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가 6.1지방선거 이틀 앞두고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 전문을 공무원 전원이 볼 수 있는 내부 통신망으로 배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부 공무원과 해당 후보 측은 '공무원 정치중립'을 위반했다며 직접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소통관실 측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문제 없다는 자문을 받고 배포했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3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5월 30일 오전 10시 50분께 강릉시청 내부 통신망인 '강릉시 메신저'에 6.1지방선거에 출마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임명희 정의당 강릉시장 후보의 긴급 공동기자회견 전문(PDF)이 올라왔다.
선거운동기간 중 특정 후보자들의 주장이 담긴 기자회견 전문이 내부 업무 통신망의 공람 형태로 전직원에게 전달된 전례가 없다는 게 다수 공무원의 증언이다.
이날, 김우영 더불어민주당·임명희 정의당 강릉시장 후보는 오전 11시 강릉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진영 후보들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김우영 후보는 국민의힘 김홍규 강릉시장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다. 임 후보는 현직 강릉시장인 김한근 무소속 후보의 부동산 투기를 비롯해 친인척을 동원한 차명 투기 의혹을 거론했다.
문제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 측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기자회견을 강릉시 전체 공무원이 보는 내부 시설망에 올리는 행위가 적절했냐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김홍규 후보와 관련된 건 검증되지도 않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이를 1400여 명의 공무원이 볼 수 있도록 배포한 것은 이를 통해서 김홍규 후보 비방 내용을 알리려는 목적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A씨는 "선거 기간에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민감한 내용을 굳이 전직원이 열람하도록 발송한 건 유력 후보들에 대한 줄서기"라면서 "공직생활을 하며 여러 선거를 봤지만 이런 식의 문건은 처음 받아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 역시 "해당 문건은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내용이 자세히 적혀있는 자료였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자료를 발송한 강릉시청 시민소통관실 측은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소통관실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가지고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에 자문을 받아봤는데 '공개되는 보도자료이기 때문에 누구한테 가도 상관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앞으로 보도자료 나갈 때 좀 더 주의해 전직원 배포는 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6.1 지방선거에서 김홍규 국민의힘 후보는 43.92%(4만3887표)로 29.68%(2만9661표)를 얻은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강릉시장으로 당선됐다. 김한근 후보는 24.11%(2만4091표)로 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