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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 경동1960점 출입구
스타벅스 경동1960점 출입구 ⓒ 이현우
 
최근 경동시장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경동시장 내에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인 '경동1960점'(아래 경동1960점)이 개점했기 때문이다.

사실 경동시장은 내가 다니는 대학원과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쉽사리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옛 경동극장을 되살려 만든 카페 매장이라는 사실을 듣고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도시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으로서 현장의 모습이 궁금했다. 전통시장 내 극장을 새롭게 재탄생시킨 카페라니. 매력적이지 않은가.

20대부터 60대까지... 평일에도 만석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 '경동1960점'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 '경동1960점' ⓒ 이현우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을 피해 평일 오후에 방문했다. 예상과 달리 평일 오후에도 넓은 카페 안은 만석이었다. 경동1960점은 천장과 벽면 마감을 벗겨내어 천장 구조와 콘크리트 벽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극장의 건축 구조를 살리고 계단식으로 자리를 배치하여 다른 카페에서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힙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디자인의 카페로 예술 공간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젊은 연인이 많이 보였고 60대 이상의 연령층도 보였다.

경동1960점에 더욱 관심이 갔던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동시장 상인회의 특별한 노력 때문이었다. 스타벅스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동1960점은 스타벅스, 동반성장위원회, 경동시장상인회, 케이디마켓주식회사 4자간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상생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행보도 박수받을 만하지만, 맞닥뜨린 문제를 풀기 위한 상인회의 창의적인 접근과 실행력은 더욱 놀라웠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상인회가 먼저 기업에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경동1960점은 상인회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린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동시장상인회가 '스타벅스 한 방'만 노린 것은 아니다. 경동시장상인회는 2017년부터 '경동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2018년 시장 내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도 개점시켜 기업을 끌어들였다.

노브랜드와 스타벅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경동시장상인회는 기업을 경쟁 상대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젊은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협력 대상으로 보았다. 전통시장계에서는 일종의 '대혁신' 사례가 아닐까?

경동1960점이 이른바 '오픈빨'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경동1960점이 경동시장 상권 활성화에 어떤 변화를 줄지 더욱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단 젊은층 유동 인구를 유입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스세권(스타벅스가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라는 용어가 괜히 생겼겠는가. 

아내와 함께 시장 전부를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겸사겸사 근처 청년몰과 청과시장도 둘러봤다. 아내는 집이 가깝다면 자주 들러서 물건을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나 또한 동의했다.

아마도 우리 부부처럼 경동1960점에 방문했다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경동시장의 매력을 발견하는 젊은 층들이 많을 테다. 우리 부부는 집이 멀어서 따로 장을 보진 않았지만 인근에 사는 친구 한 명은 경동1960점에 방문했다가 청과시장에서 귤 한 박스를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경동시장 내부
경동시장 내부 ⓒ 이현우

반대로 스타벅스 측에서는 경동시장의 '무엇'을 보고 개점한 걸까? 기업은 사회 공헌 차원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지만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전문점은 상권 가치가 높은 입지에 자리를 잡는 전략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상생의 가치를 구현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는 게 다소 의외였다. 

스타벅스의 이런 사례가 무모해 보이지만은 않다. 단순히 사회공헌 차원만의 전략이 아닐지도 모른다. 경동시장은 상권 가치가 하락한 지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1960년에 생겼고 오랜 전통을 지녔다는 점에서 상업적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최근 복고나 레트로 트렌드가 다시 돌면서 과거 전통이나 문화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이런 면에서 스타벅스와 전통시장이 손을 맞잡은 건 그리 놀랄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경동시장에서는 기존 상인과 스타벅스라는 기업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공존하면서 영업하고 있다. 상인회와 기업이 나름대로 서로의 요구를 맞춰가며 윈윈했다고 할까.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면서 상생한 사례인 것이다.

상생은 좋지만 이건 좀 아쉽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 건물 1층 입구의 모습이다. 경동1960점은 경동시장 광성상가 입구쪽에 위치해 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 건물 1층 입구의 모습이다. 경동1960점은 경동시장 광성상가 입구쪽에 위치해 있다. ⓒ 이현우
 
그러나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방문 당시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해당 지점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잘 적용된 사례로 볼 순 없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제품 혹은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뜻한다. 턱이 없는 진입로, 저상버스, 점자 표지판, 알아보기 쉬운 픽토그램 표지판, 횡단보도 보행신호 음성 안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경동1960점은 건물 3층에 있고 두 개의 출입구가 있다. 주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4번 게이트 쪽에는 계단만 설치되어 있다. 경동시장 2번 게이트 쪽에서 경동시장 본관으로 들어서면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다.

방문 당시만 하더라도 승강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고, 취재 차 스타벅스코리아에 문의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주 출입구인 4번 게이트 쪽에 승강기 위치 안내가 별도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문의를 하지 않는 이상 승강기 위치를 단번에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약자를 비롯해 휠체어와 유아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매장을 방문 시 헤맬 가능성이 높다.

어렵게라도 승강기를 찾아 매장으로 출입하더라도 내부의 일부만 이용할 수 있다. 극장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보니 계단을 올라야 하는 위쪽 좌석은 이용할 수 없다. 비장애인에게는 아무런 문제없는 공간일지 모르겠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유아차 이용자 등은 이용에 제한이 생기고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장 내부도 전반적으로 유아차나 휠체어가 통행하기엔 비좁고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도시나 건축물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례는 자주 발생한다. 일단 제도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이 모든 건축물에 필수 사항은 아니다. 서울특별시 조례에 따르면, 유니버설디자인 심의대상 건축물은 공공건물과 공중이용시설만 해당한다. 아무래도 오래된 건축물을 고치면서 구조, 기술, 예산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유니버설디자인을 모두 적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필수 사항으로 두지 않았을 것이다.

내부 구조 전체를 변경할 수 없더라도, 경동1960점으로 가는 출입구와 통로마다 큰 글자, 픽토그램, 점자 표지판을 활용하여 출입하는 것만이라도 불편함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의지만 있다면 적은 예산을 투입해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경동시장 내부 모습
경동시장 내부 모습 ⓒ 이현우
 
서울시내에는 총 371개의 전통시장이 존재한다. 여전히 활기가 도는 전통시장도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예전만 못하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시절, 전통시장 건축혁신으로 랜드마크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역활성화를 위해 고민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건 마땅히 응원받아야 할 일이지만, 상인들과 소통이 배제된 활성화 계획은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 관에서 주도한다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진정한 혁신이 되려면 빠른 속도나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각 전통시장의 고유한 색깔을 살리기 위해 상인회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서로의 요구를 듣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 시장별로 규모, 형태, 취급 상품 등에 맞게 각기 다른 협력 모델을 고민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속도가 더디더라도 전통시장은 우아하게 변신할 수 있다.

경동시장 사례는 기업과 전통시장의 상생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앞으로 노후화되고 발길이 뜸해진 많은 전통시장이 기업과 잘 버무려져 새로운 상생 사례가 여기저기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이와 함께 보완될 점이 있다면, 앞서 지적한 것처럼 모든 이들이 시장과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모두가 누리고 접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만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전통시장 활성화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시설을 만들거나 기존의 시설을 고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만 한다. 도시는 배제되는 시민 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참고하면 좋을만한 홈페이지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http://www.sudc.or.kr/main.do)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 계정에도 실립니다.


#경동1960점#스타벅스#경동시장#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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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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