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지망생 황석지(24·여)씨는 최근 8개월간 책 한권을 소리내 읽어가며 녹음을 마쳤다. 롯데홈쇼핑이 주관하는 '드림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의 독서 지원을 위한 녹음봉사활동이었다.
황씨는 우연히 한 시각장애인분의 강연을 통해 그들의 불편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을 계기로, 녹음봉사 활동을 하게 된 케이스. 이후 황씨는 이 봉사활동을 통해 "개개인마다 처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할 수 있게" 됐고, 선행을 통해 느끼는 자부심에 길을 모르는 시니어를 안내하거나 일상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에 익숙해졌다.
목소리 봉사·음악 봉사 등 다양한 재능 기부 실천을 통해 사회봉사는 물론, 자아실현과 삶의 질을 높이려는 움직임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부나 봉사가 어렵고 특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자신이 잘하는 일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선행 활동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에 따르면, 재능기부란 사회 지도층과 일반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재능을 자원봉사로 연결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활동이다. 대화 기부자가 희망 분야를 신청한 후 대화를 나누는 '대화 기부', 시각장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 기부', 시민에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기부', 장애 가정 아동 '멘토링 봉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우체국에서 주관하는 '장애 가정 성장 멘토링' 활동에 멘토로 참가한 정지민(22·여) 씨는 장애인 가정 아동의 공부를 도와주는 봉사를 진행했다. 매주 아동을 만나러 집에 방문하고 외부로 나가 슬라임 카페, 베이킹 카페 방문 등을 통한 문화 체험 활동을 함께 했다.
정씨는 "아이들이 또래에 비해 부모와의 교류가 적다 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놀아줄 어른이 필요했다"며 "집을 방문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말을 쉬지 않고 하거나 헤어질 시간이 되면 아쉬워하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고 공부하는 법을 생각하며, 아동과의 유대감이 형성됐다"는 정씨는 자신의 작은 장점이 아이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를 통해 오히려 자신이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얻었고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와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됐다고 느꼈고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느꼈다는 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 팀에서 근무 중인 정해원(27)씨는 고교시절 봉사활동이 전공선택으로까지 이어진 케이스. 정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노인 복지 시설에서 청소를 하며 받은 칭찬을 통해 평범하고 작은 행동이 누군가를 기쁘게 했다는 사실이 스스로의 기쁨으로 돌아왔다"며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이 첫 봉사를 통해 아이들 돌봄 봉사·축제 스태프 봉사·양로원 봉사 등을 접하게 됐고 타인을 도울 때의 행복감과 가치에 매료돼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정씨는 "재능기부가 기부 문화 조성에 새로운 방식으로 일조하는 것 같다"며 "기부를 하려면 현금이나 현물 같은 물질적 자산이 있어야 하지만 재능기부는 자산이 없더라도 기술이 있으면 가능하기에, 기부 문화뿐만 아니라, 도시문화나 지역 문화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4년 발표된 한국여가레크레이션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재능기부는 재능을 훈련하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계발에 도움을 준다. 또, 무언가를 해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 새로운 사람과 만나며 생기는 친밀감, 상호이해·공동체 의식 형성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긍정 효과 때문에 한번 재능기부를 한 사람은 다시 하게 되는 경향도 강하다. 실제로 대학 운동선수 160명을 대상으로 2019년에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재능기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참여한 경험이 없는 선수들보다 참여의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능기부는 '재능넷', '숨고' 등의 사이트를 통해 실천할 수 있으며, 1365 자원봉사포털 사이트를 통해 '재능기부 POOL'에 등록 후 재능기부에 참여하거나 한국자원봉사협의회, 한국재능기부협회 '재능기부하기'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정지민씨는 "재능기부는 누군가에겐 큰 이벤트로 다가갈 수 있고 본인 스스로에게는 새로운 자신의 발견이 되기도 한다"며 "평범해 보이는 우리는 생각보다 멋지고 그것을 더 멋지게 활용할 수 있으니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베풀며 자기 효능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이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원 대학생기자 덧붙이는 글 | 이지원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