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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담임들의 책상 위에는 처리하지 못한 가정통신문 회신서들이 쌓여있다. 결석이 많기 때문에 모두 수합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학교 내 응급환자 관리 동의서', '수련회 참가 희망 여부 회신서', '식품 알레르기 조사서', '방과후 학교 신청서', '사진 파일', '자기 소개서', '학부모회 임원 선거', '납부방법 및 출금 동의서'...

3월 2일 개학식을 한 이후 결석이 하루에 적으면 두 명, 많으면 세 명이다. 다섯 명이 있는 반도 있다. 가뜩이나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과 이름을 연결하며 외우기도 만만치 않은데, 1주일밖에 안 지난 이 시점에 계속 돌아가면서 결석이다. 다행히 증상은 심하지 않은 것 같다.

오늘도 출근길에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동생이 증상이 있어서 PCR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안 나왔어요. 저는 등교해도 되는거죠?"
"등교하면 안 돼. 일단 동생 검사 결과 보고 음성이면 등교하고, 양성이면 너도 검사받고 결과 나올때까지는 줌으로 수업에 참여하거라."

어차피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방역지침이 바뀌어 가족 중 확진자가 있어도 등교할 수 있다는데 굳이 막아야 하나 싶었다. 학생은 등교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과 다음 주의 방역지침이 다르니 매뉴얼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안 되는 일이 사흘 후부터는 된다. 

현재 우리 학교는 3월 첫날부터 오전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점심을 먹지 않고 단축수업으로 7교시까지 한 후 학생들을 하교 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오늘 통계표를 보니 1학년도 284명 중 30명이 코로나와 관련된 결석이다. 다른 학년도 사정은 비슷하다. 통계표에는 없지만 교사도 대략 10% 정도가 결근한 것 같다. 모두 코로나와 관련된 결근이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원격 수업을 할 수 있는 새학기 적응 기간이 오늘로 끝난다. 우리 학교는 다음 주부터 급식과 야간자율학습도 시작하며 코로나 이전과 같은 정상적 학사 운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뀐 방역지침에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급식까지 함께 하면 코로나 확진자 수는 증가할텐데 그래도 괜찮은지 걱정스럽다. 어제까진 안 되었던 일이 오늘은 된다면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코로나는 그리 걱정할만한 병이 아니다. 현재 의료 시스템도 큰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어서 확진자가 증가해도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 아무리 뒤져 봐도 그런 발표는 없다.

교육부는 등교 수업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장의 재량에 맡긴다고 한다. 정부의 그 발표가 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코로나에 대해 안심할 만한 어떤 발표도 없었기 때문이다.

"얘들아, 학교는 이제 묵언수행하는 곳으로 생각해라. 공부할 때에도, 밥 먹을 때에도 묵언수행하기."

학생들은 선생님도 지키지 못하는걸 왜 우리에게 강요하냐는 눈빛으로 '안스럽게' 날 쳐다본다. 방법은 모른다. 이래도 저래도 걱정스럽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https://blog.daum.net/teacher-note
https://blog.naver.com/social_studies


#등교수업#전면등교#교육부 방역지침#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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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는 사회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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