의료체계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거기에 더해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듣고자 지난 11월 30일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위드코로나 5주차가 시작됐어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단계적 일상 회복의 첫 모습이 이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것이 사회·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방역상의 손실을 감수하는 정책이었거든요. 방역상의 손실이라는 것이 확진자의 증가와 중환자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죠. 또한 백신의 중환자나 사망자 예방 효과가 2차 접종하고 4~5개월 뒤부터 감소한다는 게 우리나라에서 증명되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지금 중환자가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 상황인데요. 저는 지금 앞으로 한 2~3주 정도가 굉장히 어려운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해요. 특히 지금 수도권도 병상이 중환자 병상은 거의 다 찼다고 봐야 되거든요. 그렇다면 2~3주 동안 버텨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겠습니다."
- 확진자 증가는 위드코로나 시작할 때부터 예상됐던 거죠. 문제는 위중증 환자의 증가폭인 것 같아요. 백신 접종률이 80%인데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확진자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요인이 하나가 있는 거고요. 예상된 범위보다 더 많이 (위중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어르신들의 영향이에요. 하지만 그 수치는 한 20%~25% 정도로 추정되거든요. 나머지 위중증 환자는 결국 지역사회 감염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유행 규모가 늘어난 것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큰 거죠."
- 우리나라보다 먼저 위드코로나는 시행한 외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요. 거기에 따라서 중환자나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중국과 대만 같은 경우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어느 정도는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일본의 경우에도 위드코로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 않아요. 특히 일본의 사례를 면밀하게 평가하고 거기서 우리가 배울 게 있으면 배울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일본 상황에서 배울 점이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일본 상황이 시사하는 교훈이 있는데요. 첫째, 일본의 경우 알려진 확진자보다 감염자 숫자가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일본이 접종률도 높은 상태이고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사람들의 비율도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렇게 되기 위해선 당연히 수많은 피해와 인명손실이 있었겠지만 전체적인 면역 수준이 높아져 있어요.
둘째는 일본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량 지표를 보면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것이 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방접종을 이어나가고 중환자에 대한 치료 전략도 이어나가야 되겠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나 아니면 기초적인 방역 수칙에 대한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일본 사례 통해 알 수 있는 거죠."
- 확진자 숫자보단 의료체계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문제 아닌가요?
"확진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모두가 예상한 사실이죠. 그러면 확진자가 증가할 때까지 우리의 의료 대응 역량이라든지 방역 역량을 얼마만큼 맞출 수 있냐 확보할 수 있냐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우리가 아무리 방역 역량과 확진자에 대한 역량, 중환자에 대한 역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유행 규모가 앞으로 계속 커지면 병상은 찰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 여유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죠. 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하면서 몇 번의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그 위기들을 잘 넘길 방안을 찾아야 된다고 봅니다."
- 위기를 넘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고민해두신 방안이 있을까요?
"한 가지 요인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인 방역 강화, 추가 접종, 경구용 치료제 도입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앞으로의 불확실성 때문에 한 가지만으로 대비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 지금 의료체계에선 어느 정도 가능한가요?
"의료 대응 역량은 거의 한계에 왔다고 볼 수밖에 없고요. 지금은 우리가 의료 대응 역량의 분모를 늘릴 것인지, 아니면 분자를 줄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에요. 분모를 늘리는 것, 즉 병상 수나 의료 대응 역량을 확충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면 분자를 줄일 방법은 추가 접종도 있을 거고 그 다음에 경구용 치료제나 아니면 항체 치료제 같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또 고위험군에 대해 방역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을 거고요. 한 가지만 가지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는 거고, 복합적인 정책들을 한꺼번에 다 동원해야겠죠."
- 재택 치료는 지금 어떻게 되어 가나요?
"재택 치료는 단계적 일상 회복에서 어쩔 수 없이 가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국민들에게 재택 치료가 잘 준비되고 있다는 걸 보여드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지금 병상 상황이나 유행 상황도 너무 안 좋다 보니 이게 병상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되면, 그때부터 국민도 더 불안해 하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당국에서 재택 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노력의 폭과 강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야 한다고 봅니다."
- 긴급 멈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요.
"이게 정말 어려운 결정인데요. 방역이나 의료의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조금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수용 가능해야 하거든요. 저희같은 전문가들이 방역 강화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국민들께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면 저희가 버텨야 되는 거겠죠. 그런데 상황이 어떤 건지 설명해 드리고 지금 2~3주 정도 여유를 갖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라는 걸 국민들이 좀 이해해 주셨으면 저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매주 확진자가 10%, 15%씩 늘고 있는데 2주 뒤가 되면 또 방역 역량은 당연히 모자라고 의료 역량은 아무리 확충해도 모자랄 거거든요. 그렇다면 전체적인 추세를 어느 정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어떤 방식이든지요. 2주나 3주 동안 기다리면 또 추가 접종의 효과도 어느 정도 나오게 될 거고, 병상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요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있어서 소폭의 조정이라도 필요하다는 입장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국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결국 재난상황... 하지만 언젠가 끝난다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앞으로 상황이 더 좋아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끝나겠죠. 그러나 끝날 때까지 과연 얼마만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지, 그 다음에 사회경제적인 피해나 손실 같은 것들을 얼마만큼 적정하게 가져갈 수 있는지를 우리가 찾아가는 과정이고요. 이게 답이 없잖아요. 때문에 그런 것들을 찾아갈 수 있다면 저는 매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오미크론이란 새 변이가 출현했어요. 어떤 변이인가요?
"아직 오미크론변이가 확인된 지가 일주일도 안 된 상태라서 확실하게 어떻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에요. 하지만 현재까지 정보를 바탕으로 봤을 때 델타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높을 가능성도 있고 백신의 효과가 더 감소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요. 하지만 저는 델타 변이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전체적인 기조는 정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미크론 변이가 들어오면 훨씬 더 상황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적인 방역 정책의 방향은 달라질 게 없고요.
우리가 적절한 해외 검역 그 다음에 해외 검역을 통해서 유입을 몇 주 만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라면,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보가 공유되어 있고 준비되어 있는 상태로 방역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방역하는 것은 매우 차이가 클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런 점에서 지금은 방역을 강화하고 정보를 최대한 획득하고 진단검사 준비하고 백신에 있어서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서 당국이 남아공을 비롯해 8개국에 대해 입국 금지를 했어요. 일본의 경우,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적정한 시점에 적절하게 잘해야지만 의미가 있는 것이고 너무 늦게 되면 사실 시간을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없는 것이거든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고 있는 국가들이 더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검역을 당분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아까 교수님이 오미크론은 백신 효과가 떨어질 거라고 했잖아요. 그럼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이 또 나와야할까요?
"mRNA 백신이나 유전공학적으로 설계된 백신의 장점이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면이기도 하거든요. 아직까지는 추가적으로 어떤 백신이 필요하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데이터를 조금 더 기다려봐야 될 것 같습니다. 2~3주 정도가 지나면 완전한 데이터까지는 아니겠지만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만한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보이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결정을 해야겠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행복한 결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우리가 이 피해를 잘 이겨나갈 수 있냐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되는데, 결국 재난 상황이거든요. 재난 상황에서는 우리 사회가 문제를 같이 인식하고 공유하고 해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쉽지 않을 거고 사회적 갈등이나 혼란도 많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때까지 기초 방역 수칙이라든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잘 준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