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생각치도 못했던 여러 곤충이 이상 증식하여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장맛비가 지나간 며칠 사이에 사랑벌레(lovebug) 이슈가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다. 은평구와 고양시 일대에 러브버그가 창궐하여 시민들의 불편함을 유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검은 벌레의 정체는 털파리과(Bibionidae)에 속한 계피우단털파리(Penthetria japonica)로서 짝짓기를 하며 떨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lovebug'라는 별칭으로 불리운다.
교미 시간을 오래 끄는 이유는 수놈이 자신의 DNA를 남기기 위한 이기적인 행위다. 다른 수컷과의 짝짓기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곤충 세상에는 장시간 교미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러브버그는 외국에서 침입한 종이 아니며 갑작스레 발생한 현상도 아니고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지도 않는다. 오뉴월 계곡 주변에서 언제든 관찰할 수 있다.
숲의 분해자 역할을 하는 러브버그
사랑벌레 유충은 낙엽을 비롯한 유기물을 먹어 치워 숲의 분해자 역할을 한다. 올해 6월까지 가뭄이 이어지다가 며칠 사이에 장맛비가 내리면서 생육환경이 맞아떨어져 대량 발생했다.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모기처럼 물지도 않고 파리와 같이 전염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에 이상 증식하면 미움을 한껏 받는다. 사람의 감성과 이성은 별개의 문제라 아무리 타당한 설명과 해석이 주어지더라도 징그러움을 없앨 수는 없다.
서울 은평구 통일로 연서시장에서 어묵 가게를 하고 있는 김명희(64)씨의 말이다.
"저번 주 목요일부터 4일간 가게 문을 닫았어요. 희한해요. 아침 9시에는 새까맣게 날아다니다가 11시를 넘기면 다 사라지거든요. 분식을 팔기 때문에 오픈 전에는 비닐을 덮어서 파리를 막고 있어요. 식초에 물을 타서 뿌리면 효과가 있다고 해서 실행해 봤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고요. 지금은 모기향을 여러 군데 피워 놓고 있습니다만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길어봤자 5일이면 사그라든다
짝짓기 후 암놈은 100~300개의 알을 식물성 유기물 주변에 낳는다. 애벌레는 흙색에 듬성듬성 털이 나 있고 꾸물꾸물 구더기처럼 움직이므로 인간 친화적인 모습이 아니다. 알은 2~4일 후에 부화하여 썩어가는 식물질을 먹고 살며 약 4개월 후에 번데기로 변신했다가 일주일 후면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종에 따라서는 애벌레로 겨울을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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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파리과 애벌레. 썩어가는 식물질을 먹는 환경미화 곤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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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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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벌레의 수명이래 봤자 3~7일 정도라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저절로 없어진다. 오히려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인간과 환경에 더 안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러브버그가 활동하는 기간은 길어봤자 10일 정도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무더운 여름날 생존 필수템인 에어컨 실외기에 러브벌레가 새까많게 들러붙으면 냉방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실외기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면 좋을 것이다. 시장 상인의 입장에서는 손님이 기피하는 요인이 되므로 포충기를 설치하고 벌레가 틈입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면 된다.
허약한 놈들이라 방충망을 뚫지는 못한다. 창문의 벌어진 틈새, 전깃줄을 내기 위해 뚫은 구멍으로 옥내에 들어오므로 단속을 잘해두면 괜찮다. 부득이하게 방충망이 없는 창문을 열 때는 선풍기를 틀어서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2020년에는 은평구 봉산 일대에 대벌레가 창궐하여 불편함을 주었고 2019년에는 질병관리청에서 화상벌레(청딱지개미반날개) 주의보를 내렸었다. 수 삼년 전에는 밤누에산누에나방이 대량 발생하였으며 뒤를 이어서 매미나방의 습격이 있었고 갈색여치도 엄청난 수로 불어나 불쾌함을 주었다. 매년 예상치 못했던 곤충의 이상 증식이 계속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빅 데이터의 시대다. 모니터링을 통해 범람의 조짐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방책을 고민한다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