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광주광역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광주 비아농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대는 "비아농협 임원진의 비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지역 언론은 "경찰이 비아농협 조합장과 지점장의 비위 의혹과 비아농협 임원진의 갑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9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광주 비아농협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광주 비아농협 사측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던 직원을 대상으로 '폐창고 출근 풀 뽑기 지시' '과중한 소금 가마니 운반 지시'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며 "이번 사건은 서민금융기관 수장에 의해 벌어진 부당해고, 부당전보, 직장갑질 종합세트"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인 조합장은 "(피해 당사자 A씨를) 감시하거나 따돌린 적도 없었다"며 "당당하게 조사에 임해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 혐의없음 결론을 예상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이번 광주 비아농협 갑질 사건 피해 당사자 A씨를 인터뷰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A씨와의 일문일답.
"창고 전보에 천일염 포대 혼자 배달... 버텼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난 2018년 4월 1일부터 광주 비아농협에서 영업지원직으로 일해온 A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약 2년간 근무한 후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둔 2020년 3월 31일 자로 계약 해지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부당해고라는 생각이 들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승소해 복직한 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승소를 확정지었습니다."
- 복직한 이후부터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졌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저는 부당해고 전까지 본점 하나로마트에서 캐셔, 배달, 물품 진열, 재고 관리 등의 일을 했습니다. 제가 지노위 승소 직후인 2020년 9월 복직하자, 조합장이 저를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 위치한 약 2500평 규모의 폐창고로 전보했습니다.
그해 10월 초부터 약 3개월 동안 두꺼운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무성히 자란 잡초와 가시덤불을 낫과 목장갑을 이용해 제거하는 일을 했습니다. 조합장은 하루에도 수차례 창고에 방문해 저를 감시했습니다. 제가 바닥에 앉아 있기라도 하면 근무 태만이라며 주의촉구통보서를 줬습니다. '나무 하나 못 베는 놈이 무슨 일을 하느냐'며 각종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했고, 조합원들과 함께 와서 저를 쳐다보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11월 25일에는 폐창고에서 근무하고 있던 저를 찾아온 조합장이 '사람 잘 써가지고 (부당해고 구제 소송에서) 이겼는지 몰라도 이제 2라운드가 시작됐다. 2라운드는 내부에서 할 테니 두고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50포대만 있어도 2~4명이 함께 나르는 천일염 20kg 1000포대를 혼자 배달하기도 했습니다. 폐창고에서 일하는 동안 정말 괴로웠고,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증거를 수집하며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버텼습니다."
-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 이후에는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2020년 11월 초에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넣었습니다. 12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정서도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사측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구제신청과 진정을 취하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사측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신고를 취하했습니다. 그 직후인 2021년 1월에 광주 비아농협 주유소로 이동하라는 전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주유소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은 계속됐습니다.
저는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사무실에 들어간 모든 순간은 CCTV를 통해 정리돼 윗선에 보고됐습니다. 사측은 다른 직원들에게도 하루에 8번씩 전화를 걸어 저를 감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힘겨워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당당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지금은 일시적으로 휴직한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조합장은 저와 친한 20대 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와 어울리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조합장이 주유소 직원과 대화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녹취돼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된 상황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날 거 같아서 2021년 10월에 휴직 신청을 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몸과 마음을 추스린 후 2022년 11월에 가해자를 수사기관에 고소했습니다. 이에 현재 이 사건과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신혼 때 이 같은 일을 겪으며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얻었습니다. 잔인한 갑질을 겪는 과정에서 자녀 계획도 포기했습니다. 제 아이가 혹여라도 제가 겪은 일을 겪게 될까 두렵습니다.
올해 1월 25일에 전북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며칠간 잠도 못 자고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그분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그만두면 되지, 시원하게 복수나 하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 역시 무능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무시당하다 보니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우울감, 남은 인생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현재 복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이번 일을 잘 이겨내서 갑질 행위 끝에 사람들을 죽음까지 몰고 가는 나쁜 권력자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그들의 잘못된 행위에 법의 심판이 따르게 할 것입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번 사안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진실을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합장 "감시, 따돌림 없어... 조사 임해 소명할 것"
이번 논란에 대해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 C씨는 19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여러 언론에 보도된, 2020년(A씨는 지난 2021년 10월 휴직 신청을 냈다. 이 부분은 C씨가 시점을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주) 당사자가 청원 휴가를 쓰고 휴직해 종결된 사안에 대한 이야기가 2023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거론되는 상황이 대단히 새삼스럽게 느껴진다"며 "(A씨가 언급한) 폐창고는 폐창고가 아닌 저온창고로 비아농협 지도과, 경제과 직원들이나 저와 제 아내도 돌아가면서 일했던 곳"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A씨를 감시하거나 따돌린 적도 없었다"며 "당당하게 조사에 임해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 혐의없음 결론을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