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의 '업무 공백'을 향한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장관이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16일 현장을 찾아 "(신당역 사건을)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젠더 성폭력 사건으로 비화된 이번 참사를 축소 해석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그럴 거면 왜 여가부장관을 하는가. 그냥 내려오라. 현 정부의 꼭두각시로 여가부 폐지만을 위해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을 거면 그냥 내려오라."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19일 서울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김현숙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 장관의 '직무유기'를 꼬집었다.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의 직장이자, 책임 기관인 서울교통공사에 "어떤 시정, 보완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법도, 직장도, 사회도 피해자 편 아니었다"
성폭력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보고 의무가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여가부를 무시한 원인도 사건을 바라보는 김 장관의 태도에 있다고 비판했다. 명숙 활동가는 "왜 공사가 여가부에 보고할 의무를 패싱했는지 김 장관은 돌아봐야 한다"면서 "장관이 여성에 대한 정책과 피해자 지원에 대해 관심 없기 때문에 필요없다고 자체 판단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숙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여성들의 안전을 뒷전으로 놓아 발생한 참극이다"라면서 "법에 명시된 여가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여성들의 죽음을 방치하는 여가부 폐지를 유지할 것이라면 내려와라"고 요구했다.
'젠더 폭력 사건이 아니다'라는 김 장관의 발언엔 통계를 제시했다. 명숙 활동가는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후 같은해 12월 31일까지 스토킹처벌법으로 검거된 피의자 818명 중 남성은 669명(82%)이고, 지난해 강력범죄 피해자 2만2476명 중 여성의 비율은 85.8%에 달했다"면서 "그런데도 구조적 성차별이 아니고, 젠더 폭력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신당역 사건 피해자의 죽음에 한국 사회의 "가해자 중심주의"가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법도 직장도 사회도 피해자 편이 아니었다"라면서 "두 남녀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 중심의 사고를 가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다"라고 짚었다.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역시 "국회와 정부, 사법부가 이 범죄의 공범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