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 년 전,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는 무게 2.5톤에 10미터 가까이 되는 청동거미가 전시된 적이 있었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 마망(Maman)으로, 모성애를 상징한다. 밑에서 위를 쳐다보면 거미 몸통이 보이고 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망은 프랑스어로 엄마를 뜻하며 총 6점으로 제작되어 세계 7개국(잉글랜드, 미국, 스페인, 일본, 캐나다, 미국, 카타르)에 설치되었다.
거미는 알과 새끼를 돌보는 모성애가 유독 강한 종이다. 늑대거미류는 알을 꽁무니에 매달고 다니며 부화한 새끼들을 업어 키운다. 기생벌과 천적이 활개치는 자연에서 새끼를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함이다. 몸 길이는 10mm 정도이며 깡충거미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이며 작은 곤충을 사냥한다.
적갈색의 몸매라서 땅에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생긴 것은 약간 무섭지만 여러 해충들을 먹고 살면서 생태계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동시에 조류와 같은 상위 포식자의 먹이가 되므로 자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곤충은 '앞가슴+가운뎃가슴+뒷가슴'의 구조를 가지며 각각의 가슴에서 한 쌍의 다리가 나오기에 모두 해서 6개의 발이 있다. 8개의 다리가 있는 거미류는 곤충이 아니며 절지동물로 분류한다. 보통 사람들은 거미나 곤충이나 모두 하찮은 벌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몇몇 벌레를 살펴보면 미물이라는 인식이 조금은 바뀔 것이다. 수중 생활을 하는 곤충 중에서 부성애로 이름난 곤충에는 물장군과 물자라가 있다. 짝짓기가 끝난 물장군 암컷은 수초에 달라붙어 꽁무니에서 거품을 내며 알을 낳는다. 수놈은 그 위에 올라가 암놈이 산란을 마칠 때까지 보호한다.
약 80여 개 정도의 알을 다 낳으면 갑자기 수컷의 태도가 돌변하여 암컷을 쫓아낸다. 왜냐하면 허기진 암컷이 낳은 알을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물장군이 성충으로 자라나는 확률은 30퍼센트 정도이므로 수컷은 정성을 다해 알을 돌본다. 수시로 물 속을 들락날락하면서 알에 물을 묻혀서 건조를 막는다. 약 2주 후면 새끼가 태어나 세대를 이어간다.
물장군의 사촌인 물자라 수컷도 비슷한 생활사를 갖고 있는데 암놈이 자신의 등판에 산란하게 하여 어부바를 한 상태로 새끼들을 돌본다. 평소에는 물속에서 작은 어류나 양서류를 먹고 살지만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해서 물 밖이나 수면에서 알을 지킨다.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송장 분해자가 없어지면 사람도 사라진다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송장벌레도 새끼를 돌보는 곤충이다. 넉점박이송장벌레는 낮에 땅 속에 숨어있다가 밤에 활동을 하는데, 동물이 죽으면 어느샌가 나타나 시신 밑의 땅을 파고 흙으로 덮는다. 어미는 입과 꽁무니에서 사체가 썩지 않도록 방부액을 뿌리며 동그란 경단으로 뭉친다.
짝짓기 후 이 살점 덩어리에 알을 낳고 입에서 게워낸 반쯤 소화된 먹이를 속에 넣어둔다. 부화한 새끼는 이 영양액을 먹으면서 자란다. 어느 정도 자라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어미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이유식인 셈이다.
이는 아마도 어미의 몸 속에 있는 공생관계의 균과 방부제 성분을 같이 섭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어미가 주는 먹이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 2주일간 돌보면 땅 속에서 번데기가 되고 일주일 후 어른벌레로 탈바꿈한다.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 러시아 연해주에서 볼 수 있는 꼬마검정송장벌레는 곤충계의 뻐꾸기다. 다른 종의 송장벌레가 만들어 놓은 사체경단 속에 알을 깐다. 성충의 등판에는 마찰음발생기(stridulation)가 있으며 날개를 비벼서 경고음을 낸다. 동족간의 통신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며 위험을 느끼면 죽은 체한다.
송장벌레와 하이에나, 독수리처럼 썩은 고기를 처리하는 동물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이 사라지면 인간에게까지 큰 피해로 돌아온다. 밀레니엄의 시작, 인도에서는 약 5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광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연결고리를 따라가보자.
독수리는 썩은 고기를 먹어 치우는 자연의 분해자 중 하나다. 독수리의 위산은 사체에 있는 거의 모든 박테리아를 소멸시킬 수 있다. 결핵과 브루셀라병, 탄저균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일조한다. 인도에서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병든 소를 치료하기 위하여 디클로페낙(diclofenac)이라는 소염진통제를 투여했다.
약 15년 사이에 인도의 독수리 99퍼센트가 사라졌다. 디클로페낙이 잔류된 죽은 소를 먹고 독수리들이 신부전증으로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시체를 분해하는 곤충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독수리가 사라지자 죽은 소들은 그대로 방치되었고 들개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곧 광견병으로 이어지고 5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했다. 2006년 인도 정부는 디클로페낙의 수의과적 사용을 금지하여 생태계의 복원을 시도했으나 피해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국민이 광견병 백신을 맞아야 하며 이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의 지출이 수반되고 있다. 현재도 약 3만 명 정도의 인도인들이 광견병으로 죽는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