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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네거티브를 극복하고 포지티브 선거 문화를 위한 기획으로 '나는 왜 ○○○을 지지하는가'를 마련했습니다. 시민기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고 설득하는 기획입니다. 시민기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기대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편집자말]
저는 10대, 20대 지난 10년을 노동운동가로 살아왔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사회 중심에서 울림을 주지 않고선 가려진 사람들의 삶을 결코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노동을 적극 대변함으로써 세상의 모순을 과감히 짚어내는 정치 권력에 저의 표를 행사하고자 합니다. 이에 '주4일제 복지국가, 일하는 시민의 대통령'을 대표 슬로건으로 내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를 이번 대선에서 지지하고자 저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노동운동가로서의 실패, 그리고 후순위로 밀려나는 노동문제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선거 후보가 설을 앞두고 여영국 당대표, 류호정 의원 등과 함께 28일 경남 창원과 부산 방문에 나섰다. 이날 오전 창원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심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선거 후보가 설을 앞두고 여영국 당대표, 류호정 의원 등과 함께 28일 경남 창원과 부산 방문에 나섰다. 이날 오전 창원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심 후보. ⓒ 정의당
 
저는 2018년 11월에 노·사·정 대표자들이 모여 한국의 고용노동정책을 협의 및 합의함으로서 국정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계 본위원으로 위촉받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회적 대화에 강하게 힘을 실어줬던 만큼 저도 기대가 컸기에 주장하고 싶은 의제들도 참 많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넘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임금체계 개혁, 기업별 교섭체제의 굴레를 벗어 던지기 위한 노력 등 한국의 고질적인 병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과감히 드러내는 것이 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서 책무였습니다.

특히 연금개혁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절실한 의제입니다. 경사노위 산하 연금개혁 특위에도 위원으로서 참여했던 저는 미래세대에게 무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며 보험료율 인상 현실화 및 소득대체율 인상의 위험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성 시민사회, 노동운동과는 정반대의 주장이었기에 당연히 저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질 수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초고령화 사회를 당장 막아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연대의 원리로부터 출발하는 진보의 가치실현을 위해 소득대체율 인상에 방점이 찍혀선 안 된다는 저의 주장은 오히려 진보를 배신한 목소리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청년유니온의 주장을 재정건전성에만 묶여 사용자 단체 편에 선다는 진영논리에 당장 대응할 수 없었기에 끝내 소득대체율 45% 인상 주장으로 입장을 선회한 속상했던 기억입니다.

결국 노사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 정부에서 연금개혁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의제만 던지고 어려운 갈등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 정부도 참 무책임합니다. 특히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3개월 안에 경사노위에서 합의해 오라는 청와대의 고집은 사회적 대화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저를 포함한 노동계 청년·여성·비정규직 3대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본회의 일정을 파행시키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이후 대내외적으로 겪었던 압력은 이루 말할 것 없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당장 변명의 여지가 없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했고, 저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경사노위 본위원직을 2019년 8월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운동가로서 일찍이 실패를 경험해서 그런지 한국 정치에 당분간 별다른 기대가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요즘 대선 시국을 바라보며 민주주의와 진보를 앞세우는 수많은 정치인들 또한 노동문제는 예민하다는 이유로 후순위로만 밀리니 말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시티 앞에서 열린 서울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시티 앞에서 열린 서울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 와중에 심상정 후보가 숙고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유권자들 앞에 서서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의지를 비롯해 진보의 금기를 깨나가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순간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대선 주자들 중 심상정만이 유일하게 책임정치의 언어를 구현함으로써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가려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행동과 정책 제시에 저 역시 노동운동가로서 위로를 받으며 자부심을 느낍니다. 

썩은 동아줄들 사이에서 올곧게 뻗어나가고자 사력을 다하는 심상정이라는 외로운 줄에 저도 매달려보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심상정이란 동아줄은 일찌감치 수명을 다했기에 가능성 없는 길이라 말하지만, 누군가는 외로움을 견뎌내지 않고선 정치에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한국의 불평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에 후보 스스로가 뼈아픈 책임을 꺼내놓고, 한국의 진보정당 1세대 주자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는 심상정의 약속을 간절히 믿어봅니다. 제가 앞으로도 자부심을 갖고 노동운동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가려진 사람들이 노동운동에 다시 마음을 주기 위해서라도 심상정의 약속이 꼭 지켜질 수 있도록 저의 한 표를 행사하고자 합니다. 

아직 대선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청년들을 비롯해, 과거엔 정의당을 찍었지만 이젠 기대를 접는다는 수많은 사람들, 여전히 민주당 2중대 같다며 마음을 주지 않겠다는 유권자분들께 저의 지지글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부끄러운 정치를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는 속내가 저와 비슷하다면, 정권교체를 넘어 노동중심, 지속가능한 미래가 담긴 정치교체를 위해 이번만큼은 정의당 심상정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 많은 분들이 함께 나서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병철씨는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입니다.


#심상정#대선#정의당#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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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년유니온 위원장. 현 서울시노사민정협의회 대외협력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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