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대한 애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 안에 꿈틀거리는 열정과 고뇌, 희망은 나무가 되어 그림으로 드리는 기도가 됐다"고 담담히 말하는 김하영 작가. 서산 해든아트홀에서는 오는 20일부터 12월 6일까지 김하영 작가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개인전이 열린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코이카 국제봉사단 미술교육 단원으로 에티오피아에서 2년 동안 활동하던 시기에 그렸던 작품이 대부분인 이번 개인전에는 주제별로 하늘, 나무, 별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것과 여인과 동물, 연주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전시된다.
김하영 작가는 "가난과 질병, 소요와 폭력과 차별, 갈증과 폭염 속에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순간에도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밤하늘의 별은 빛이 났다"라며 "고단한 나무는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숙명처럼 메마른 대지에서 치열하게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라고 처연히 설명했다.
또 "이방의 도시에서 만난 여인들과 어린이를 보며 인간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관심을 투사했다. 그런데도 생명은 신비롭고 꿈은 오늘을 살게 하고 예술은 아름다웠다"며 "속살을 내보이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작품을 걸어 본다. 나의 진심이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되기를 소망하면서"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덧붙여 그는 "서른다섯 해 불꽃 같은 눈으로 지키시며 인도해 주신 선한 목자 우리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하영 작가 인터뷰다.
"마음의 회복과 감동이 함께하길 바라며"
- 평소 감상하던 작품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예사롭지 않은데.
"종교가 아닌 듯한 종교화를 완성해보고 싶었다. 시작도 기독교 미술작가로 먼저 데뷔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 도착하면서 종교화를 벗어나 보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나라 사람들은 60% 이상이 이슬람 종교를 가지고 있어, 함부로 개신교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빛깔과 함께 나무조차도 종교화로 보는 에티오피아인들을 보면서 발을 디딘 순간부터 그 나라 색감을 익혀보려고 노력했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이 대부분 그런 작품들이다."
-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목회자의 길을 포기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계기가 있는지.
"계기라기보다 원래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저희 집안은 3대가 목회자 집안이다. 신학대학을 들어가기 전부터 저는 작품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컸다. 졸업을 했는데도 그림을 놓지 못하겠더라. 너무 그리고 싶어서 작가의 길로 뛰어들게 됐다. 일부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목회자의 길로 가면 되지 않냐고 하시기도 했다. 저 또한 그럴까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분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저도 같이 동화되어 작품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더라. 고민을 많이 하다 결국 졸업 후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 주로 옷감 천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했는데, 이유는?
"에티오피아에는 캔버스가 따로 없다. 그러다 보니 가구 만드는 데 가서 틀을 제작하여 그 위에 옷감 천을 뒤집어씌워 작품을 그렸다. 하지만 유리 액자를 끼우지 않으면 빨리 삭아버리는 게 단점이었다. 물감도 그 나라 제품을 사서 손으로 그렸다. 너무 탁해지는 걸 보고 일부 작품은 직접 한국에서 아크릴 물감을 지원받아 다시 그려 넣기도 했다. 처음 그린 것에서 조금씩 바뀌게 된 이유기도 하다."
- '가장 아프리카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민했다는데.
"많은 분이 작품을 사실 때 '가장 아프리카다운 작품'을 사가기를 원하셨다. 저는 어떤 것이 아프리카다운 그림일까 고민하다 드디어 느낌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그 나라의 생활과 함께 신앙이 깃든 작품이었다. 아프리카라는 나라는 문화 자체에 종교가 스며들어 있다.
저는 2017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아프리카에 있었다. 그 나라에는 12월 다음에 13월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나라와는 좀 달랐다. 이 작품들을 봐달라. 배경이 모두 알록달록하다. 모두 그 나라 전통 옷감인 염색 천에다 각 지방의 여인들이 광장에 새해 첫 새벽 촛불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다.
첫 번째 여인은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여인, 두 번째는 호수 근처에 있는 도시 아와사에 사는 여인을 모티브로 그렸다. 세 번째 여인은 커피 원두로 유명한 고장 예가체프 여인이 기도하는 모습이다."
- 에티오피아에 첫발을 내디디며 복잡한 심경을 그려낸 작품이 있다는데?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마음을 그대로 그려낸 작품이다. 아래에서도 빛이 올라오고 위에서도 빛이 내려가는 것 같은 작품이다. 바로 경계에 왔다는 표시를 그렇게 나타냈다. 처음 에티오피아에 도착했는데 여행지라고는 없고 그냥 황무지로 모래바람만 불고 있었다. 넓은 벌판에 아무것도 없이 저만 서 있는 느낌이랄까. 그때 '아 사람은 그냥 먼지에 불과하구나!'를 처절히 깨닫게 됐다.
게다가 그 나라에서는 낙타를 키워 인도로 수출하고 있었다. 혼자라고 느끼던 순간인 어느날 사막에서 낙타를 발견하게 됐는데 너무 반가웠지만, 그 낙타는 바로 인도로 수출되는 낙타였다. 결국엔 또 혼자라고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천에 있는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하게 됐고, 이번에는 내가 있는 서산에서 전시하게 되어 한층 더 의미 있다. 많은 분이 해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함께 에티오피아로 여행을 떠나보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작품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전시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