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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래를 좋아하는 한 새내기 변호사 이야기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넷플릭스 대한민국 시리즈 1위 등극에 이어 4회 방영만에 시청률 5%를 돌파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아래 우영우)> 이야기다. 눈에 띄는 특징은 법정 드라마의 허와 실을 간파하고 있는 법조계 인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부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수 변호사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영우>를 보다가 떠올린 '첫 마음'을 꺼내놨다. 그는 "드라마 대사 중 가장 감동한 것은 '법은 마음을 중시합니다'라는 말이었다. 과한 배경음악을 깔고 울고불고 하는 법정 드라마에선 느끼지 못했던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법 공부를 시작할 땐, 누구나 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거다. 그러다 일하다 보면 동료들과 '벼넥시트(변호사+exit의 줄임말로 변호사업계를 떠난다는 신조어)' 한다는 자조적인 말도 하고 살지만 (우영우 변호사를 보며) 처음 마음이 생각났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 ENA
 
형사 사건 처리 중 보통 떠올리기 쉽지 않은 민법 조문을 꺼내 해결하는 장면에선 "무릎을 쳤다"고 했다. 우 변호사(박은빈 분)가 겪고 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보다, 그의 실력이 돋보인 장면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 장면이 변호사 업계의 현실적인 장면이라고도 했다.

그는 "변호사들끼리는 물론 첫 인상도 보지만, 막상 사건에 들어가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쟁점을 상대 또는 파트너 변호사가 짚어내면 인정하는 게 있다"면서 "변호사가 변호사를 인정하는 그 모습이, 장애 여부를 떠나 실력을 보고 인정하는 그 지점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드라마가 드라마이기 위해' 묘사한 판타지도 짚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한복판에 있는 대형 로펌에서, 갓 출근한 새내기 변호사가, 공익 사건을 전담하는 현실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대기업 회장 등 부유한 의뢰인의 "아주 작은 사소한 일까지 챙겨야" 큰돈을 벌 수 있는 현실은 그려냈지만, 최고의 법률 인재들이 공익 사건에 온전히 투입되는 장면은 현실에서 보기 어렵다는 것.

박 변호사는 덧붙여 '을들을 위한 대형로펌'이 비현실이 아닐 수 있는 보편적 법률 서비스 제도를 이야기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개인이 공동의 피해자들과 함께 제기할 수 있는 집단 소송제에 관한 이야기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현실 변호사 모습 그대로의 우영우 변호사"
 
- <우영우>를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고 했다. 어떤 장면이었나.


"(형사 사건에서) 민법 조문을 찾아낸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과 다르게 살인미수로 걸린) 공익사건에다가 검찰에서도 집행유예를 주겠다고 한 사건인데, (그렇다면 보통) 검찰에 맞추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주 주요한 논점인 민법 1004조(상속인의 결격 사유)를 언급했다. 형사 사건의 경우 그 사안에만 매몰되다 보면 놓치기 쉬운 대목이었는데, 이걸 딱 언급하는 장면이 놀라웠다." 

(*기자 주 : 민법 1004조,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 극 중에서 우 변호사는 고령의 피의자가 남편을 폭행, 상해죄가 아닌 살인미수로 기소된 형이 확정될 경우, 상속 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깨닫고 집행유예가 아닌 무죄를 다투기로 판단했다.)

- 이런 경우가 흔한가.

"만일 회의하다가 누군가 짚어냈다면, (실제 변호사들도)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을 부분이다. 형사하면서 민사, 가족법(민법) 부분은 놓치기 쉬운데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놀랐다. 좋은 드라마다, 싶었다."
 
-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와 그의 동료들간 파트너로서의 관계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처음 파트너 변호사가 우 변호사를 인정하지 않는 장면이 있지 않나. 사실 변호사들끼리는 첫 인상도 보지만 막상 사건에 들어가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쟁점을 상대 또는 파트너 변호사가 짚을 때, 인정하게 돼있다. 변호사가 변호사를 인정하는 그 모습이 사실적이라고 느꼈다. 내가 몰랐던 걸 짚는 서면이라도 받으면 '아!' 하면서 감탄이 나오기 마련이다. 장애 여부를 떠나, 실력을 보고 인정하는 그 지점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드라마라는 평도 나온다.

"임대료가 어마어마하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드라마에선 서울 강남구 역삼역 바로 앞) 사무실을 얻으려면, 한 층 얻는 데 한 달에 몇 억씩 든다. (드라마 정도 사무실이면) 몇 십억 원씩 나간다. 기사에 관용차까지 하면... 어마어마한 유지비가 들 거다. (현실 속 그 정도) 법무법인은 사람을 갈아 넣어 나오는 매출로 유지된다. 우영우 변호사급 신입 연차들은 대개 사건을 가려 맡을 수 없다. 위에서 내려오는 사건들을 닥치는 대로 해야 할 때가 많다. 물 밑에서 (로펌을 유지하기 위해) 발이 움직이는 모습보다, 물 위에 떠오르는 몇 가지 공익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분명 판타지다. 그러나 드라마가 판타지가 아니면 누가 보겠나(웃음)."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 ENA
 

- 현실을 그려낸 면들은 어땠나.

"(부유한 의뢰인들이 나오는 편을 보고)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더욱 평등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대형 로펌의 경우를 보면) 돈 되는 손님들의 아주 작은 사소한 일까지 해결해주는 데 집중할 때가 있다. 그런 게 큰 건들과 연결된다. 법 제도 때문이다. 집단소송제 등이 도입되지 못하다보니, 공익 사건에 집중하는 쪽은 (수임료가 거의) 무료에 가깝게 하는 거고. 권력자들이나 재계 실력자들 일을 해야만 대형 건물의 화려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일부 로펌 홈페이지 들어가면 깜짝 놀랄 만한 것들도 있다. 일제 전범기업을 대리한 것들도 나오고. (그런 기업들은) 조용히 해결할수록 돈을 싸들고 온다."

- 우영우 변호사가 사건 당사자의 눈물 앞에서도 실마리를 찾자 동요 없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소 취하를 원하는 이에게 '승소에 준하는 수임료를 지불해야한다'고 감정 없이 고지하는 모습은 어땠나.

"변호사들은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쓴다. 의뢰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힘들어하는 상황이더라도, 문제의 해결점을 찾으면 굉장히 즐거워지는 거다. 정말 유레카! 하고.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나. 정말 현실적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증상이라기보다, 변호사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훈련되어지기도 한다. 주니어 변호사들은 감정에 치우치기 쉬우니, 조심하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 감정보다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예전 법정 드라마들은 (냉철한 변호사들의 모습을) 비판하면서 너무 감정에 과잉된 변호사를 비춰 현실적이지 않았다. 리걸마인드(법적 사고방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우 변호사의 모습을 보니 (교과서에선) 지향하는 모습이지만, 그게 또 맞을까 생각도 했다. 다만 법률가들이 감정에 따라 판단하면, 사람들은 법 시스템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예측 가능한' 판단을 학교 다닐 때부터 강요받다시피 배우는 거다. 그런 (법조인의) 모습을 우영우라는 인물을 내세워 정확히 짚어준 거라 생각한다."

- 우영우 변호사를 통해 법조인의 고민도 함께 드러냈다는 평이다.

"대사 중에 제일 감동한 것은 '법은 마음을 중시 합니다'라는 대사였다. 과한 배경음악을 깔고 감정동요하며 울고불고하는 다른 법정 드라마에선 느끼지 못했던 충격을 받았다. 변호사들의 마음을 흔든 지점이었을 거다. 법 공부를 시작할 땐 누구나 법을 사랑하고 정의감에 차서 시작한다. 일하다보면 또 동료들과 '벼넥시트(변호사+exit의 줄임말로 변호사업계를 떠난다는 신조어)'한다는 자조적인 말도 하고 살지만, (드라마를 보니) 처음 마음이 생각나기도 했다."

"1%를 위해 일하는 성공한 변호사" 모순이 현실인 드라마밖 세상

- '특별한 의뢰인'들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드라마에선 법 지식이 없는 보통의 의뢰인 이야기도 나온다. 말대로 공익사건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실존하기 힘든 게 현실인데.

"가장 뛰어난 사람이,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것들까지 챙겨주며 산다고 했지 않나. (그 모습이) 법조인으로서 성공으로 자부되기도 한다. 양극단에서, 공익변호사로 슈바이처 박사처럼 헌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슈바이처 박사가 많아도, 어려운 사람들을 다 도울 수 없다는 것이다.

보편적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송비용이나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보험처리할 수 있는) 법률보험 도입이 추진되고, (1인 또는 다수 피해자가 가해 대상을 상대로 소송, 승소 시 동일 피해자들도 구제 받는)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 '을'들을 위한 법률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법을 모르는 분들은) 보통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법에 호소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한다.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서명도 제대로 하지 않기도 한다. 반대로 상위 1%의 사람들은 조그만 한 일도 다 법으로 끌고 온다. 법으로 얼마나 간명하게 해결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좋은 로펌에 가서, 최고의 인재들을 앞장세워 자신들을 변호한다. 그 반대편은 가난해서 비용을 지불하기도 힘들어 하고."
 
- 집단소송제는 왜 실현되지 못하고 있나.


"민주당 정권에서는 집단소송법이 통과 될 줄 알았다. 법무부에서 발의한다고 해서 토론회도 갔는데... 소비자들의 작은 손해들을 모아 보상받는 법안이다. 우영우 같은 유능한 변호사들이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존재하려면 필요한 법안이다. 미국 등에선 시행되고 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도 실화 영화(환경 오염을 일으킨 기업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벌인 이야기)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집단소송을 통해 공익 사건을 해결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익사건에 뜻있는 변호사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돈도 벌고, 공익적인 일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갑을 위한 로펌만 있는 게 아니라, 공익 집단 소송을 위한 대형로펌들이 있다. 두 로펌이 (강 대 강으로) 붙는 거다. 제도가 되니,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법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맞는 건 (법이) 강자들에게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강자들을 쫓는 변호사들이 욕을 먹는 동시에, 강남 테헤란로 좋은 건물에서 일하는 화려한 변호사들이 성공변호사로 추앙받는 현실이다. 앞뒤가 맞지 않다."

#우영우#이상한변호사우영우#집단소송제#법무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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