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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21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31세 남성이 전 직장동료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3년 가까이 괴롭히다 살해한 '스토킹 범죄'였다. 피해자가 숨을 거둔 여자 화장실 앞은 추모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공분과 애도, 비통함의 목소리가 담긴 포스트잇이 여자 화장실임을 알리는 픽토그램을 뒤덮었다.

 
 '18~'21년 사이 범죄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직장동료) (자료출처=경찰청)
'18~'21년 사이 범죄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직장동료) (자료출처=경찰청) ⓒ 한승재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8~2021년 직장동료에 의한 강력범죄만 매년 천여 건 이상이다. 절도와 폭력 범죄 등을 합하면 매년 일만여 건 이상이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신설된 이후 올해 9월까지, 총 69명이 기소됐다. 이 중 고용관계가 9명, 직장동료는 60명이다. 이에 이상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고용주 인원이 동료 인원보다 적다는 점, 상대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높고, 권력관계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을 것이라 설명했다.

지난 2일 MBC <스트레이트>는 스토킹 범죄 실태를 취재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1년간 등록된 1심 판결문 중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은 모두 183건. 이 중 실형 선고를 받은 것은 40건이다. 집행유예와 벌금형은 각각 41건, 51건으로 실형 건수보다 많았다.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한 공소기각 건수는 모두 46건이었다. 이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나,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범죄
-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반의사불벌죄는 현재 외국 입법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 이 제도는 범죄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가 불처벌 의사로 나타나길 바라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 가해자가 직·간접적으로 합의를 요구하거나 합의 불응 시 스토킹 범죄로 이어지는 등의 사례가 잇따라, 지난 19일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겠다 전했다.

이러한 행보가 직장동료에 의한 범죄, 나아가 기타 범죄의 예방책이 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상철 변호사는 법률신문에서 "우리 법에 규정된 반의사불벌죄 자체를 유지할 것인지 검토할 때"라며, "적어도 범죄별로 유지할 합리성·타당성, 형사정책적 근거를 들여다보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금까지 반의사불벌죄 존치 여부에 대해 본격적 논의가 없었던 것에 대해 ▲사소한 범죄는 당사자들의 자율적 해결에 당연히 맡겨야 한다는 ▲피해자가 밝히고 싶지 않은 피해에 대해 굳이 국가가 나서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 ▲남의 가정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의식 등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무엇보다 "회사는 동료 간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기적 교육을 실행, 근무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나아가 "동료 간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하게 대처하고, 범죄 발생 시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 관점에서(회사의 입장을 배제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여러 법조인도 입을 모아 "조직문화진단"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조직 구성원들의 성 인지 감수성 수준을 점검, 피해자 발생 시 경찰조사 협조 등의 적극적 행동이 필요한 시기라 지적한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피해자가 회사에 신고 시, 회사가 이에 조처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회사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들지 않는다면, 피해직원은 범죄를 신고하고 보호조치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8~'21년 사이 보복 관련 범죄 추이 (자료출처=경찰청)
'18~'21년 사이 보복 관련 범죄 추이 (자료출처=경찰청) ⓒ 한승재
 
한 여성의 억울한 죽음은 우리 사회의 허술한 곳을 되짚게 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은 이전에 시사점을 제공한 사례들을 간과한 사건이 아닐까. 스토킹 범죄는 2018~2021년 사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최근 해결 방안으로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토론회 등에서 스토킹 범죄자에게도 전자감독제도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있었던 한편, 단체마다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신고, 똑똑 신고(112 버튼만 누르는 신고) 등의 '스토킹 범죄 예방 훈련'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가 인식하고 조심해야 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에 이상철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한 경우, 처벌을 강화하거나 전자감독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임에도 스토킹 범죄를 일으킨 것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기책임 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선 처벌과 더불어 행위에 대한 자기책임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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