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했다. 윤리위로부터 이준석 전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내려진 지 40여 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17일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이었다.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이 정부 출범 100일 만에 비대위를 출범시킨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18일 전남 순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천 혁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준석 언급조차 피하는 대통령... 오해 풀기 쉽지 않아"
- 지난 16일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했어요. 선거 두 번 연속 승리한 당에서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게 이례적인 일 같은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저희 당이 아직 과거의 행태를 못 벗어난 게 아닌가 싶어요. 어떤 목표 정해놓고 그 목표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 안 가리는 게 과거의 정치 문법이죠. 비대위로 전환해 이준석 전 대표 체제 끝내겠다는 목적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 절차를 굉장히 무리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저희가 입만 열면 법치를 얘기하는 당인데 당헌당규가 사실 당내 규칙이잖아요. 규칙을 잘 지키지 않고 여러 가지 편법적인 절차로 비대위 출범시킨 것 자체가 매우 안타깝죠. 하지만 저는 우리 당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젊은 당원들이나 젊은 정치인들이 이런 당 주류의 횡포에 대해서 드러내놓고 반대 의견도 내고, 또 당원들 1500명이 넘게 모여서 소송도 냈거든요. 저는 이게 과거에 비해 굉장히 진일보된 모습이라고 봐요."
- 왜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리하게 끝내려고 했을까요?
"그건 무리하게 끝내려는 분들한테 물어보셔야 정확하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이준석 전 대표가 만약에 남은 대표 임기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조용히 있겠다고 했으면 이 대표에게 살려는 준다고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대표가 대선과 지선에서 승리한 다음에 공천 개혁이라든지 혁신위 출범이라든지 당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 표현으로 '이제는 내가 내 뜻을 펼치기 위한 자기 정치를 해보겠다'라고 했잖아요. 현재 체제의 변화를 바라지 않는 분들 입장에서는 큰 도전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준석 체제를 이대로 끌고 가서 총선 공천에까지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의 싸움인가요, 아니면 이준석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싸움인가요? 그도 아니면 이준석 전 대표와 개혁을 바라지 않은 무리의 싸움일까요?
"다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윤핵관으로 불리는 분들은 대체로 굳이 개혁의 목소리를 크게 높일 필요가 없는 분들입니다. 보통 안정적인 지역구를 갖고 있고 또 그 지역의 조직 기반도 탄탄하신 분들이라서 공천 개혁 목소리가 나오는 걸 반기는 분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과연 대통령께서 윤핵관들의 행동을 용인하지 않으셨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됐을까요. 실제 '내부총질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많은 분들이 결국 대통령의 뜻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쪽으로 생각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이준석 전 대표는 윤핵관이 본인과 대통령 사이에서 이간질을 해서 대통령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어요.
"저는 근본적으로 세대 차이 같은 게 있다고 봐요. 이준석 전 대표 같은 경우 말을 돌려서 안 하는 스타일이죠. 윤핵관 몇 분뿐만 아니라 저희 당에 있는 중진 정치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불편해 해요. 중진 정치인들이 꼭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정치 문법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윤핵관이라고 하는 분들이 이준석 전 대표를 음해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이 보시기에 그건 당 대표의 언행으로 너무 가벼운 겁니다.
제일 중요한 건 이준석 전대표가 대선 치르면서 두 번 정도 선대위를 그만두고 나갔잖아요. 그거에 대한 가치 판단이 완전히 다른 거예요. 이준석 전 대표를 이해하는 쪽에서는 그런 극약 처방을 안 썼으면 대선 못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고, 반대로 그때 당시 캠프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죠. 그러니 그런 분들 입장에서는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굉장히 위험하고 우리한테 해를 끼친다는 식의 얘기들을 대통령한테 많이 한 것 같고요.
또 최근에 보면 이준석 전 대표가 후보 시절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녹음해서 녹취록을 흘렸다는 얘기들도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전모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안드로이드 폰 쓰는 사람들은 자동 녹음을 많이 씁니다. 그러다 보니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는데 그런 거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어떻게 정치인이 서로 통화하는 걸 녹음하냐고 굉장히 민감해 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세대별 차이도 있고 각자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 인식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물론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가 그때그때 허심탄회하게 풀어야 했는데 대선도 워낙 급박하게 돌아갔고 대선 이후에 대통령도 매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까 서로 간의 오해가 풀리지 않고 계속 쌓였던 게 아닌가 싶어요."
- 오해라면 오해를 풀 수가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서 정치적으로 해결책 모색하는 게 정답이죠. 문제는 과연 대통령께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느냐죠. 최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보면 이 전 대표를 거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현재로서는 오해를 풀고 허심탄회하게 해결하거나 정치적인 타협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권성동 2선으로 물러나야 비대위 의미 있어"
- 주호영 위원장은 윤핵관은 비대위원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는데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라서 당연직으로 들어갔고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었던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가 들어갔는데.
"권성동 원내대표는 '내부총질' 메시지를 노출시켜 이 모든 문제를 야기한 분이죠. 2선으로 물러나시는 게 맞아요. 그래야만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얘기한 계파색이 옅은 비대위의 의미가 있어집니다. 그리고 저도 순천이 지역구인 입장에서 주기환, 정양석, 전주혜 등 호남과 인연 있는 분들이 비대위에 많아지는 것 자체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주기환 후보는 아들도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고 또 대통령과 검찰에서 근무했던 적도 있기 때문에 이게 대통령과의 인연을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주기환 후보를 비대위원으로 발탁한 게 지혜로운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이번 비대위 성격은 혁신형일까요, 관리형일까요?
"관리형이라고 봐야 될 거 같아요. 다만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혁신형 관리 비대위라는 표현을 썼는데 아무리 관리형이라도 성과를 내야 되죠. 그런 면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혁신위를 활용해서 혁신하는 형태를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 같고요, 혁신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 자체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혁신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혁신위는 지금도 매주 한 번씩 소위원회 회의하고 있고요. 22일에 전체 회의가 예정되어 있는데 아마 그 무렵에 1차 혁신안을 발표할 겁니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최재형 혁신위원장이나 조해진 부위원장 같은 분들이 워낙 신중하고 입이 무거워서 뭘 하고 있는지 소문이 안 날 뿐이죠."
- 지도부가 무너졌는데 혁신위가 유지되나요?
"이준석 전 대표가 제안해서 만들어진 혁신위는 기본적으로는 당 공식 기구입니다. 당 대표가 바뀌더라도 일단은 존속하는 게 맞고요.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입장이 매우 중요했는데 힘을 실어주겠다고 하는 상황이거든요. 안철수 의원이 갑자기 비대위가 있는데 혁신위까지 왜 필요하냐고 하시는데 그건 굉장히 타당성 없는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비대위와 혁신위는 역할이 겹치지 않아요. 정당 생활 오래하신 분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의아해요."
- 이준석 전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활발한 여론전을 이어가는데, 이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저라면 쉽게 할 수 있는 행보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거 아니냐고 비판하시는 지점들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있다고 봐요. 최근에 대통령과 대통령실 행보에 실망한 국민들이 민주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국민의힘 내부에도 이런 대안적인 목소리가 있다고 느끼도록 하기 때문에 우리 진영에도 나쁘지 않거든요. 사실 필요한 일입니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될 때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비빔밥 같은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었는데, 그 생각대로 하고 있다고 봅니다."
- 이 전 대표가 신청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에 따라 분당 가능성 있을까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저희 당의 전통적 지지층과 좀 더 젊고 중도 지향적인 지지층의 충돌이 굉장히 심한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전통적 지지층만을 최대한 결집했을 때 선거 결과는 2020년 총선과 똑같을 겁니다. 참패한다는 거죠. 반대로 상대적으로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지지층만 모아봤자 2017년 대선에서 유승민 후보가 받았던 득표의 2~3배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겁니다.
어느 한쪽만으로 선거에서 당선될 수가 없어요. 어떻게든 이분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고 그게 이준석 전 대표가 얘기했던 세대 포위론 내지는 세대 연합론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현재 서로 다른 지지층을 묶어내는 게 중요하고 더 크게는 현재 저희 당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40대나 호남 쪽으로 확장해 가려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들 눈엔 새롭지 않은 정부... 대통령 지지율 하락 근본 원인"
- 17일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조금 아쉽죠. 일단 당 내부적으로 봤을 때 대선 때까지 잘 유지되던 세대 연합이라는 정치 세력이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와해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2030·중도층 지지율이 많이 빠졌거든요. 또 한 가지 아쉬움은 새로움입니다. 물론 모든 것이 다 새로울 수는 없겠지만 결국 과거 정부와 집권하는 세력만 바뀌었을 뿐이지 뭐가 크게 달라졌나는 실망감을 드렸던 것 같아요. 그게 100일 동안 지지율이 많이 하락하게 된 근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이준석 전 대표는 25점을 주었는데, 변호사님은요?
"50점 정도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 지지층에서도 절반 정도밖에 만족을 못 하고 계신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50점이라는 건 반등이 가능한 숫자잖아요. 아직 충분히 남은 기간 동안 인적으로 쇄신하고 방향성도 바로잡고 지지층의 연합을 복구한다면 70점 아니라 100점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니까 남은 기간 선전을 바라는 의미에서 50점을 드리겠습니다."
- 취임 100일 기자 회견은 어떻게 보셨어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대변인이 기자들을 호명하는 형태로 했잖아요. 그게 정말로 기자들과 짠 건지 아니면 대변인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사람을 부른 건지 100% 알 수는 없겠지만 이게 국민들이 보시기에 뭔가 대변인이 미리 질문할 사람들을 정해놓고 시작한 거 아니냐는 느낌을 줬어요. 다음부터는 번호를 뽑든지 좀 더 생동감 있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 진보 성향의 언론사에겐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와요.
"그렇죠. 우리가 언론을 성향으로 나누는 건 매우 조심해야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지적도 없게 하려면 완전히 무작위로 하든가 아니면 완전히 무작위로 하기 어렵다면 질문하는 기자 수를 늘렸으면 좋겠어요."
-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언급한 게 가장 화제였어요. '민생을 챙기느라 이 전 대표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사실일까요?
"대통령께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그렇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굉장히 큰 이슈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대통령께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셨어도 좋지 않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저희 당이나 대통령실의 기본적인 입장이 이준석 전 대표의 일에 최대한 언급을 안 하는 걸로 정해진 것 같아요. 저는 이 문제가 그냥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없어질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두 분이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