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나면 가족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었습니다. 첫째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둘째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가슴 속에 묻어 둔 그 꿈을 현실로 실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아내에게 처음 제안을했을 때 생각보다 쿨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저녁 바로 가족회의를 개최하여 아이들에게도 의사를 물어보았습니다.
"아빠가 할 말이 있는데, 우리 가족독서 모임을 하면 어떨까?"
"그게 뭔데?"
"우리가 다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거야. 재밌겠지?"
"진짜? 엄마도 아빠도 모두?"
"그럼!"
둘째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고, 첫째는 살짝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지만,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함께 모임 규칙을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닌 다 같이 논의한 결과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과감히 TV도 없애고 대신 거실에 커다란 테이블을 놓았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시작만 하면 되었습니다. 첫 모임은 의미 있는 곳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검색 끝에 인천에 있는 북카페로 정했습니다. 공간이 워낙 넓기에 우리 가족이 독서모임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두 시간 남짓한 첫 가족독서 모임은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책을 통해 소통하는 즐거움이 이렇게나 좋은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겠더라고요. 그 추억이 사라질까 꼼꼼히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우리의 가족독서 모임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그 시간이 벌써 4년이 넘었네요.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었고, 우리 모임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는 분도 여럿 생겼습니다. 때론 어떻게 운영하는지 질문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가족독서 모임은 일반 독서모임보다는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기도 어려웠고, 아무래도 가족이 참여하기 때문에 여러 내외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심지어 조금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보아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출판사에서 가족독서 모임에 관하여 출간 제의가 왔습니다. 처음엔 조금 망설였습니다.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알려주기보다, 직접 운영해온 과정을 과감없이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용기와 힘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 독서모임 노하우를 한 권에
1년간의 작업 끝에 드디어 책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이 나왔습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가족 독서모임에 관한 소개입니다. 모임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그 시작부터, 책을 선정하는 방법, 토론 방법까지 구체적인 실전 팁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막상 가족독서 모임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책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2장은 가족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운 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모임을 하면서 수시로 장애물을 맞닥뜨립니다.
가족이라서 오히려 편하게 여기고 모임에 불참하거나, 아이들이 사춘기에 다가서며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가감 없이 담았습니다. 그런데도 모임을 이어 가야하는 이유까지도요.
3장은 가족 독서모임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담아 보았습니다. 흔히들 독서모임이라 하면 일정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 형식을 파괴하였습니다. 날이 좋으면 야외에 나가서도 하고, 여행을 가서도 모임을 했습니다.
가족 독서모임을 하면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도서관 잡지에 실리기도 하고, 모임과 관련된 영화를 보며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하기에 언제든 자유로운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가족독서 모임을 하는 가족마다의 특색있는 일이 분명히 있겠지요.
책이 세상에 나오며 또 다른 꿈을 꾼다
책으로 만들며 글을 쓰는 고통은 있었지만, 그때의 추억이 하나하나 모두 떠올라 행복했습니다. 꾸준히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저 바람결에 사라질 시간이었습니다.
오는 17일이면 책이 세상에 나오는데 한 가지 꿈이 더 생겼습니다.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시작한 가족이 생긴다며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듯합니다.
혹여나 주저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 보십시요. 책을 매개로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장이 펼쳐집니다. 스마트폰에 빼앗긴 아이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고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