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 설날이 지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계산을 신정 설로, 구정 설로 셈한다. 대체로 나이가 든 구세대는 구정으로, 나이 어린 신세대는 신정으로 셈하는 경향이 많다. 아무튼 이제는 신정도, 구정도, 입춘도 지난 지 오래다. 꼼짝없이 한 살 더 먹었다. 솔직히 이제 나는 나이 헤아리는 일이 싫어졌다.
그래도 굳이 헤아려 보니 할아버지보다 20년, 아버지보다 10년은 더 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일 서울 명동 소재 한 안과병원에서 백내장 수술 한 달 만에 수술 경과 진료를 받았다. 검안경을 통해 한참 동안 진찰하던 김 원장이 말했다.
"선생님, 수술 결과가 아주 좋습니다. 이제는 항생제를 더 이상 투약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는 내가 지참하고 간 약을 몽땅 쓰레기통에 버린 뒤 시력 검사 결과지를 보고 안경 처방전을 건네줬다. 나는 아주 기분 좋은 상쾌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선 뒤 곧장 열차로 원주에 내려왔다. 바로 귀가하지 않고 오랫동안 단골이 된 상지대학 앞 안경점에 가서 처방전을 건네면서 안경을 맞췄다.
엊그제 오후 안경을 찾으러 가자, 안경사는 새 안경을 내주면서 써 보라고 했다. 그런 뒤 아주 깨알 같은 잔글씨의 인쇄물을 읽어보라고 했다. 이전 같으면 도무지 읽을 수 없었던 그 글씨들을 죄다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눈이 밝아지다니...'
현대 의술에 감탄치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웬만한 책의 글씨는 굳이 돋보기를 쓰지 않아도 읽을 수 있었다. 안과 병원장, 안경사, 그리고 하늘을 향해 감사하면서 그 길로 원주시립중앙도서관을 찾아갔다. 고교시절부터 늘 숙제처럼 남겨둔 작품을 새로 시작하고자 참고도서를 손가방에 가득하도록, 휴대용 가방에 꽉 차도록 담고서 귀가했다.
하늘이 이제 그만 수고하고 당신 곁으로 오라고 해도 조금도 원망하거나 서운해 할 처지가 아니다. 하늘은 나에게 다시 눈을 밝게 해주시고 이제까지 기억력을 보존케 해 주셨다. 좀 더 이 세상을 위해 일하라는 하늘의 계시로 알고 신발 끈을 더욱 바짝 조여매야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 세상에 더 남아 일을 할 수 있게 하신데 대해... 다음 세대를 위해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배우고 체험하면서 살펴 본 일들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언제 불러도 원망치 않고 지체 없이 당신 곁으로 달려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