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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해변 원피스
여름해변 원피스 ⓒ Tamara Bellis on Unsplash

모두가 다 가볍게 살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다.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좋은 걸 고르는 취향 때문에 구매에 신중해지기도 한다. 트렌디한 사람이라는 시선보다 트렌드에 속한 사람이라는 안정감이 좋아 새 옷을 사기도 한다.

심리학 방송을 듣다가 '우리가 미니멀을 좇게 된 이유는 맥시멀하게 살 수 없음에 기반한다'는 말을 들었다. 큰 집에 살아서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굳이 미니멀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실속, 심플 라이프,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로 내 상황을 트렌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꽤 수긍이 가는 논리였다. 하지만 전체 상황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옷장 코칭을 받는 이들의 니즈는 공간에 비해 옷이 너무 많다는 것도 있었지만 지금의 스타일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란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즉, (나에게 안 어울리는, 사도 입지 않을) 옷을 계속 구입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이건 코치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옷을 나눠보면 간단히 나올 문제다. 책 <주말엔 옷장 정리>에는 옷 정리를 위한 4사분면 분류법이 나온다. (1)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 / (2)좋아하지만 잘 안 입게 되는 옷 / (3)좋아하지 않지만 자주 입는 옷 / (4)좋아하지도 않고 거의 안 입는 옷.

거실에 옷을 이렇게 분류하게 되면 (1)번보다 (2)번 칸의 옷이 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2)번 칸은 입고 싶거나 로망인 옷일 확률이 높은데 결국 나에게 어울리지 않거나 상황에 안 맞는 옷을 계속 사고 있다면 이 칸의 옷이 쌓이게 된다.

그래서 옛날에는 잘 살기 위해 보여지는 가치, 그러니까 큰 집, 큰 차, 비싼 옷 등에 소비를 했다면 요즘에는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나를 위한 집, 나에게 맞는 차, 내가 좋아하는 옷 등에 소비를 하는 것이다. 그게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는 있지만 남들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고 나라는 사람에 집중하는 삶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즉,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무엇을 앞에 놓느냐에 따라 인과관계가 달라진다.

2년의 길고 길었던 코로나 시대가 마무리되고 '일상 회복'을 논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잠들어있던 옷장을 깨우고 현재 시점에서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만남이 줄어드는 걸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건, 그만큼 자기 속내를 감추고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만났던 이들이 많았단 소리다. 거리두기를 통해 깨닫게 된 꾸밈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마스크로 인해 화장을 줄이니 얼마나 편할까요? 물론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과도하게 많은 옷에 대한 고민 등은 일상회복 단계에서 차차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에 하의 2벌과 상의 2벌을 샀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강의를 했지만 이번에는 셔츠를 입고 해볼까 해서 강의용(물론 일상복으로도 가능) 셔츠를 하나 구입했다. 비대면 강의에서 일상회복의 대면 강의로 바뀐 상황에 대한 나의 새로운 마음가짐이다.

이로써 여름 옷은 총 12개(상의, 하의 각각/운동복, 실내복 제외)가 되었다. 12개로 여름을 나기가 충분하냐고? 매일 출근하지 않는 나에게는 충분한 양이다. 친구들 만날 때, 공식적인 자리. 이 두 가지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옷만 갖추면 나의 옷장은 충분한 셈이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알고, 나에게 맞는 옷을 잘 갖추고 있는가? 나에 대한 질문을 잘하면 '미니멋'은 그냥 온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

*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에서 <217 미니멋 프로젝트>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스타일싱크맞추기#일상회복스타일#미니멋프로젝트#일상회복옷장정리#4사분면옷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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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경영 코치. 실패와 낭비를 줄이는 주체적 옷입기 <선순환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노트] 쇼핑 오답 노트 / 영화 4줄 리뷰 노트 / 작심삼글 글쓰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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