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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의 상징인 매미 울음소리가 한창이다. 어릴 적 여름방학 숙제엔 늘 곤충채집이 빠지지 않아 잠자리채를 들고 친구들과 놀이 삼아 매미를 잡으러 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하늘을 유유히 나는 잠자리는 쉽게 채집망에 걸려들지만 느티나무 꼭대기에서 울어대는 매미는 좀처럼 잡을 수 없어 매미가 포함된 곤충채집으로 숙제 검사를 받던 친구가 부러웠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매미의 울음소리는 도시의 소음이 되었다. 도심의 밝은 불빛에 밤낮없이 울어대기 때문인 듯하다. 심지어 매미를 잡아달라는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제 여름철의 진객 대접은커녕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매년 이맘 때마다 매미의 탈피 과정을 사진에 담기 위해 주요 서식지인 인근 공원을 찾는다. 매미 유충은 종에 따라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까지 땅 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살다가 7년째 되는 해에 땅 위로 나온다. 주로 천적을 피해 밤 시간대에 나무 위로 기어올라 제 몸을 찢고 날개돋이를 한다.  
  
탈피를 위해 나무 위로 기어오르는 매미 유충? 땅 속에서 살던 매미 유충이 천적이 없는 밤에 너무 위로 기어오르고 있다.
탈피를 위해 나무 위로 기어오르는 매미 유충?땅 속에서 살던 매미 유충이 천적이 없는 밤에 너무 위로 기어오르고 있다. ⓒ 김재우
 
약 3~5시간 동안 제 살을 찢는 몸부림 끝에 날개를 펼친 매미 성충은 밤을 새워 바람에 날개를 말린 뒤  다음 날 아침 안전한 장소로 날아간다. 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 또 다른 '나'로 태어나는 것이다.  
  
탈피 중인 매미? 제 몸을 찢고 몸이 빠져나와 날개를 펼치고 있다.
탈피 중인 매미?제 몸을 찢고 몸이 빠져나와 날개를 펼치고 있다. ⓒ 김재우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의 모양이 선비의 갓끈 같다'하여 문(文), '이슬과 나무 수액만을 먹어 맑다'는 청(淸), 다른 해충과는 달리 '사람이 기르는 농작물을 먹지 않는다'하여 렴(廉), '제 살 집조차 없이 검소하다'라고 검(儉), 약 3주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하여 신(信) 등 '문청렴검신(文淸廉儉信)'의 다섯 가지 덕(德)을 갖춘 청렴결백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또한 조선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머리에 쓰던 익선관(翼蟬冠)은 매미의 날개를 본뜬 것이며 매미의 오덕(五德)을 생각하며 백성을 다스리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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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펼친 매미 성충? 탈피 과정을 끝낸 직후의 날개가 아름답다.
날개를 펼친 매미 성충?탈피 과정을 끝낸 직후의 날개가 아름답다. ⓒ 김재우
 
짝짓기를 위해 우는 매미 수컷의 울음소리는 입추가 지나면 더 커진다.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에 이승에서의 마지막 '사랑의 세레나데(Serenade)'를 부르는 것이다.  

이렇듯 짧고 청빈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매미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소음으로만 들리는 매미의 울음소리 가운데에서 우리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고 다시 태어나는 '환골탈태'의 기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가을이 오기 전에!

#매미의 '환골탈태'#매미의 다섯 가지 덕#'문청렴검신(文淸廉儉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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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기록하고 찰나를 찍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지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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