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소속 현직 사회복무요원 40여명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궐기 집회를 열고 '강제노동 철폐', '국제노동기구 협약 이행' 등을 촉구했다.
사회복무요원은 병역법에 따른 신체검사에서 1~3급 현역 판정이 아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에게 사회복무 형식으로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사회복무요원은 1년 9개월 동안 관공서, 학교, 요양원,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일해야 한다. 이날 집회에 나선 이들은 '이는 국제적 기준에서 명백한 강제 노동으로, 특히 잉여 징집병의 비군사분야 활용을 강제노동으로 보고 금지해 온 ILO 29호 협약에 위배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ILO 29호 협약 비준을 위해 신체검사 4급 판정자들에게 현역 복무 선택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을 단행했다. 선택권을 주었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해 비준된 ILO 29호 협약은 지난 4월 20일 발효됐다.
이날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사회복무요원노조 전순표 위원장은 "4월 20일부터 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이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10일째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노동 강요를 이어오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동사무소, 요양원, 지하철역에서의 강제노동이 합리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한국은 심각한 허리디스크를 가진 이에게 육체노동을 강요하고,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 민원 응대를 시키고, 뇌종양이 있어도 손가락이 절단되었어도 강제 노역에 동원하고 있다"며 "건강 문제로 군대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시급 3천 원을 주고 착취하는 이곳이 과연 문명 국가가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정석환 병무청장에게 1대1 토론을 제안드린다. 만약 저를 설득하시는데 성공하시면 즉시 모든 활동을 그만두고, 노동조합을 해산하겠다"며 "현재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쓰이는 세금이 매년 1.5조 원이다. 이 세금을 아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즉시 현역병 월급 200만 원을 보장하자"고 주장했다.
시민대표로 발언에 나선 A씨는 "저는 사회복무 당사자가 아닌 여성입니다. 저는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힌 후 "섬세하고 여린 성격을 가졌던 제 지인은 학창시절 심각한 괴롭힘을 당해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군면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청년들이 군면제를 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착취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아픈 이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는 정말 괜찮은 것인가요?"라고 물은 후 "소수자 집단의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는 제도가 도대체 언제까지 존속할 지 모르겠습니다. 각양각색의 아픔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회는 조금도 괜찮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노조 김승주 조합원은 "사회복무와 면제 중에서 선택권을 주었다면 그것은 선택권을 준 게 맞지만, 사회복무와 현역 중에서 선택권을 준 일은 선택권을 준 게 아니다.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은 사회복무제도 탓에 북한, 중국, 소말리아와 함께 전세계 최후의 강제징용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이 집회를 끝으로, 더 이상 현역과 사회복무요원들이 서로를 갈라쳐서 서로의 족쇄를 자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우리들이 노예가 아님을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라며 "전세계 최후의 강제징용 국가 대한민국은 사회복무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복무 중인 모든 사회복무요원을 즉시 소집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사회복무 폐지하라', '강제징용 배상하라', '남성착취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