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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북구 사수동 금호강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의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멸종위기종 삵의 모습.
대구 북구 사수동 금호강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의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멸종위기종 삵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 북구 사수동 금호강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서 포착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모습.
대구 북구 사수동 금호강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서 포착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님, 사진 속 찍힌 수달이 잘 보이시나요?

대구 북구청이 북구 사수동 금호강에서 벌이는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 한가운데서 낮에 수달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북구청이 포클레인으로 긁어놓은 그 곳에서, 3일 동안(21일~23일) 연속해 수달이 포착된 것입니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은 지난 23일 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3일 연속해서 수달이 포착됐다면 그 일대에 수달의 집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일대 덤불 속에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서식하면서 (가끔씩) 나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의 집이, 공사현장 인근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관련 기사: 무인 카메라에 포착된 수달... 여기 꼭 '골프장'이 필요합니까 https://omn.kr/22sk4).

공사현장서 무인카메라에 잡힌 법정보호종... 보호대책 필요해 
 
 대구지방환경청의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 법정보호종이 확인될 경우 적정 보호대책을 수립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 법정보호종이 확인될 경우 적정 보호대책을 수립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서

앞선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서 대구지방환경청은 분명히 적시하고 있습니다. "법정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될 경우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해당종의 특성에 따른 적정 보호대책을 수립·실시 후 공사를 실시"하라고 말이지요(환경부가 2021년 11월 공고한 '대구시 금호강 사수지역 체육시설조성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중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중). 

현장에서는 수달뿐 아니라 삵도 이틀 동안이나 출몰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에 대한 보호대책도 수립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청장님께는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수달과 삵에 대한 적정 보호대책을 수립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법정보호종이 2종이나 출몰했다면,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포기하고 이들이 이곳에서 지금처럼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사 규모를 최소화해서 이들의 서식 환경에 최대한 교란 요소를 없애주는 것이 차선의 방법일 터입니다. 그래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금호강 공대위)가 지난 2월 1일 만남에서 "파크골프장 규모를 30% 정도 줄이고(9홀 공사 철회), 공사 현장에 수달 인공 서식처를 3곳 정도 만들어줄 것"을 북구청에 협치 의견으로 공식 제안했던 겁니다.

하지만 북구청 측은 금호강 공대위의 제안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 등을 통해서는 들려오는 소식은, '국제대회를 치르려면 36홀이 꼭 필요하다. 규모를 줄일 수 없으니 그대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라는 내용이 다입니다.

배광식 북구청장님,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금호강 공대위는 지난 2월 초 대구 북구청에 조감도 왼쪽 부분 9홀에 대한 공사를 중단하고 야생의 영역으로 돌려줄 것을 제안했다.
금호강 공대위는 지난 2월 초 대구 북구청에 조감도 왼쪽 부분 9홀에 대한 공사를 중단하고 야생의 영역으로 돌려줄 것을 제안했다. ⓒ 환경영향평가서 캡처

배 북구청장님, 공사를 그대로 강행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 위반일 뿐만 아니라, '금호강 공대위'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이고 나아가 야생생물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 또한 무시하는 처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공대위의 제안대로 북구청도 양보하고 공대위도 조금씩 양보해서 공사규모를 일부 줄이고, 이곳에서 수달이 살 수 있도록 인공 서식처를 조성해 수달과 삵이 이곳을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수달의 도시' 대구의 위상에 걸맞은 행정일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것이 이 땅의 야생생물들과의 공존을 원하는 시민들의 우려에도 답하는 길입니다. 이들 법정보호종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라도, 배광식 북구청장님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합니다. 
 
 수달과 삵이 출몰한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
수달과 삵이 출몰한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대구 북구 사수동 금호강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에 출몰한 수달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금호강#대구 북구청#수달#삵#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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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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