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은 여태 진보 시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기득양당의 시소게임 속에서 진보정당은 기회조차 얻질 못했습니다.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전의 유일한 진보시의원 후보입니다. 진보정치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소중한 지지에 책임감을 느끼며 선거에 임하고 있습니다. 양당의 낡은 질서를 깨고 부정부패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대전시에 필요합니다."
오는 6.1지방선거에 오른 진보당 이은영 대전시의원(대덕구 제1선거구) 후보가 지지를 호소했다. 양당정치의 견고한 벽을 허물고 다당제 정치개혁을 이끌자는 목소리다. 지난 11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은영 후보는 대전지역 진보단일후보(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로 출마한 신예 정치인이다. 대전의 유일한 진보시의원 후보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20년간 사회운동에 몸 바쳐 온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정치에 도전한다. 지난 기간 동안 진보의 가치를 동력 삼아 어려운 길을 닦아온 그가 출마한 이유는 '후퇴한 지역 양당정치 쇄신'이다.
이 후보는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 자리에서 정치력을 가진 양당의 얼굴은 늘 볼 수 없었다.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은 중요하고 시민의 불안정한 삶은 돌보지 않은 기존 정치를 바꿔야 한다"며 지역 유권자가 진보정당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어 "민생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돌보는 시의원이 되겠다"라는 포부를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연대하며 가졌던, '그냥 지나칠 수 없던 마음'이 20년의 활동을 이었듯이, 새롭게 도전하는 정치의 길에서도 그 마음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역에서 '사랑의 몰래산타'를 운영하며 장애가정, 다문화가정, 비정규직 해고가정을 찾아 차별 없는 존중의 문화를 전파했고, '우리동네 노동조합 대덕유니온'을 만들어 '점' 같이 고립된 지역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노동인권 확산, 노동정책 연구 및 제안 등의 내용으로 최근까지 활동해 왔다.
또한 '대전 대덕구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정 조례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아,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경비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일을 도모해왔다.
이 후보는 대전시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 대전시 노동예산 및 기금 확보 ▲ 5인 미만 사업장 지원 조례 제정 ▲ 제로에너지 건물 확대 ▲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 가사돌봄관련 공공플랫폼 구축 ▲ 성평등 임금 공시제 의무화 확대 ▲ 생애주기별 여성건강지원센터 건립 ▲ 프랜차이즈 가맹주 노동조합 결성 보장 등의 공약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출마와 관련해 이 후보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본 선거운동 전에 진행한 인터뷰는 이 후보가 출마 전까지 활동 거점으로 삼은 마을 공간에서 진행했다.
"정치 도전? 누군가는 물꼬 터야 하지 않나"
- 정치 도전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불평등 사회가 변하지 않죠. 제가 몸 담고 있는 진보당은 바꿔야 하는 사회를 방관하지 말자는 의지가 있어요. 제 의지이기도 하고요. 대선이 끝난 직후라 이번 지방선거는 더 치열한 느낌이에요. 양당끼리의 싸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보정당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민중들이 정치할 수 있는 더 좋은 시대가 오게 되리라 믿어요.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색깔의 정치인을 발굴해낼 수 있겠죠. 그럼 지금부터라도 누군가는 물꼬를 터야 하지 않나, 정치에 발을 내디뎌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내가 해봐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어요."
- 첫 선거 출마라 긴장감이 클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죠. 활동하면서 거리 서명 받을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달라요. 후보자로서 잘 어필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있어요. 더 조심스럽죠. 그렇지만 함께하는 당원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가족도 큰 힘이 돼요. 제 신념으로 버텼던 활동이 지역사회를 바꾸는 정치로 이어질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줘요. 대화 자체가 달라졌어요. 학생운동부터 해서 20년간 운동가로 사는 동안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활동을 지역 정치로 녹여내겠다고 하니까, 이젠 정치를 통해 바꾸겠다고 하니까 더 이해되시나 봐요. 제가 해왔던 활동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활동이었다는 것을 알아주시는 거죠. 비로소 인정받게 된 거죠. 선거를 계기로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지역살림과 진짜 진보정치 해낼 것"
- 선거 공약을 보면 '노동' 관련 공약이 눈에 띈다. 그간의 활동과 관련이 있나.
"보통 하나의 사업장에서 한 개의 직업군이 사용자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받는데, 그 테두리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어요. 그 한계를 넘기 위해 만든 게 '우리동네노동조합 대덕유니온'이에요. 대덕구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이 대덕구 소재면 가입할 수 있어요.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주된 활동 지역이 대덕구라면 가입이 됩니다.
각자 일하는 곳이 다르고 직종도 다른 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지역노동조합으로 묶여 자신의 노동환경을 개선시키는 활동을 해요. 초단기 방역 일자리 노동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마트 노동자, 방과 후 강사 등이 조합원입니다.
당선되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소속 없는 노동자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싶어요. 늘어난 1인 자영업자 또한 노동자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요. 본사에 종속되어 일하는 사장님이 대다수죠. 당선된다면 이들 모두가 지역사회 정책을 통해 차별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일할 겁니다. 분석을 통해 노동 관련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여 일하는 사람의 행복을 보장하겠습니다."
- 구체적 설명을 덧붙이고 싶은 주요 공약이 더 있는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공약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대덕구는 '탄소중립' 정책 시행과 관련하여 작년에 최우수 지자체로 선발됐어요. 좋은 정책이 많았죠. 특히 '탄소인지예산제'를 도입하여 실행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각 정책 추진 시 온실가스 배출 영향도를 평가하여 예산 수립에 반영하는 거죠. 기후위기 시대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되는 우수한 정책입니다. 저는 이 정책을 대전시로 꼭 확장하고 싶어요.
또한 노후한 건물을 '제로에너지' 건물로 전환하는 공공사업을 통해 지자체 탄소 배출량 감량을 실천하고, 기후위기로 더욱 고통받는 취약층을 위해 '에너지 공공성 강화 정책'을 마련할 겁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자본과 기업의 통제가 핵심입니다. 개인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은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공동체의 작은 행동이 연대로 이어져 자본과 기업을 견제할 수 있죠. 오래도록 공동체를 꾸려 활동해 온 저는 그 힘을 잘 압니다. 공동체의 연대가 만든 힘이 행정에 잘 발휘될 수 있도록 가교 구실을 충실히 할 계획입니다."
- 진보시의원 후보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다면.
"지역정치를 위한 환기가 필요해요. 양당에 매몰된 정치는 좋은 순환을 할 수 없습니다. 제게 역할을 준다고 해도 모든 걸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죠. 체제의 전환은 단번에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변화는 생길 거예요. 저는 그 변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시의회에서 제 역량을 다 쏟고 싶습니다.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실행할 수 있는 지역살림을 하겠습니다. 진짜 진보정치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