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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3년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 전문입니다. [편집자말]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 입구에 마련된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 입구에 마련된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 권우성
 
안녕하세요. 저는 29살 고 유채화 동생입니다. 저희 언니는 정기후원하는 아프리카 아이의 편지를 받고 진심으로 기뻐하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본인이 무리해서라도 입을 거 먹을 것을 아껴가며 부모님 환갑 선물을 준비하고, 꿈에서도 가족을 걱정할 만큼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던 집의 대들보였습니다.

성실하던 저희 언니는 낮에는 회사일과 밤에는 자기개발을 위해 스스로 팀을 꾸려 공모전을 나가 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논문의 주제는 '국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일생을 위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저희 언니는 항상 사회의 안녕과 정의로운 삶에 대해 고민하며, 틈나는 대로 철학 책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저희 언니는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갔다가 참사를 당했습니다. 참사 현장에서 언니와 같이 있던 언니 남자친구의 증언을 대신 읽겠습니다.

왜 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는지
 
 2022년 10월 29일, 구급대원들이 이태원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2년 10월 29일, 구급대원들이 이태원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2022년 10월 29일 저녁 10시경 저와 채화는 이태원 메인스트리트를 둘러보고 집에 가기 위해 해밀턴 호텔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많은 인파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 오른쪽 벽 너머 클럽이 있는 빈 공간으로 몸을 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당도하기 전, 위에서 사람들이 위에서 아래로 무너지면서 저와 채화는 사람들 사이에 끼이게 되었고, 그 상태에서 약 1시간 정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 비명소리와 절규소리가 난무했습니다. 근육들이 기형적으로 휘는 느낌이 들고 정신을 잃어 갈 때 즈음 위에서 구급대원이 보였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빼내면서 조금씩 압박이 풀렸고, 채화와 저는 클럽 쪽으로 옮겨졌습니다.

채화는 바로 구급대원이 붙어서 CPR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구급대원은 집중하지 못했고 다른 쪽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제대로 CPR을 하지 않았고, 보다 못한 제가 채화를 CPR 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구급대원들이 누워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 아스팔트 위에 임시로 눕혀두었고, 이후 119에서 근처 빈 상가 건물로 옮겼습니다.

그때부터 상가 안쪽 접근이 제한되었습니다. 저는 '건물 안에 여자친구가 있고 신원 증명을 해야 하니 같이 있겠다'라고 경찰에게 사정을 말했으나, 경찰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저는 채화와 최대한 가까이 있기 위해 계속 상가 문 바로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그제서야 상가 앞쪽에 임시본부와 구급 의료소가 세워지고, 많은 구급차, 소방대원들, 경찰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응급조치가 한시가 급한 사람들이 엄청 많았을 텐데, 왜 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구급차들이 대기하고만 있었는지, 시간을 오래 끌고 있었는지, 저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 후로 몇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상자가 거의 다 병원에 보내진 시간은 체감상 약 2~3시간이 지난 새벽 2시경이었는데, 그때까지도 상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간 중간 현장에 계신 분에게 상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 병원으로 가냐고 물었으나, 계속 기다려야 한다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순서대로 처리해서 그런지 여기 상가에 있는 사람들이 마지막이라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상가 안에 있던 사람들이 옮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내 여자친구가 여기 있으니 신원 증명을 해야 하니 같이 가게 해달라"라고 말했고, 분명 그렇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채화를 따라겠다고 하자, 다른 사람들은 갈 수 없다고 길을 막았고, 결국 저는 구급차를 함께 타지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나대는지 모르겠다"는 말...

저희 언니는 CPR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차가운 길바닥에 누워 몇 시간을 병원에 이송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고통스러웠던 언니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미디어에 공개된 압사 사고 영상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이러한 참사가 있을 줄 알고 죽으려고 이태원에 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이태원은 핼러윈 때 매년 사람이 몰리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전까지 정부는 안전을 위해 경찰을 배치했었고, 이번 참사와 같은 사고는 없었습니다. 정부를 믿고 올해도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잘못일까요? 만약 저희 언니가 그 참사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저희 언니가 아닌 그 자리에 있던 또 다른 소중한 한 생명이 희생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하는 무차별적인 인격모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심적으로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뉴스도, 인터넷 댓글도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2차 가해는 포털 사이트와 SNS을 보지 않아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업무적으로 만나오던 분께서 저에게 "나는 더 이상 텔레비전을 믿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아느냐?" 물었고 당시 저는 유가족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그 분이 "일을 너무 크게 부풀려서 말하는 거 아니냐" "사고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다들 가만히 있지 않냐" "가만히 있는 유가족들도 많은데 왜 이렇게 나대는지 모르겠다"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하였고, 저는 그 말에 큰 충격과 트라우마를 받았습니다. 

참사 당시 길바닥에서 차가운 언니의 시체를 끌어안고 있던 언니의 남자친구는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참사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지 못합니다. 저는 참사 이후 정신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현재 심리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탓으로 돌리면 마음 가벼우신가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열린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조사를 지켜본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열린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조사를 지켜본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저희 유가족은 사회의 시끄러운 존재들이 아닙니다. 그냥 한 국민으로서 억울한 목소리를 내는 것뿐입니다. 네티즌과 정치인분들의 2차 가해. 왜 본인들은 이러한 사건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평화롭고 평범하기만 하던 저희 가족이 이러한 참사로 사랑하는 언니를 떠나보내게 될 지 몰랐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로서, 형제 잃은 동생으로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원인을 밝혀 지적하고 사과 받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 아닐까요? 지금이라도 다시 바로 잡지 않으면 본인의 가족이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발 2차 가해를 멈춰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유가족들은 피해보상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사과, 책임은 뒤로하고 다급히 언론에 보상금을 지급했다 보도한 정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그 자리에 서겠다고, 자신 있다고, 한 표 달라고 외쳤던 정치인분들은 왜 상황해결은커녕, 오히려 앞장서서 2차가해만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임자들의 무능에서 오는 창피함과 죄책감을 잊고자 그저 피해자 잘못으로 돌려버리면,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져서 편하신가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위령비는 세워졌습니다. 당시 태어났던 아이가 서른이 되는 동안 국가는 더 안전해졌나요? 진상규명 거부와 책임회피, 그리고 2차 가해. 앞으로 무엇을 계획하시나요? 여론 조작으로 시민 갈등, 유가족 분열, 그리고 극우 집단 지원 등 비겁한 레퍼토리 재생할 생각 말고 정부다운 행동 부탁드립니다. 

#이태원참사#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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