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p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했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최소표차다. 역대 최소표차 승리를 국민의힘 측은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11일 김영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전화로 연결해 대선 평가와 윤석열 정부 최우선 과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영우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대선에서 24만 표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잖아요. 개표 결과는 어떻게 보셨어요?
"박빙의 결과였어요. 개표 결과를 보고 '아직도 우리나라 정치는 완전히 두 쪽으로 나뉘어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그동안 높아 왔는데 그것이 실현돼 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교체론 여론이 더 높았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어보니 차이가 0.73%p 였습니다. 왜 정권교체 여론이 실제 투표행위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한 걸까요?
"정권교체 여론이 높긴 했지만, 선거과정이 너무나 혼탁했습니다. 네거티브 선거전이 난무했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원하는 마음이 그대로 다 전달되지 못했다고 봅니다. 또 '정치혐오' 현상이 일어난 게 아닌가 여겨져요.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현실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고, 또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투표하고 싶어도 나가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봐요."
- 투표율은 높았지 않나요? 게다가 선거 막판엔 각 당 지지자들이 결집하고요.
"투표율은 77% 정도니까 지난 19대 대선하고 비슷했습니다. 이번에 워낙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막판에 상당히 결집한 효과도 있다는 생각은 조금 듭니다. 국민의힘 쪽에서 선거 막판에 '10%p 차 이상 승리' 같은 잘못된 언급이 나와서 역작용을 일으킨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 '0.73%p'의 의미는 뭘까요?
"정권교체의 마음이 투표 결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새로운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해서 상당히 애를 써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봅니다. 차기정권은 정치에 있어서 협치를 하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상당히 어렵겠다는 것도 보여주고요. 새 정권은 독선과 오만하지 말아야 되고 국민통합을 위해서 애쓰라는 국민들의 여론이라고 생각해요."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요?
"저는 단일화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단일화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가 볼 때는 그래도 단일화가 중도층에 호소하는 역할을 했다 봅니다. 또 안 대표는 4차기술혁명이라든지 팬데믹 상황에서 앞으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이 있어요. 윤석열 후보가 당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 그런데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를 보면 그러나 윤 후보가 4%p 정도 앞섰잖아요? 민주당은 역풍이 불 거라고 했고요. 개표결과 1%p 미만에서 차이가 났으니, 크게 이길 것을 단일화 때문에 신승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일화가 됐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라도 이길 수 있었지, 단일화가 안 됐으면 중도층이나 현실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을 거라고 봐요. 단일화 역풍은 오히려 민주당이 지지자 결속을 위해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윤 후보가 승리하며 '혐오가 승리했다'는 견해도 있어요.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이 실망을 했지만, '혐오가 승리했다'는 건 투표에 참여한 모든 국민들을 부정하느 것이죠. 그건 유권자에 대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은 '혐오의 승리'가 아니라 '지금 같은 정치는 제발 바꿔서 꼭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 의견입니다. 국민의 뜻이지 혐오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가부 폐지는 국민 마음 얻어야... 굉장히 신중해야"
- 국민의힘은 선거기간 내내 성별 갈라치기를 하지 않았나요?
"그렇진 않다고 봐요. 국민의힘에 여러 가지 목소리가 있을 순 있겠지만, 기존 성차별 또는 성불평등을 해소하는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죠. 하지만 지나친 페미니즘이나 잘못된 형태의 페미니즘이 옳지 않다는 입장이었을 겁니다. 앞으로 그 문제는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인데, 더더욱 성평등에 있어선 국민의힘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 이대남에게 표 얻으려고 노력한 것 아닌가요?
"물론 이준석 대표가 이대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많은 얘기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쨌거나 우리 국민의힘은 2030뿐만 아니라 여성들에 대해 앞으로 훨씬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 2030 여성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더 준 건 어떻게 보세요?
"그만큼 국민의힘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평등과 또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요. 그 점에 대해서 윤석열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잖아요. 여가부를 폐지하는 게 맞을까요?
"아마 그것의 의미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졌던 성추행 문제에 대해 여가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고 봐요. 그래서 인수위에서 여가부에 대해 기능이라든지 개편하는 문제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봐요."
- 여가부 폐지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돼야 하잖아요. 국회서 통과가 될까요?
"지금 여소야대고 법이 통과되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텐데요. 그러려면 여론에서 또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여가부 폐지 문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여소야대에서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소야대에서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일반 의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하고, 사회의 여러 원로인사들과도 소통을 많이 해야 해요. 오로지 소통밖에 없어요. 윤석열 당선자가 지난 10일 기자회견 하면서 국민 뜻에 따르겠고 또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걸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봐요."
"비서실장, 당선자 마음 잘 읽는 정치인이 하는 것도 괜찮다"
- 당선자 비서실장으로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을 임명했어요. '윤핵관'이 전면에 내세우는 건데, 당내 분란이 없을까요?
"당선자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의 마음을 잘 읽는 정치인이 하는 것도 전 괜찮다고 봅니다. 장제원 의원은 3선 의원이고, 그동안 단일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당내 반발이 거의 없다고 봐요. 제가 볼 때 인수위에 국정 운영을 담당할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장제원 의원은 국정운영 준비를 하고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해서 소통하는 데 있어서 징검다리 역할을 잘할 거라고 봐요."
- 국민의당과 합당은 순조롭게 진행될까요?
"단일화 때 약속을 했으니까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에 대비해 합당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그리고 윤석열 당선자도 (합당을) 빨리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다만 합당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갈등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 합당 형태엔 흡수 합당도 있고 당대당 통합도 있는데 어느 게 낫다 보나요?
"국민통합정부를 이루기 위해서 단일화를 했으니까, 전 당대당 통합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봐요. 당의 규모는 차이가 굉장히 크지만, 국민 여망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당대당 통합도 의미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윤석열 당선자의 최우선 과제는?
"첫째, 굉장히 어려운 과제지만 역시 국민통합이죠. 국민통합을 위해서 인재등용을 진영과 상관없이 해야 합니다. 둘째, 역시 방역 문제와 경제 문제죠. 지금 오미크론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사망자도 너무나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고 대처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문재인 정부에서의 여러 가지 경제 정책 실정을 바로잡는 겁니다. 탈원전 문제라든지, 부동산 정책이라든지, 이런 걸 잘 바로잡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외교·안보·국방 문제인데요. 외교·안보·국방이 지금 굉장히 흔들리고 있는데 원칙·실력으로 국익을 도모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봤지만, 언제든지 평화가 위협당할 수 있거든요. 이에 대비해 활발한 외교 역량과 국방력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고 봅니다."
- 윤석열 당선자는 자타가 인정하는 '정치 초보'인데,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요.
"정치 경험은 없지만 본인이 얘기했듯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머슴이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정치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치는 곧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이잖아요. 정치 경험만 많다고 해서 정치를 꼭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정치 경험이 곧 정치력이었다면 오늘날 정치가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정치 경험이 없는 만큼 더욱 더 국민 마음에 다가가는 정치를 해야 하고, 또 그런 의미에서 여야 협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외엔 방법이 없어요."
- 선거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자를 향해 '모르는 게 많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좋은 정치는 좋은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능력 발휘를 하게 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성이 있는 전문가를 찾아내 임명하고 협치를 하는 겁니다. 그게 잘 안 됐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부동산 정책을 밀여붙였어요. 올바른 국정운영을 위해선 전문가들을 잘 등용하는 게 최고라고 봅니다."
- 그런데 '대통령이 전문가를 뽑을 머리는 가져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윤석열 당선자가 전문가를 가릴 수 있는 지적 능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 분야의 전문가나 오히려 잘못된 편견을 가진 전문가가 재앙을 불러올 수 있어요. 세간에서 윤 당선자가 많이 모른다고 비난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국민의힘에서는 과거 탄핵을 한 번 경험했잖아요.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지 않나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지난 5년간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건 이후 국민의힘은 노력을 했어요. 당연히 탄핵 같은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요. 그래서 윤석열 당선자가 앞으로 국민 뜻에 맞는 국정운영과 정치를 한다면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