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5.18민주광장 등에 마련된 <호명呼名 5.18거리미술전>(5.7.~5.30.)에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신천지 이만희 교주에 대한 풍자를 담은 작품이 등장하자, 광주광역시 및 주관 단체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이번에도 광주시 측이 해당 작품을 검열하거나 철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시는 지난 2014년 9월 홍성담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 전시를 불허해 논란에 휩싸였다(관련기사 :
'박 대통령→닭' 작품 수정했지만... 결국 '전시 유보' http://omn.kr/9pvg).
지난해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위탁 기관인 아시아문화원 측이 고 윤상원 열사 일대기를 그린 작품전에서 작가의 동의 없이 작품을 검열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아시아문화원 측은 하성흡 작가의 '광주의 입-투사회보를 만들다' 작품에 새겨진 '전두환을 찢' 문구를 임의로 삭제했다. 해당 문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이 시민군 트럭에 걸었던 현수막에 새겨져 있던 내용이다. 당시 아시아문화원 측은 검열 관련 논란과 관련 사과 의사를 밝히고 작품을 원상 복구했다.
'호명呼名 5.18거리미술전'은 광주민족미술인협회에 의해 기획됐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번 거리미술전을 총괄한 김화순 기획자를 1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작품이 논란되는 수준 넘어섰다고 생각"
- 5.18거리미술전 풍자그림 '다단계(multistep)'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원래 대통령은 풍자화에 자주 등장해요. 그런데 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는지 모르겠어요. '다단계'는 이번 미술전에 참가한 박성완 작가가 이 시대의 인물들을 5개 계급으로 나누어 묘사한 작품이에요. 왕정, 종교, 군인, 중산층계급, 노동계급이 순서대로 등장해요. 자본주의 계급도를 모티브로 5개 층을 구성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요. 대통령도 있고, 종교인도 있어요.
풍자화를 그릴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를 써야 해요. 그래서 대통령은 풍자화 단골손님이에요. 작가는 지금의 시대를 자기 관점으로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우리 사회가 이 정도 풍자도 할 수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가 보는대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미 이 작품이 논란이 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봐요."
- 이번 거리미술전은 어떤 기획인가요?
"이번 거리미술전은 5.18 관련 예술 작품에 대한 복원과 창작 기획이에요.1980~1990년대 광주에선 원래 거리전이 자주 열렸어요. 금남로와 망월동에서 5.18 학살자들의 얼굴을 리얼하게 묘사해 (그린 작품을 걸어) 두었고, (작품에) 죄목도 새겼어요.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5.18의 한을 예술로 승화시켰어요. 예술 작품을 통해 5.18 진상규명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어요. 이번 거리미술전은 당시의 작품들을 다시 호명하고 5.18의 시선으로 지금의 시대를 그려보기 위해 전국 각지의 작가들에게 작품을 받아 전시하는 기획이에요.
5.18의 시선으로 권력을 묘사한 작품들이 있는데, 5.18은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시선인 거 같아요. 사실 저희도 작가에게 작품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하지 못하는데, 명백한 작가의 표현의 자유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창피스러운 것 같아요."
- 더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5.18은 권력에 대한 저항인데 권력자를 그렸다는 이유로 논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까워요. 그럼에도 논란 덕에 이번 기획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더 많은 분들이 그림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우리 사회가 작가들이 자신들의 관점이나 시선을 마음대로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