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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4일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라며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 못 박은 바 있다. 이 발언은 지난 1월 '여가부 폐지' 공약에 이어 잘못된 성평등 의식이란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22일 열린 20대 대선 3차 TV토론의 한 장면을 보자. 윤 후보의 이런 시각은 변함이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 "윤석열 후보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 구조적 성불평등, 성차별은 없다고 말하면서 이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했다. 여성이 승진, 급여, 보직에서 엄청난 차별을 받는 게 사실인데 정말 무책임한 말 아니냐. 아니면 다른 생각 하다가 잘못 말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제가 이 질문에는 말씀을 많이 드려서 굳이 답변할 필요도 없다. 다만, 집합적 남자, 집합적 여자 문제에서 개인 대 개인 문제로 (바꿔)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피해자나 약자의 권리,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다."

여성들이 들썩일 만했다. 특히 청년 정치를 앞세우면서도 유독 이대남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반발이 거셌던 일부 2030 여성 유권자들이 동요하기에 충분했다. 이준석식 갈등의 정치, 배제의 정치에 대한 우려였다.
 
 2021년 9월 6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당시 예비후보이던 윤석열 현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2021년 9월 6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당시 예비후보이던 윤석열 현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윤 후보가 이대남을 앞세운 이 대표의 '세대 포위 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지 오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또한 윤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 없다' 발언 직후 '구조적 성차별은 있습니다. 아주 많습니다'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준석 대표의 신념을 표를 위해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 후보는 10대 공약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했다. 또 청년 공약에 '디지털 성폭력 엄벌'이란 사회 전반 여론에 역행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무고죄 처벌 강화'를 명시했다. 청년 공약으로 '성범죄 처벌 강화', 여성 관련 공약으로 임신·출산 지원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대남 집중 공략'이란 기존 이미지를 불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일까. 여성들, 그중에서도 2030 여성들의 표심이 스윙보터로 자리할 거란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 레이스 후반으로 갈수록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 후보 지지율이 초박빙 형세로 돌입하며 윤 후보 지지로 고착화된 '이대남'이 아니라 여성, 특히 2030 여성들이 결국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여성 유권자의 움직임 

우선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부터 살펴보자.

24일 발표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2월 4주차 전반기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4자 대결 집계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1.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0.5%,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6.8%, 심상정 정의당 후보 2.6%, 기타 후보 1.9%, 부동층(없다+모름·무응답)은 6.3%였다. 직전 조사(2월 3주차)와 비교하면 윤 후보는 1.0%p 하락, 이 후보는 1.8%p 상승, 안 후보는 1.5%p 하락, 심 후보는 0.6%p 하락했다. 2월 중반까지 열세를 면치 못했던 이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며 두 유력 후보의 박빙 판세가 뚜렷해졌다.

주목할 대목은 여성층의 표심 변화다.
 
남성(윤 44.3% - 이 39.1%)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여성(윤 39.6% - 이 41.9%)에서 이재명은 3.3%p 오르고 윤석열은 3.0%p 하락했다. 가장 변동이 컸던 계층은 윤석열이 16.2%p 하락하고 이재명이 9.5%p 오른 60대 여성(윤 45.0% - 이 41.3%)이다.

윤석열은 20대 여성(윤 21.4% - 이 37.4%)에서도 4.1%p 하락했지만, 반면 20대 남성(윤 52.2% - 이 24.2%)에선 8.0%p 상승했다.
[2038명 매일 조사] 윤석열 41.9% - 이재명 40.5%... 1.4%p차 초접전(http://omn.kr/1xhw3)

해당 조사에서 30대 여성 지지율은 이 후보 35.3%, 윤 후보 39.6%였다. 전주에 비해 이 후보는 5.2%p 상승했고, 윤 후보는 1.5%p 상승하는데 그쳤다. 다른 조사에서도 이런 변화 조짐은 뚜렷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9일)을 앞두고 19일 오후 김해 김수로왕릉 광장에서 한 시민이 대선 후보의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9일)을 앞두고 19일 오후 김해 김수로왕릉 광장에서 한 시민이 대선 후보의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21일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TBS 4자 구도 조사 결과, 이 후보 43.7%, 윤 후보 42.2%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이 나타났다. 이중 이 후보 여성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5.9%p 상승한 45.9%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4.0%p 하락한 39.4%였다.

23일 스트레이트- 조원씨앤아이 조사 결과도 박빙(윤 후보 43.6%, 이 후보 42.1%)을 기록한 가운데 여성 지지율은 이 후보 43.6%, 윤 후보 39.8%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원씨앤아이 측은 "지지도 초박빙 조사 결과는 이 후보에 대해 여성 유권자가 점차 우호적으로 변한 데 힘입었다"라면서 "20대 대선의 향배는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위 여론조사 결과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런 여성 표심의 변화 흐름이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는 물론 두고 볼 일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기존 프레임에서 한껏 주목을 받던 '이대남' 표심이 고착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요동치는 여성 표심이 중도층과 함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K-트럼피즘 향한 우려 
 
남녀 한쪽에 치우치는 메시지만 내지 않는다면 젊은 여성들의 표가 얼마든지 국민의힘으로 갈 수 있다.

지난해 말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했다 논란 끝에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내려놨던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최근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내놓은 전망이다. 과연 그럴까. 2030 여성 표심이 여전히 '이대남 올인' 전략이나 '남녀 갈라치기'라 비판받는 윤석열 후보 측에 우호적일까.

투표일에 다가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기존 프레임에서 탈피하려는 경향 말이다. 그럴수록 유동적인 유권자들은 정책과 그 정책에 수반된 메시지를 확인하기 마련이다. 당과 후보의 이미지도 이미지지만 자기 계층에 맞는 정책에 따라 정치 효능감을 느끼려는 열망이 강해질 수 있단 얘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 최초 보도자인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대담을 갖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 최초 보도자인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대담을 갖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지난달 말, N번방 사건을 공론화 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및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의 '깜짝' 선대위 합류가 이목을 끌었던 것도 그래서다.

박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계기 중 하나로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설치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개소 과정을 꼽았다. 지난 2020년 6월부터 협업한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대응 추진단' 발족 이후 6개월만에 센터가 설립되는 것을 지켜봤고, 이 후보에게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을 의지를 발견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른바 정치 효능감을 위해 여당인 민주당에 합류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박 위원장 합류와 함께 디지털 성폭력 근절과 관련한 이 후보의 정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및 성소수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은 의료·장례·돌봄 영역에서의 연대 관계인 등록 제도와 같은 소확행 공약이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적지 않은 2030 여성 유권자들은 디지털 성폭력 및 여성 혐오와 싸워온 박 위원장의 여의도 진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 위원장이 집권 여당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런 박 위원장의 대척점에 이준석 대표가 자리한다. 최근 '고인 유지' 발언을 비롯해 이 대표의 도 넘은 조롱과 혐오의 언어는 홍준표 의원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로부터도 문제시되고 있다.

정치권과 일반 여성 유권자들의 온도차는 상당할 터. 소셜 미디어나 소위 '여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배제의 정치'에 대한 반발은 심한 경우 공포감으로까지 번진 상태로 보인다. 이들은 이준석식 '남녀갈라치기'를 'K-트럼피즘', 즉 트럼프식 혐오정치의 한국식 변용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국민의힘 집권 시 그런 배제와 갈등의 정치가 자신들의 일상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분노의 사인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행동하는보통남자들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대선후보가 청년 남심을 잡겠다며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남기는 등 청년 남심들의 요구라며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목소리가 정치권에 울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권과 미디어를 향해 혐오 부추기 중단을 촉구했다.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행동하는보통남자들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대선후보가 청년 남심을 잡겠다며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남기는 등 청년 남심들의 요구라며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목소리가 정치권에 울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권과 미디어를 향해 혐오 부추기 중단을 촉구했다. ⓒ 권우성
 
가장 중요한 건 여성을 잔인하게 짓밟으면서 자신의 정치 헤게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게 전형적인 트럼피즘이다. 가장 쉬운 길인 걸 영악하게 잘 아는 거다. 한국에서 이 방식이 얼마나 휘발성이 있는지 체득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현재의 정치를 더욱 더 위험한 괴물로 만드는 커다란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외교학자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지난달 말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여성 짓밟는 이준석 청년정치, 기득권보다 위험하다">에서 나타낸 우려다. 당사자들인 여성 유권자들은 그런 트럼피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분노한' 여성들은 실제 20대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20대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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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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