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별곡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당시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해외로 나가기도 힘든 여건 속에서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던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보여주기 위해 과감히 경기도의 각 고장 속으로 뛰어들었던 세월이 마치 엊그제 같다.
인구 1400만 명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지자체가 되었지만 한정적인 키워드로만 경기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 각 고장에 드리워져 있는 아파트, 부동산, 교통 문제를 벗어나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 역사 이야기를 한번 다뤄보면 어떨까 싶어 과감히 펜을 집어 들었다.
처음에는 경기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콘텐츠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1권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저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어 고장 하나마다 다뤄야 할 내용이 만만치 않았다. 같은 경기도라도 바다와 내륙, 평야와 산간지방의 모습이 다르고 저마다 추구하고 있는 도시의 방향성과 모양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1권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에선 김포, 파주, 수원 등 그 고장의 이름은 알고 있으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했고, 2권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에서는 안성, 가평, 포천 등 경기도에 속해있지만 수도권에서 조금 벗어난 근교도시 위주로 내용을 꾸려보았다. 그러면 이번에 출판한 3권 <여기 새롭게 경기도>는 어떤 테마로 만들어졌을까?
이번에는 서울과 근접해 유난히 행정구역상의 변천이 잦았던 신도시 위주로 과감하게 해 보기로 했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기도에 머무는 이유가 서울에 직장을 두고 그나마 저렴한 집값과 편리한 생활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가 어떤 역사를 지녔고,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필자 역시 처음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토는 작아도 수천 년 동안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두루 발자취를 남겨 놓았기에 우리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지 그 나름의 역사와 매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신도시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독자적인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렇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그래서 3권 <여기 새롭게 경기도>에서는 처음과 끝을 일산신도시가 위치한 고양과 분당, 판교신도시가 있는 성남으로 배치했다. 고양시는 이제는 경기 북부의 수부도시로 자리매김했지만 일산, 덕양 두 개의 지역으로 나누어져 각기 따로 노는 인상을 주는 듯하다. 하지만 서오릉, 서삼릉으로 대표되는 조선왕릉은 물론이고 행주산성, 북한산 등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역사적인 명소로 가득한 고장이다.
다음으로 해방 후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도시인 부천과 의정부를 찾아갈 차례다. 인천과 서울 사이에 끼어 존재감이 부족했던 부천은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고, 의정부는 기존 군사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테마의 도서관을 오픈하고 있다.
이번에는 수많은 공장이 위치한 시흥과 안산으로 가보기로 하자. 죽음의 호수 시화호에서 벗어나 생태도시를 꿈꾸는 이 도시에는 매력적인 생태공원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거주하는 안산의 원곡동에는 이국적인 광경으로 가득한 외국인 거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단원 김홍도와 성호 이익선생의 자취도 남아 있다. 경기도에서 가장 큰 섬 대부도는 안산에 속해 있지만 반농반어의 독자적인 생활문화의 흔적이 엿 보인다.
한때 경기도의 중심 고을이었던 양주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현재는 주변 도시에 많은 땅을 넘겨주었지만 조선 전기 최고의 왕실 사찰인 회암사지가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동두천도 이 도시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한강 아래 자리 잡은 너른 고을 광주도 양주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시세(市勢)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사연이 깃든 남한산성을 비롯해 천진암, 곤지암 등 가는 곳마다 사연이 깃들어 있다. 구리, 하남, 광명, 성남은 도시 자체로서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고장마다 미래를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주목해 보았다.
3권의 시리즈를 통해 경기도의 31개 고장을 모두 다뤘지만 인천광역시에 속해 있는 강화와 웅진을 비롯해 휴전선 너머 갈 수 없는 개성땅을 소개하지 않는다면 미완에 그칠 뿐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별곡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행정구역상 경기도가 아닌 경기도 문화권으로서 전체를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많은 독자가 <경기별곡> 시리즈를 읽으며 자신이 사는 도시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으면 좋겠고, 경기도 자체로는 서울에 복속된 수도권이 아닌 경기권으로 독자적인 발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4년 가까이 진행된 <경기별곡> 시리즈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관심이 없었다면 결코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여기새롭게경기도>는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 입니다. 기고, 강연문의 ugz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