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한 달 보름째 계속되면서 노동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진영 등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15일 기준 44일째 파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조한 선박을 진수하지 못하고 있다.
파업‧농성을 두고 갈등이 커지는 속에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사측인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는 구체적인 교섭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는 산업은행이다.
파업 이후 지난 1일과 3일, 5일 실무협상을 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해 의견접근에 실패하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노측은 임금 30% 인상과 상여금‧성과급 지급, 최소 1년 단위 고용계약, 일당제 8시간 1공수 적용, 노조 활동 보장, 22개 업체 집단교섭, 도장업체 재하도급 금지, 발판업체 생명수당 1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임금과 관련해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체별 개별 논의를 해야 하며, 노조 활동 보장에 대해서는 그만큼 돈을 주면 노조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하도급 금지 등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노사 양측의 협상에 진척이 없는 가운데 이번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대표단, 정규직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참여하는 '5자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노-사 양측은 서로를 향해 '성실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15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 파업 투쟁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촉구했다.
노조는 "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이 44일을 지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며 "사회적 관심과 움직임으로 이제 대화와 협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사측에 제안했다. 정부와 시민사회를 향해서도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협의회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노조 측은 요구안을 한데 묶어서 일괄 타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렵고 현재 협상은 교착상태에 놓여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권 대표는 5자 대화에 대해선 "고용노동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다"며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른다. 다만 요청을 하면 불응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최근에 낸 선전물을 통해 "파업과 농성이 길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 구성원 모두에 부담이 확산되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다"면서도 "협상 타결 없이 농성을 멈출 수는 없기에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22개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청노동자 임금인상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더 이상 파업을 '강대강'으로 몰고 가지 말고 임금인상에 대한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하청업체 대표들은 타결 가능성이 없이 시간끌기만 할 개별교섭 주장을 그만하고 집단교섭에 모든 협상안을 올려서 마라톤협상을 통해서라도 일괄 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등 각계 한목소리로 "대화 통한 해결" 촉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담화문을 통해 원만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두 장관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위법한 선박 점거를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며 "하청업체 사업주들도 교섭을 통해 합리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정치권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63명의 국회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14일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사태가 장기화되어서는 안 된다. 휴가 전에 해결해야 한다"며 "지사로서 도움이 된다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대우조선해양 원청이 나서야 해결이 된다.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한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사 대표자 간담회가 조속히 마련돼야 하고, 이를 통해 가닥이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도 14일 낸 자료를 통해 '5자 간담회 개최'를 요구했다. 변 위원장은 "교섭의 자리가 아니기에 원청, 산업은행 등이 우려하는 법적인 문제도 없는 만큼 모두가 살 방법 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유효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6월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달 22일부터는 유최안 부지회장이 거제옥포조선소 1도크 선박 바닥에 사방 1미터 철판을 붙여 스스로 몸을 가두는 '감옥농성'을 시작했고, 다른 조합원 6명도 20미터 높이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또 조합원 3명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14일부터 천막을 설치해 단식농성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23일 희망버스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에는 모두 90여개의 사내협력사가 있다. 이 가운데 거통고조선하청지회에는 22개업체 소속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