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경찰국(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등 통제 방안을 두고 경찰 안팎에서 후폭풍이 불고 있다. 21일 오후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발표를 전후해 경찰과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1인시위가 쏟아졌다. 전국의 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들은 국회 의견서에 이어 중앙경찰학교로 모여 공동 대응에 나선다. 이들의 목소리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라는 비판으로 모인다.
'경찰 통제' 비판받은 행안부 자문위 발표 내용은?
전국적 반대 움직임에도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권고안'을 예정대로 발표했다. 행안부가 인사권·감찰·징계 등 광범위한 기능과 업무를 맡아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은 경찰 관련해 법령 발의·제안, 소속 청장 지휘, 인사제청, 경찰위 안건 부의, 수사규정 개정 협의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 지원조직이 없다'라며 '신설'을 권고했다. 동시에 경찰청장 직접 지휘를 위해 규칙을 제정·운영하도록 했다. 자문위는 소속 청이 있는 7개 부처 모두 관련 규칙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후보추천위나 제청자문위를 설치해 경찰 공무원에 대한 행안부의 인사제청을 보장하고, 청장을 포함한 고위직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절차 개선도 권고안에 명시했다. 자문위는 경찰의 효율적 임무 수행 방안도 제시했는데, 적정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며 순경 등의 고위직 승진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다. 장기적 과제로는 근본적 개선 방안으로 대통령 소속 가칭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설치하라고 건의했다.
자문위가 '민주적'을 표방했지만, 정작 경찰들은 부정적 반응을 표출했다. 이동욱 부산경찰청 직장협의회 16개 관서 대표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결국 경찰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러면 국민이 아닌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법 개정도 아니고, 여론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 중"이라며 "너무나 성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도 자문위 발표 직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하는 경찰국 설치 반대' 입장을 낭독했다. 기자회견을 연 대표단은 "국민적 합의 없는 행안부의 독단적 경찰 통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라며 자문위 권고안 철회를 주장했다. 나아가 경찰 통제가 아닌 "민주적 견제를 위한 국가경찰위, 자치경찰위의 지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경찰들의 직접행동... "정권 눈치 보라고?", "독립성 훼손"
이소진 경찰청 직협위원장은 같은 곳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행안부 경찰 통제는 헌법 권력분립 위배와 국민 인권 침해의 결정판", "경찰의 민주성·독립성·책임성은 영원불변의 가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시민단체도 정부서울청사로 달려갔다. 기자회견을 연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경찰개혁네트워크는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가 아닌 민주적 통제와 권한 분산, 축소가 경찰개혁"이라고 자문위와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계획이 "대통령-행정안전부장관-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경찰 조직 차원의 반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화상회의를 열어 대책 논의에 들어간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후 자문위 권고에 대해 반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20일에도 간부회의에서 "권고안은 경찰법 정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현장 경찰들은 중앙경찰학교로 모인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추진은 독재시대 유물인 치안본부로의 회귀'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20일 국회에 냈던 전국경찰 직협 회장단은 공동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회의를 통해 경찰 통제에 대한 비판 성명을 함께 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