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차 영차, 영차 영차..."
25일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낙동강수련원 앞 낙동강에서 아이들의 함성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이들이 큰 바나나보트 같은 고무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젖고 있었다. 수상레저활동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아이들은 저 먼 강까지 나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먼저 걱정부터 밀려왔다. 5월은 낙동강 녹조가 발생하는 시기라, 혹여 아이들이 이에 노출될까 우려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날은 매달 정기적으로 낙동강 물을 떠서 수질 분석을 맡기는 날이었다. 필자가 현장을 찾았다가, 아이들이 수상레저활동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을 마주한 것이다.
낙동강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성 물질이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생식동성을 띠고 있고, 발암물질인데다 특히 사람의 간에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위험한 물질이다. 그런데 녹조가 우려되는 이 시기에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낙동강수련원 앞 낙동강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수상레저활동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걸까.
"5월부터 수상체험활동 전면 중단"이라고 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녹조가 시작되기 전'이라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조심해야 할 시기다. 지난 3월 녹조 독이 농작물에까지 축적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농작물이 학교 급식에도 들어갈 수 있으니 낙동강산 농산물은 모두 급식에서 제외하라는 요구가 환경단체들로부터 나온 바 있다. 또 전교조 대구지부는 이런 수상레저체험활동 교육을 하지 말아 달라 요청했다.
더군다나 지난 5월 9일엔 대구지역 환경 사회 시민 정당 종교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낙동강 대구 공대위)가 대구교육청에 공식적인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3일 '낙동강 대구 공대위'는 그 항의 서한에 대한 답을 받았다. 공대위에 따르면, 낙동강 대구 공대위가 "녹조가 발생하는 낙동강에서 수상레저체험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 대구시교육청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낙동강수련원 수련활동은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매주 실시하는 녹조 수질검사에 따른 조류경보제에 따라 운영하고 있으며, 녹조가 발생하는 시점인 5월 중순부터 9월까지는 낙동강을 활용한 수상체험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낙동강수련원 내 수상안전체험장에서 생존수영 및 수상안전 프로그램으로 변경하여 실시하거나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분명히 "5월 중순부터 9월까지 수상체험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5월 말에 해당하는 5월 25일 낙동강수련원 낙동강 현장에서 수상레저체험활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낙동강 대구 공대위는 26일 규탄 성명을 냈다. "이는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대구광역시교육감 직인이 찍힌 공문을 무시한 처사로 대구시교육청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구시교육청에 항의하고 나섰다.
공대위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녹조의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물질이자 간, 신경, 폐, 뇌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정자와 난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생식독성까지 띠고 있어 선진국인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교육청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녹조 독이 들어있는 낙동강으로 무방비 상태로 내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대구시교육청이 해명하는 바와 같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조류경보제에 따라 운영'한다고 운운하는 것도 얼마나 현실을 모르고 있는지를 자임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현행 조류경보제 상의 취수 지점은 실지로 취수장 취수구와 많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이는 뉴스타파 보도와 지난 국감을 통해서도 지적되었을 정도로 문제가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백번 양보해 조류경보제를 받아들인다 해도 조류경보제로 측정하는 것은 유해 남조류의 세포수지 독성물질이 아니다.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낮다고 해서 독성물질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포 수가 낮아도 독성물질은 얼마든지 높게 나올 수가 있다는 것이 이 문제를 깊게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공대위는 "이와 같은 대구교육청의 행태에 분노치 않을 수 없으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수상레저체험활동 교육을 강행한 대구시교육청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신속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 측 "녹조 상황 괜찮다고 들어 진행... 대책 강구"
26일 오후, 기자는 직접 공대위 측에 대구시교육청의 입장을 전달한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대구시교육청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구교육청 관내 중학교들과 이미 일정 협의를 한 상태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해당 학교와도 협의가 돼 있었다. 보통 녹조가 필 때는 수영장을 활용한 대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대체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리고 환경청에 확인을 해보니 녹조 상황이 괜찮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동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내일 낙동강수련원과 함께 대책회의를 해서 이후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학부모로서 부디 대책회의를 통해 적절한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공대위의 진심 어린 요구, 그리고 사전예방의 원칙에 입각해서 낙동강의 녹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상레저체험활동 교육이 전면 중단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기자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27일 아침 10시 30분경 대구교육청 담당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회의결과를 알려 왔다.
"아침 일찍 회의를 열었다. 회의결과 오늘부터 체험활동 교육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정부로부터 별도의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체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니 오늘부터 낙동강에서의 체험 활동은 중단된다."
다행이다. 아이들이 녹조 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돼서 기쁘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낙동강 대구 공대위 이승렬 공동대표 또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음과 같이 교육청의 참 역할에 대해서 역설했다.
"교육청이 해야 할 참 교육은 지금 낙동강의 상황이 어떤지를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는 것이어야 한다. 잘 흘러가던 낙동강이 보로 막히면서 녹조가 창궐하고, 그 녹조의 독이 농작물과 물고기에까지 축적되고, 그것이 우리 사람들에게 다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는 현실을 아이들에게 바로 전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 것인지를 아이들과 토론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면서 4대강 사업의 폐해에 대해 밝히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