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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고 정문에 세워진 교훈석
 광주일고 정문에 세워진 교훈석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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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억과 평화의 꿈'

지난 6월 25일은 6.25전쟁 72주년 기념일이었다. 이날을 앞두고 광주광역시 교육청에서 나에게 '전쟁의 기억과 평화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제의가 왔다. 감히 청할 수는 없었지만 흔쾌히 응했다. 사진자료를 보낸 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광주광역시 교육청 관할 41개 초중등학교에서 특별 전시회를 가졌다고 한다. 이 사진들은 내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입수한 2천5백여 점 사진 가운데 엄선한 50여 점이다.

주최 측에서 기왕이면 전시회를 마친 다음날, 광주제일고에서 같은 주제로 특강을 요청해 왔다. 나는 느꺼운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교단을 떠난 뒤 모처럼, 그것도 호남의 명문 광주제일고 학생들을 만나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날(13일) 아침, 서울 용산역에서 7시 49분에 출발한 KTX 열차는 1시간 48분 만에 광주송정역에 내려주었다.

내가 1969년 2월 28일 보병학교에서 16주 기초보수교육을 받고자 열차로 광주에 갔던 그때는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그새 서울과 광주는 시간 상 1/4 이상으로 단축돼 새삼 격세지감을 느꼈다.
   
6.25전쟁 중 전주, 민간인 학살 현장
 6.25전쟁 중 전주, 민간인 학살 현장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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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광주일고 강당에서 오전 10시 40분부터 시작된 특강은 제1부 '전쟁의 기억과 평화의 꿈' 제2부 '꿈은 이루어진다' 편으로 진행됐다. 나는 제1부에서 현대사를 요약한 다음, 6.25전쟁의 발발에서 정전회담 체결까지 전쟁사를 사진과 함께 직접 체험하고, NARA와 맥아더기념관에서 각종자료를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학생들에게 정직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6.25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은 동족간의 씻을 수 없는 비극이었다는 점을 들려주었다. 이런 학살은 양측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일로 앞으로 이런 동족간의 골육상잔의 전쟁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반도를 초토화시킨 미 공군 B-29 전투기들이 융단 폭격 장면
  한반도를 초토화시킨 미 공군 B-29 전투기들이 융단 폭격 장면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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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정전회담장에서 양측 실무자(북측 장평산 / 미측 머레이)들이 지도를 펴놓고 군사분계선을 긋고 있다.
 판문점 정전회담장에서 양측 실무자(북측 장평산 / 미측 머레이)들이 지도를 펴놓고 군사분계선을 긋고 있다.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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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면 됨

나는 마무리 말로 평화통일을 이루는 방안은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간 6.15 남북공동선언문에 잘 나타나 있다고 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 6.15 정신을 바탕으로, 이 선언을 지켜나가면 이 땅에 마침내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다.

남과 북은 앞으로 서로 적대시 하지 말이야 한다. 강대국이 무기를 팔아먹자고 남북간 싸움을 부추겨도 우리는 거기에 휘말리지 않고 우리끼리 싸우지 않으면, 마침내 평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과 함께 옛날 희랍의 여인들이 똘똘 뭉쳐 남정네들이 전쟁을 하면, 동침을 거부하는 시위로 비로소 평화가 왔다는 고사를 얘기했다.

제2부 '꿈은 이루어진다'는 편에서는 청소년의 꿈은 클수록 좋다. 고교시절은 인생의 황금기로 아무쪼록 큰 꿈을 지닌 청소년이 되라는 말과 함께 광주일고 학생들은 지역을 초월한 국제적인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 자리에는 광주광역시 교육청 정종재, 형지형, 이태섭 장학사님 외 여러 분들이 참석하여 한 퇴직교사를 뜨겁게 격려해 줬다.

특강이 끝나자 우재학 교장 선생님은 학교 앞 밥집으로 안내, 맛있는 남도 특유의 비빔밥을 대접하기에 맛있게 먹은 뒤 오전의 역순으로 돌아왔다. 송정리역에서 용산행 열차에 오르자 그동안 잘 참아주던 하늘은 마침내 굵은 빗방울을 뿌렸다.

안녕! 광주여!
 
대구 근교에서 적에게 부역했다고 민간인들을 골짜기로 데려가 총살하고 있다.
 대구 근교에서 적에게 부역했다고 민간인들을 골짜기로 데려가 총살하고 있다.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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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10. 옹진전투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특무상사가 목발을 짚은 채 침통한 표정으로 철조망 앞에 서 있다.
 1950. 10. 옹진전투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특무상사가 목발을 짚은 채 침통한 표정으로 철조망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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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전쟁의 기억과 평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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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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