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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상임활동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상임활동가 ⓒ 김동규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수도권 지하철 시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해당 시위를 '시민을 볼모로 하는 비문명적인 불법 투쟁'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갈라치기와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오는 13일로 예정된 토론회에서 이 대표의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탑승한 휠체어 리프트가 추락해 한 명이 죽고 다른 한 명이 크게 다치면서 공론화됐다. 당시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하철로에 내려가고 버스를 막아서는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21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여전한 사회문제다.

광주광역시 상황도 다르지 않다. 광주시는 2022년 친환경 저상버스 45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친환경 저상버스 45대가 4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다"며 "올해가 끝날 무렵에는 전체 시내버스 999대 중 348대가 저상버스에 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2022년 말에도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은 광주 시내버스의 65.1%가량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6일 광주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상임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배영준 상임활동가와의 일문일답.

-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고등학생 때 장애인 운동을 만났어요. 장애인 운동을 몰랐던 당시에는 장애인들이 왜 이렇게 좋은 세상에서 대체 뭐가 불편하다고 난리를 칠까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서 장애등급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알게 되니까, 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구나 싶었어요.

제가 들어왔을 때 광주 장차연은 이동권 투쟁을 정말 가열차게 진행하고 있었어요. 2015년에 했던 천막농성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시청 앞에서 저보다 예전부터 싸워오셨던 분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라면도 끓여먹고 열심히 농성했어요. 지금도 그리워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이곳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죠."

"장애인들이 버스에 타지 않는 다른 이유도 있어"
 
 2021년 5월 18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배영준 상임활동가가 광주 518번 버스 후미에 들어누워있다.
2021년 5월 18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배영준 상임활동가가 광주 518번 버스 후미에 들어누워있다. ⓒ 배영준

- 부끄럽지만, 광주 518번 버스조차 저상버스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5·18 사적지를 경유하는 광주 518번 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닌 계단버스에요. 저희는 계단버스를 차별버스라고 불러요. 비장애인만 탈 수 있는 버스니까요. 지난해 5월 18일에 박경석 대표님과 전장연 활동가들이 518번 버스를 막아섰어요. 그런데 막다보니까 우연히 419번 버스도 막게 됐어요. 당시 저희는 저상버스는 그냥 보내주었고, 계단버스만 막았는데 장애인이 못 타는 버스니까 막은 거예요. 이때 버스가 빠져나가려고, 후진을 시도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버스 후미를 막았어요.

저는 518번 버스를 볼 때마다 느껴요. 장애인들은 518번 버스의 종점인 국립 5·18민주묘역에 가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요. 518번 버스에 비장애인만 탈 수 있다는 건, 5.18은 비장애인들만의 상징이라는 느낌을 줘요. 5.18 당시 죽은 장애인 당사자들도 있는데 왜 518 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없을까요? 저는 광주 518번 버스에는 5·18이 없다고 생각해요.

광주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버스 노선은 21개뿐이에요. 그래서 장애인들은 아예 버스 자체에 잘 타지 않아요. 예를 들어, 두암동에서 학동으로 가려고 하는데 07번은 저상버스가 있지만, 08번은 저상버스가 없는 상황은 말짱꽝이에요. 목적지는 학동인데 바로 갈 수 있는 수단이 없는거죠."

- 광주 장애인 이동권은 어떤 상황일까요?
"우선 저 같은 경우에는 평소 광주광역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세빛콜(장애인 콜택시)을 이용하고 있어요. 그나마 광주 장애인들이 의존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에요. 장애인 콜택시가 그나마 목적지까지 바로 데려다주니까요. 하지만 세빛콜도 최소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탈 수 있어요. 약속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그래서 광주 장애인들은 4시에 약속이 있으면 3시 정도에는 이미 콜을 부른 상태예요.

버스의 경우 30분 안에 환승을 해야 무료환승이 가능해요. 근데, 저희는 일반 버스 3대가 지나가야만 저상버스를 탈 수 있어요. 대략 1시간이 걸려요. 장애인들은 환승이 어려워요. 노선 자체도 적어요. 노선이 확충된다고 하면 장애인들이 저상버스 안 탈까요? 장애인들이 버스에 타지 않는 다른 이유도 있어요. 시민들의 눈초리, 따가운 시선. 아직까지 장애인은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들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저상버스가 장애인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거 아니라고 봐요. 노인, 장애인, 임산부 등 몸이 불편한 분들께도 당연히 필요한 거예요. 많은 분들이 엘리베이터를 만들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만들어두니까 정말 평범한 많은 분들이 잘 이용하고 있어요."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2021년 5월 18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상임활동가가 전장연 박경석 대표 등과 함께 518번, 419번 버스를 막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5월 18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상임활동가가 전장연 박경석 대표 등과 함께 518번, 419번 버스를 막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배영준
    
-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한 당의 대표잖아요. 과연 그 사람에게 당 대표 자격이 있을까 싶어요. 저희가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가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21년 동안 장애인 당사자들이 이동권을 이야기해온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다는 이야기를 먼저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저희는 그동안 청와대, 국회, 관련 부서 계속 찾아갔어요. 근데, 안 먹히는 거예요. 그때뿐이에요. 선거철만 되면 여러 정치인들이 이거 해주겠다, 저거 해주겠다 이야기하는데, 이것도 선거철에만 나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저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많은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의 싸움이 불법이라고만 하지 말고, 왜 우리가 여기 오게 되었는지,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고민해주시라고요. 왜 장애인들이 이런 행동까지 하게 되었을까요.

이동권이 보장이 되어야만 장애인은 교육받을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요.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요. 기본적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무엇을 하겠어요. 기본적인 틀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사회,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이동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저희가 주장하는 건 내가 원할 때 저상버스에 탈 수 있는 세상, 택시에 탈 수 있는 세상, 지하철에 탈 수 있는 세상이에요. 이런 세상이 평등한 세상 아닐까요? 하지만 그 평등은, 그 민주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비장애인, 장애인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이야기하는 건데, 1980년 5월 그날 이후 42년이 지났지만 민주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준석#국민의힘#장애인 이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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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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