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 장외 여론전을 시작했다. 정부·여당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 밖에서 국민 여론을 끌어모아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오는 12일(토) 오후 3시부터는 용산역에서 서울시당 차원의 '서명운동 발대식'이 열리고, 이어 모든 시·도에서 서명운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전국을 순회하는 '서명운동 홍보버스' 운영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 회피와 진실 은폐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모든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겠다"라며 "민주당이 앞장서겠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서명이 진실로 가는 소중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서명지를 통해 밝혔다.
서명란에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 수용을 촉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서명하는 이의 성명과 주소, 서명을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재명 "진상규명, 국민이 도와달라"... 현장서 희생자 유족 편지 대독도
이날 첫 서명자로 이름을 올린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는 "이제 슬픔과 분노를 간직한 채로라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이제 진상과 책임의 시간을 시작해야 한다"라며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다. 오히려 반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경찰의 수사를, 그 결과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여당이 진상규명에 협조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민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완전한 진실을 찾아내기 위한 특검을 위해서 서명운동에 나섰다"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할 수 있게, 우리 국민들께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민주당에 보낸 편지가 낭독되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이 대독한 편지 속에서 이씨의 어머니는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너의 관을 실은 리무진을 에스코트할 때 이걸 고마워했어야 하나?"라며 "'이런 에스코트를 이태원 그 골목에 해줬으면 죽을 때 에스코트는 받지 않았을텐데'라는 억울함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갑작스럽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원통함을 드러내는 이씨 어머니의 편지에, 발대식에 참여한 많은 의원들이 내용을 듣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편지를 보내주신 어머니께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민주당은 반드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자 처벌을 이뤄내겠다"라고 덧붙였다.
종료 기한은 따로 정하지 않아... "낮은 단계의 장외투쟁"
민주당은 서명 운동의 기한을 정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안호영 수셕대변인은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기한)을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얼만큼 많이 참여하는지, 또 정부의 태도에 따라 (기한은) 달라질 수 있다"라고 알렸다.
현재 국정조사는 민주당이 야당 공조로 요구서를 제출하고 오는 24일 본회의때 처리할 계획에 있으나, 안 수석대변인은 "서명지에는 특검을 요구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라며 24일 이후에도 서명운동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국민 서명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경우에 이런걸 가지고 정부에 특검 수용을 촉구한다든지, 국정조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진상규명에) 상당히 소극적이기 때문에 국민들과 함께 국정조사와 특검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나가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서명운동에 대해 "낮은 단계의 장외투쟁으로 봐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라면서도, '예산안 심사'등 국회 업무와 서명운동을 병행하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국회가 해야될 일은 국민들께서 부여한 책무이니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했다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것에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한 가지 수단을 더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안 수석대변인은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위해 서명조사 이외의 다른 방침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되지는 않고 있지만, 충분히 다른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