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사원을 지으려는 곳이 어디인가요?"
경북대학교 서문 앞에서 만난 한 청년은 내 질문에 "왜 가시느냐"고 되물었다. 어딘지 궁금하다며 얼버무렸더니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 쪽을 가리키면서 그리로 가면 보일 거라고 답했다.
그 청년에게 더는 묻지 못 했다. 그가 경북대 재학생인지, 아니면 그곳에 사는 주민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주변엔 배달 오토바이 소리만 요란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곳곳에 나붙은 '결사반대' 현수막만 봐도 주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돼지국밥 잔치'를 벌인다는 내용까지 버젓이 있었다.
'이웃'을 향한 혐오, 씁쓸한 현수막
"경북대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내로라하는 지방 거점 국립대잖아요. 코앞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학 당국은 왜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나요? 그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일 텐데."
대학 당국을 질타하는 한 고등학생의 말에 자극을 받아 지난 주말에 일부러 대구를 찾았다. 물론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과 일부 학생들이 차별에 반대한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고 대자보를 내거는 등 갈등 해결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지 않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 등 학교 구성원 330명이 이 학교 서문 인근의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문제에 대해 '대학본부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전달했고, 대학 당국은 "학생들이 처한 어려움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학교의 권한에 제한적인 부분이 많지만, 최선을 다해 해결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관련 기사 :
경북대 구성원 330명, 이슬람 사원 갈등 해결 탄원 제출... 대학, "방안 고민").
고민을 하겠다곤 했지만, 이 사안이 오랜 기간 지속돼온 점을 미뤄봤을 때 주민들의 거센 '막무가내식' 반대 행동에 움찔해 몸을 사리는 듯한 기류도 엿보인다.
나 역시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땐 먼 산 불구경하듯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고 해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항소와 상고를 기각하며 2022년 9월 '사원 건립 공사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나온 마당이니, 누가 봐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상황이었다.
몇 해 전 비슷한 전례도 있었다. 그때마다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번지기 일쑤였지만,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중재를 거쳐 나름 원만하게 해결되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곳처럼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거부한 채 극단적 혐오가 난무하는 양상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공사 중인 이슬람 사원 입구에 돼지머리를 놓아두는 무리수까지 뒀다. 의도적으로 종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의식을 조장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발상이다. 해당 건축물에 허가를 내준 대구 북구청은 중재위원회를 통해 이전 부지와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중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논란의 현장은 경북대 서문으로부터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굳이 가는 길을 묻지 않아도 쉽사리 찾아갈 수 있다. '이슬람'과 '돼지'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들이 안내 표지판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경북대 학군단 건물이 올려다보이는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다.
차량 두 대가 교행하기 힘든 좁은 이면도로엔 주차된 차들로 빼곡하다. 그 틈 사이를 오가며 곡예 운전하는 배달 오토바이들로 인해 더욱 비좁게 느껴지는 길이다. 여느 대학가처럼 길 주변엔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개업할 요량인지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건물도 여럿이다.
어지럽게 내걸린 현수막을 지나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화들짝 놀랐다. 막다른 골목길, 상 위에 놓인 돼지머리 세 개와 담벼락에 매달아 놓은 돼지족발 여러 개가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무슬림은 당연하고, 보통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거부감을 일으킨다.
그 곁 자물쇠가 채워진 철문 너머 짓다 만 벽돌 건물이 바로 문제의 이슬람 사원이다. 주변 경관은 여느 대학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평범한 일반 가정집도 있지만,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원룸 건물도 많고 작은 마트도 있다.
근처 상가에는 업종과 상관없이 대학생들을 환영한다는 글귀가 간판처럼 붙어있다. 동아리 모임 장소라거나 대학생 할인, 알바생 구함 등의 광고 문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조금은 낡고 번잡해 보여도 풋풋한 낭만과 정취가 느껴지는, 이곳 학생들을 위한 먹자골목인 셈이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게 마을의 랜드마크인 양 우뚝 솟은 십자가다.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의 바로 옆 골목에 자리한 개신교 교회의 첨탑이다. 마을의 규모에 견줘 제법 큰 4층짜리 건물로, 빼곡한 연령대별, 요일별 예배 시간표로 보아 교회의 신자 수도 적지 않아 보였다.
이웃에 대한 사랑을 계명으로 삼는 교회라면 주민들의 혐오 발언과 행동을 앞장서 막아서는 게 합당할 텐데, 반대 현수막 하나 볼 수 없었다.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 중엔 소음 발생이 맨 앞자리에 적혀 있다.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식의 인종 차별적 이유는 무시한다 해도, 소음 문제는 고려해야 할 사항임에는 분명하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무슬림들의 예배 때 나는 소음을 참아왔다고 현수막에 적었다.
차라리 건물에 방음벽을 설치하라는 요구가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반대를 위해 동원된 이유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현수막엔 생존권과 행복추구권, 재산권, 생활권이라는 문구가 또렷하다. 사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스스로 침해받게 될 거라고 예상하는 권리다. 어느새 이곳에서 무슬림 유학생들은 이웃이긴커녕 공존할 수 없는 '적'이 돼 버렸다. 동네 구석구석의 '대학생 환영' 글귀와 동네 일부 주민들이 '무슬림 경북대 학생'을 바라보는 시각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도 컸다.
우리 교육이 짊어져야 할 몫
교사 입장에서 봤을 때,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슬람 사원이 건립되면 집값이 폭락하고 영업이 안 되며 범죄가 횡행할 거라는 납작한 인식은 국내외 극우적인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조장해온 탓이 크다. 사회적 책임을 잊은 반지성적 행태다.
이는 곧 우리 교육이 짊어져야 할 몫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되지 않았나.
무슬림 유학생들을 대거 받아들인 대학이 그들의 종교 생활로 인한 주민들과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는 건 비판의 여지가 다분하다. 대학이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주민들을 설득해야지 않을까. 단기간 머물렀다가 떠나는 무슬림 유학생들의 상황을 놓고 보면, 결국 시간은 '혐오의 편'이기도 하니까.
아울러 총학생회에도 당부하고 싶다. 이 문제는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다. 모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인권을 옹호하고 정의를 수호해온 것이 대학의 역사이자 존재 이유다. 2021년에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명의로 '경북대 무슬림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가에서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