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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백세시대'에 대한 55년생 내 또래들의 생각은 엇갈린다. 누군가에겐 축복, 누군가에겐 재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무병장수란 애당초 불가능, 우리 앞엔 죽음으로 가는 유병장수의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대개 생각한다.

주변에 부쩍 늘어난 걱정주의자들, 가끔 뜬금없이 토론에 돌입한다. "본의 아니게 오래 살게 된" 우리들의 장수 대책을 구상하고 실행하자는 거다.

노인이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시대

"No Professors Zone이라고 들어봤니? 글쎄, 대학가 카페나 치맥 가게에 교수출입엄금 표지판을 붙인 곳이 있대. 이건 No Kids Zone이나 No Pets Zone 같이 No 꼰대 Zone 아니겠니? No 50 Zone 이라면 나이 기준으로 국경선을 설정하는 거잖아. 좀 우울해."

한 친구의 말에 뜨끔해진다. 또 한 친구가 나선다.

"'어르신'이란 호칭도 좀 듣기 거북하지 않니? 그 단어엔 존경이 전혀 담겨 있지 않잖아. 그저 나이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됐어. '어른'은 드물고 생물학적 '어르신'들만 늘어난다고 보는 젊은 친구들의 생각이 배경에 깔린 것 같고 말이야."

다른 친구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젊은 친구들이 노인들을 존경하고 싶어도 딱히 존경할 무언가를 찾기 힘든 거 아닐까? 디지털 문해력 이슈만 해도 그래. 20대, 30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잖아. 상대적으로 모바일 기기 사용에 서툴 수밖에 없는 60대, 70대를 속으로 우습게 여기고 놀려먹는 거지."

"정말 그래. 요즘 60대 이상 인구의 디지털 문맹률이 문제야. 사회교육기관이 디지털 문해 교육을 60대 이상 인구에게 확대해 주면 좋겠어. 디지털 기기를 더 잘 쓰려면 딸, 며느리나 아들, 사위에게 지도 편달을 많이 받아야 되더라. 나는 모바일 뱅킹을 못했거든. 근데 며느리가 말귀 못 알아듣는다고 타박하면서도 계좌이체 하는 법을 가르쳐 주더라고. 은행 안 가도 되니까 너무 편해졌어."


황혼 육아 서비스 제공자로서 며느리에게 디지털 튜터링을 당당하게 요구했다는 친구다.
 
노년의 오후 시간부자가 된 노년의 하루를 함께 하는 바둑 친구들.
노년의 오후시간부자가 된 노년의 하루를 함께 하는 바둑 친구들. ⓒ 정경아
 
"맞아. KTX 티켓을 매번 아들한테 예매해 달라하기가 점점 미안해지더라고. 아들이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묻길레, 스마트폰으로 기차표 사는 걸 가르쳐 달라고 했어. 한 시간 만에 뚝딱 다 배웠어. 이젠 밀키트 주문이나 온라인 쇼핑 반품도 척척할 수 있어. 병원 예약도 전화 대신 앱으로 해결하거든. 휴, 이 멀미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식들에게 곧바로 민폐 엄마가 돼 버리더라."

다들 박장대소하며 공감. 패스트푸드점뿐 아니라 카페마저 키오스크 주문이 확산되는 요즘이다. 주문대 앞에서 어눌한 손놀림으로 꾹꾹 누르다 보면, 뒤에 서 있는 젊은 친구들의 따가운 눈총에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

농경시대에 태어나 하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노년을 맞이한 베이비부머들의 가혹한 운명을 탓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죽는 날까지 배워서 자식들에게 덜 미안하자"는 결의까지 채택한다.

증여, 상속 외에 이야기 해야 할 것들

근데 모바일 기기 사용 능력만으로 노인들에 대한 존경심 저하 추세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60대 이상 노인들의 애티튜드 문제로 간다.

"방금 전에 지하철 타고 오는데 엄청 시끄럽더라고. 70대, 80대 노인들이 지하철 속에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어. 그분들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걸 보니까 말없이 서있는 젊은이들 눈치가 보이더라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데 이거, 진짜 심각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 오전 10시경 지하철을 타면 승객 1/3은 거의 노인들이다. 이 공짜 승객들은 이미 포화상태인 경로석을 넘어 거리낌 없이 유료승객들의 좌석에 앉는다. 때론 앉아 있는 젊은 유료 승객들 앞에 서서 은연중 "양보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동행이 있으면 큰 소리로 대화하고 껄껄 웃어댄다. 청력이 안 좋아서일까? 스피커폰을 켜놓고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주위 승객들에게 대방출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거의 만행 수준이다.

분위기를 돌리자며 한 친구가 최애 트롯 가수 영탁씨가 부른 노래 '꼰대 라떼'를 소개한다. 이 땅의 나이든 세대가 지닌 권위주의적 행태 덕분에 'kkondae'가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등재된 기념으로 발표한 노래 같다나. 다들 웃음을 참지 못한다. 한편, 다양한 정보와 세상 흐름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인들의 특성상 시야협착증을 스스로 경계하자는 그 친구의 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나 65세 이전에 죽지 않으면 노인이 된다. 그런데 나이 먹는 일은 갈수록 만만치 않다. 신체적 한계에 좌절하고 의기소침해지는 건 정상. 세상에 뒤처진 느낌 같은 멘탈 관리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엔 사회적 존경 없는 노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멀거린다.

산업화시대의 주역이었던 오늘의 60대 70대들. 이제는 다음 세대들을 위한 멋진 조연자의 역할을 모색할 때다. 황혼 육아나 부동산 증여, 상속 외에 우리가 후배 세대와 나눌 수 있는 것, 물려줄 수 있는 것을 함께 찾아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노년 세대가 쌓은 경험이나 통찰을 저평가하지 않으면서 노년의 조언과 지지를 끌어내는 지혜를 후배들에게 기대하는 건 과욕일까? 미친 속도로 진행되는 디지털혁명시대, 노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https://brunch.co.kr/@chungkyunga


#베이비부머#백세시대#유병장수#디지털문해력#애티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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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울 것 하나 없는 직장생활 30여년 후 베이비부머 여성 노년기 탐사에 나선 1인. 별로 친하지 않은 남편이 사는 대구 산골 집과 서울 집을 오가며 반반살이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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