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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사 <햇빛에 보수-진보가 어딨나요, '태양광 돌파구'가 있습니다>에서 이어집니다)

현장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40여 명의 전농 회원들이 모인 조그만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 촉구 토론회'(2월 15일)가 뭐 그리 대단한 의미가 있느냐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신재생에너지법의 시행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태양광 전력 판매 사업체인 유한회사 '시민발전'을 창립, 지금까지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해 온 사람으로서 저는 이번 토론회가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은 적어도 기후위기 시대 역주행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실효성 있게 방향전환 시키는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농민 소득 개선과 귀농귀촌의 새로운 바람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40여 명의 전농 회원들은 그 전환점에 확실한 이정표를 세운 것입니다.

지금까지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여당과 행정부의 유보 내지 부정 기류의 가장 큰 근거는 농민들과 농민단체, 특히 전농의 태양광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문경식 전농 전 의장과 권용식 전 의장, 최강은 백남기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등 전남의 많은 농민 분들이 전면에 나서서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 추진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소형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전농의 공식 입장은 "공식 입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간부들이 농식품부나 국회 회의에서 조건을 단 유보 내지 반대 입장을 낸 것은 제가 알기로 개인 의견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전농이 많은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공식 입장을 정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장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야말로 전농 등 농민단체 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여야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농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주권자의 시간,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0년 4월 13일 국회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했다.
2020년 4월 13일 국회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했다. ⓒ 국회사진취재단
 
내년에는 총선이 있습니다. 농협 조합원을 비롯해서 수많은 농민들이 찬성을 넘어 입법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소형 영농형 태양광을 반대할만큼 당선에 연연하지 않는 간 큰 농촌 지역 의원은 아마도 없을 듯합니다.

농민 수는 약 222만 명(2021년 기준)밖에 안됩니다. 노년층이 대다수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들 중 다수가 보수 성향입니다. 그러나 노년층을 포함해서 도시에 있는 농민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그 수는 서너 배 늘어납니다. 거기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은퇴노동자 수가 자그마치 700만 명이 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귀농귀촌 희망자들입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어떻게 하면 농사지으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그 방법 문제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농촌에 있는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가 600평의 농지에 소형 영농형 태양광을 지어 연간 1000만 원의 햇빛연금(태양광 전력판매 순수익)을 받는다면 누가 이런 정책을 반대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도시에서 살기는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은퇴 노동자뿐만 아니라 도시의 중장년층들도 '나 이제 농촌으로 돌아갈래' 하는 귀농귀촌의 거대한 대열에 합류한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2022년 12월 8일 여야 합의로 국회에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서삼석, 국민의힘 간사 임이자, 민주당 간사 위성곤)가 설치됐습니다. 늦었지만 어찌 됐든 국회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법과 제도, 정책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의미있는 진전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첫 번째 의제는 온실가스 감축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시급하게 필요한 과제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요한 새로운 법과 제도, 정책의 수립입니다. 당연히 태양광 논의가 시작될 것이고,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도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에서는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장 중심으로 농촌 재생에너지 자립을 위한 의원 간담회 등을 열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소형 영농형 태양광이 최우선 과제로 논의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탄소중립 경제 특별도 충남' 선포식을 했었습니다. 2022년 11월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북 2050 탄소중립 비전 보고회'를 열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거의 혁명에 가까운 과감한 감축목표입니다.

민주당의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2022년 12월, 203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 2050년 온실가스 배출 걱정 없는 탄소중립의 차질 없는 목표 달성을 천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을 둘러싼 여건은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국회는 민주당이 다수당입니다. 농해수위 법안심사 소위원장도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을 입법 발의한 김승남 민주당 의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주권자이자 선거권자인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가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 제정으로 꽉 막힌 태양광 전면 중단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때입니다.

대화하고 소통하면 닫힌 문이 열립니다

민주주의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 전제돼야 가능해집니다. 경청이 전제돼야 민주주의의 대화와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인정하지 않고, 경청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 서로 갈라지고 공동체와 국가는 분열됩니다.

토론회가 열리기까지는 길고 긴 태양광 갈등의 전사가 있었습니다. 지나온 이야기가 없었다면 2월 15일의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 촉구 토론회는 그저 그런 작은 토론회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2022년 12월 13일. 전남도의회 박형대 의원실에서 광주전남 공익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추진위와 박형대 의원 간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참석자는 박형대 의원과 권용식, 최강은, 한동희 전 공주시 농민회장 그리고 저 등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광주전남 공익사협추진위는 '광주전남 재생에너지 공영화포럼'(공동대표 박형대, 권용식)에 정식으로 소형 영농형 태양광 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규모 간척지 태양광과 농촌 태양광에 대해서는 이미 성명서도 발표했을 정도로 공익사협추진위도 명확히 반대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공익사협추진위는 2022년 11월, 국회 농해수위 영농형 태양광 법안 전문가 공청회와 관련해서 전농에 간담회를 공식 제안한 바 있었습니다. 당시 전농은 간담회를 거부했습니다.

2021년 3월,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영농형 태양광 입법을 발의한 이후 찬성 반대 집회와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화형식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농지도 보전하고 농민도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는 전농과 공익사협추진위가 동일한 입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형대 의원은 소형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서는 전농이 공식 입장을 정한 바가 없음을 재확인해 주었습니다. 결국 공영화포럼은 토론회의 공동주최에는 빠졌지만 전농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의미있는 대화와 소통의 시간이었습니다.
2월 15일의 입법 촉구 토론회는 이런 대화와 소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왜 주택건물 지붕의 태양광 보급 확대가 지체되고 있을까요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 장비(자료사진).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 장비(자료사진). ⓒ 이준수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주택건물과 공장, 창고 등의 지붕부터 먼저 태양광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왜 주택건물 태양광 보급이 속도감 있게 확대되고 있지 않을까요?

원인은 단순합니다. 첫째, 우리나라 에너지체제가 아직도 한전 중심의 독재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러다 보니 태양광 보급 확대 정책과 제도가 메가와트 단위의 대형 태양광 중심으로 수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정부 예산 지원이 주권자인 국민이 아니라 한전과 태양광 사업자에게 집행되기 때문입니다.

민간 발전사들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발전에서부터 송배전까지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에너지 집중과 독재 체제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입니다. 에너지 자립과 민주주의 체제에 잘 들어맞습니다. 저 멀리 삼척과 영광, 태안 등 바닷가의 거대한 석탄-핵 발전소에서 거대한 송전탑을 거쳐 도시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에너지 외부 의존 체제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인 태양광을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대규모 집중형 독재 에너지 체제에 억지로 짜 맞추다보니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면서 태양광 보급 확대는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소유자가 3kW 이하 자가용 태양광을 짓고자 했을 때 정부가 설치비의 일정 비율을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린홈 100만 호 사업,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택지원 사업 등으로 각각 이름이 바뀌면서 이어져 왔습니다. 2023년도 주택지원사업 예산은 489억 원입니다. 2022년 650억 원에서 161억 원이 줄었습니다.

주택소유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공고가 나자마자 금방 신청 마감이 되는 사업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전기료 폭탄을 맞고 있을 때 신청자가 급증합니다.

문제는 무상 지원금을 태양광을 짓고자 하는 주택건물 소유주가 아니라 태양광 사업자에게 주다보니 텔레마케팅을 동원한 이른바 '태양광 떳다방'들이 기승을 부립니다. 

태양광 시공비의 조달청 단가는 높습니다. 떳다방들은 주택소유주가 부담해야 하는 자부담금을 줄여주거나 심한 경우 아예 자부담금 없이 공짜로 지어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부실공사는 필연입니다.

이들 '떳다방'들 때문에 온갖 기기묘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태양광 사업자들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급기야 2014년부터 에너지공단에서는 태양광 사기 주의보까지 발령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로 그 피해는 극심했습니다.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용 주택건물 태양광을 지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건설 비용입니다. 대부분의 주택건물은 이미 은행권에 담보가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태양광 건설 비용을 융자받으려 하면 금융기관에서는 추가담보를 요구합니다. 태양광 시설 자체와 20년 동안 국가에 전력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을 후취담보로 잡으면 되는데,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내세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제도와 정책을 조금만 손질하면 해결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주택건물 태양광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소소한 장애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전은 메가와트, 기가와트의 대규모 태양광에만 정책 역량을 집중할 뿐 이런 소형 태양광 보급 확대의 걸림돌을 치우는 데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주권자가 나서야 해결됩니다

주택건물 지붕 태양광은 제도와 정책이 바뀌기까지는 당분간 보급 확대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과 창고 지붕도 현재의 정책과 제도로서는 설치 가능한 곳은 거의 다 설치했다고 봐야 합니다.

임야 태양광은 가중치과 원래대로 환원돼 이제 경제성이 없습니다. 간척지 태양광과 농촌 태양광도 농민의 반대와 태양광 이격 거리 조례 등으로 거의 중단 내지는 보류 상태입니다.

도로와 철도, 제방 태양광도 법을 바꾸고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는 등의 사전 정지 작업이 선행돼야 가능해집니다.

결론은 현재의 법과 제도, 정책과 관행이 전례없이 바뀌지 않는 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는 거의 없습니다. 태양광에 대한 기피 정서 이전에 이미 태양광은 막혀도 아주 꽉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이같은 계륵의 상황을 방치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관점을 달리 해서 색안경을 벗고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미래가 또 어떻게 달라질지도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태양광 전면 중단 사태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소형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 입법입니다. 2월 15일 광주전남 지역의 농민들이 입법 촉구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농협 조합장 선거가 끝난 뒤에는 조합장님들이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2022년 5월 창립한 '농협 신재생에너지 전국협의회'(회장 문병완 보성조합장)는 소형 영농형 태양광 보급이 중심 사업입니다.

공익사협에서는 농민들과 함께 농해수위 의원들에게 입법을 촉구하는 전화걸기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태양광 전면 중단 사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승옥씨는 햇빛학교 이사장, 60+기후행동 운영위원입니다.


#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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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민주적 대안언론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역사와 노동과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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