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울산시교육감 선거를 포함해 전국 9곳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투표 결과, 울산시교육감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천창수 후보가 당선했고, 나머지 8곳 중 5곳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절반 이상을 국민의힘이 가져갔기 때문에 여당 승리로 볼 수 있지만, 여론은 반대로 해석한다. 왜 그럴까?
이번 재보선에 대한 평가와 함께 1년 남은 22대 총선을 전망하기 위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지낸 조대원 리서치한국 여론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을 지난 10일 전화로 연결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4.5 재보궐, 국민의힘 타격 컸다"
- 지난 5일 재보선에서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에선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울산남구 기초의원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했어요. 8개 선거에서 5개를 국민의힘이 가졌으니, 승리로 볼 수 도 있을 텐데 여론은 그렇게 안 보는 것 같습니다. 이번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국민의힘 사람들 중에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다섯 석 가져왔으니 우리가 이겼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나요? 없잖아요. 민주당이 압승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지만, 언론이나 여론을 봐도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 참패당했다. 국민의힘이 위기다'라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국민의힘이 궤멸 수준의 타격을 입어 폭망했다고 진단했어요."
- 왜요?
"예를 들어 전국 선거구가 8개인데 그중 5개를 가져왔으면 국민의힘의 승리가 맞죠. 그런데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곳이 교육감 선거까지 합치면 총 9군데인데, 충북 청주, 전북 전주와 군산 등 세 군데 빼고 나면 나머지 여섯 군데가 다 영남이에요. 그러니까 당연히 국민의힘이 의석수로는 앞설 수밖에 없는 선거였죠. 그러니 의석수 갖고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고요.
'이길 곳 이기고 질 곳 졌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또 한 번 지역주의 벽을 실감했다'고 얘기하는 언론도 있던데 그건 아주 수준 낮은 분석이에요. 이번에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얻은 득표율 그리고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얻은 득표율을 지난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때와 비교해 보면 거의 전 선거구에서 작게는 5%p 많게는 10%p 정도 추락했어요.
선거에서 어차피 양쪽 25%씩은 하늘이 두 쪽 나도 그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 봤을 때 적어도 5~10%p의 중도층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거예요. 지금 10%p 아래로 추락했다는 건 국민의힘 입장에선 그야말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빨간불이 켜졌다고 봐야 하는 거죠."
- 전주을 같은 경우,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15% 이상 얻었죠. 그러나 재보선에서는 민주당이 무공천 했는데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가 8%를 얻어서 뼈아플 것 같아요. 이전에 김종인 위원장이나 이준석 전 대표가 서진 정책을 펼쳤잖아요. 그게 효과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지금 지도부 문제일까요?
"그때도 호남에선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있었다고 봐요. 그간 선거 때만 되면 호남 쫓아가서 5.18묘역 참배하곤 했지만 그 후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행태를 반복했잖아요. 그럼에도 김종인·이준석 체제 때의 노력이 계속 이어졌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호남 민심이 좋아져 이번 선거에서도 표를 더 얻었을 거예요.
하지만 광주 민주화 묘역 가서 무릎 꿇었던 김종인 위원장의 노력은 그분들이 밀려나면서 모두 허사가 됐어요. 새롭게 당권 장악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호남 사람들이 '그게 다 쇼였구나' '진심으로 꿇은 무릎이 아니었구나'라 여기며 이번에 더욱 크게 돌아섰어요. 자꾸 이런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앞으로 보수정당과 호남의 화해와 관계회복은 갈수록 더 힘들어지겠죠."
-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보다 이번에 득표율이 훨씬 더 낮은 이유가 뭘까요?
"간단하죠. 민심이 돌아섰다는 거고, 민심이 돌아섰을 때는 더 많은 국민들이 국민의힘이란 정당을 싫어하게 됐다는 것이겠죠. 국민의힘을 싫어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대통령 본인한테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윤 대통령, 당원들에게 버림받는 거 시간문제라 본다"
- 근데 대통령을 바꿀 순 없잖아요.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인 대통령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갈수록 더 민심이 떠날 거예요. 그렇게 민심으로부터 버림받은 대통령은 결국 당심으로부터도 버림받을 거고요.
생각해 보세요. 국민의힘 당원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추종하던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해서 구속시킨 검사도 집권을 위해 데려와 대통령 후보로 세운 사람들 아닙니까. 윤 대통령은 과거 박 대통령처럼 천막당사의 야당시절을 함께 겪으며 당원들과 오랫동안 끈끈한 인간관계로 맺어온 사람도 아니고, 그저 필요에 의해 불러다 쓴 사람이에요.
그러니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국민의힘 당원들과 정치인들은 윤석열이란 도구를 버릴 것이고요. 저는 그 첫 시작점이 내년 총선 전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당원들한테 버림받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요."
- 최근에 대통령과 지자체장 등이 부산 횟집에서 회식하고 나오던 사진이 논란인데.
"회식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게 지금 국민들한테 이토록 욕먹는 이유를 알아야 해요. 지금 국민의 60% 이상이 대통령을 싫어해요. 그중 무려 50%는 죽었다 깨어나도 싫다고 얘기할 정도고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통령이 일본 가서 보여준 모습이라든지, 제주4.3 추념식은 안 가면서 자기 텃밭인 대구 야구장 가서 시구하고 서문시장 쫓아가서 지지자들 무리 속에서 '힘난다'며 좋아라 했잖아요. 이런 모습들이 대통령을 싫어하는 국민들 눈에는 더욱 밉게 보이는 거예요.
게다가 지금 경제도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얘기할 정도로 국민들의 삶이 힘들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술자리 후 남들 다 보는 공공장소에 도열해서 90도로 머리 숙이며 절하는 모습이 국민들한테 예쁘게 보였겠느냐는 거죠."
"시한부 지도부"
-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김기현 대표는 딱 '윤핵관'의 아바타 아닙니까. 대다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심지어 국민의힘 당원들 중에도 적지 않은 숫자가 그런 생각을 해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없이 김기현이라는 정치인이 어떻게 당 대표 될 수 있었겠습니까. 불가능한 일을 정권의 필요에 의해 억지로 만든 거거든요.
제가 정치권에 한 19년 정도 있어요. 그러면서 안 게 결국 권력은 선거를 통해 권력의 주인인 국민에게서 직접 위임받았을 때 그 권력의 정당성과 힘이 생기더라는 거죠. 그리고 그런 권력이 있어야 힘 있게 내 목소리 내면서 내가 계획하고 준비해온 정책과 비전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거고요.
그런데 현재 김기현 대표는 어때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국민이 아닌 윤핵관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으니 윤핵관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종국엔 윤핵관 무리의 가장 큰 보스인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래서 김기현 지도부를 저는 '시한부 지도부'라고 보는 거예요.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총선 다음 날 김기현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물러날 거란 거죠. 그 말은 내년 총선에서 103석으로 폭망했던 지난 2020년 총선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거라고 보는 거예요.
만약 지지율이 이 상태에서 계속 반전이 안 되고 총선 6개월 전인 10월이 됐음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30% 전후고, 현재와 같이 정권심판론이 정부지원론보다 10%p 이상 앞선다면 '김기현 지도부로는 안 되겠구나'란 두려움과 불안이 폭발할 거예요. 그러면 곧바로 비대위 얘기가 나올 거고요."
- 지금 최고위원들의 실언이 이어지는데 실질적으로 아무런 제재도 안 하고 있잖아요. 왜 그럴까요?
"구두 경고를 했다는데 출당을 시켜도 시원찮을 판에 그게 어디 국민 눈에 차겠어요?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가 국민 눈높이와 차이가 커요. 실언했다고 욕 먹는 그 사람들은 불과 한 달 전에 압도적인 당원들 지지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을 다 징계해서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빠져나가 버리면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실제로 김재원 최고위원 같은 경우엔 당원들도 거의가 다 혀를 차지만, 조수진 최고위원의 경우는 '조수진이 뭐 잘못했는데!'라는 생각을 가진 당원들이 다수예요. 국민 눈높이에 의해 당대표가 뽑혔다면 국민 눈높이에 따라 조수진 최고위원을 징계할 수 있겠지만, 당대표 자신도 결국 당원들 눈높이로 만들어진 거잖아요. 그러니 현재로선 김기현 대표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 김기현 대표는 국회의원 30명 줄이자고 주장해요. 이에 대에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이 있던데.
"정치인은 어느 정도 포퓰리즘을 할 수밖에 없어요. 홍준표 시장 같은 사람은 아예 절반인 150명을 줄이자고 하잖아요. 그리고 여당은 국회의원 말고도 쓸 수 있는 권력의 자리가 많지만 야당은 국회의원 빼면 여당과 비슷한 체급으로 싸울 수 있는 자리가 없어요. 가장 큰 자리가 국회의원인데 그걸 30석 줄이면 어떻게든 야당 의석수도 줄어들 거니 야당 입장에선 그만큼 조직을 유지하며 여당과 경쟁하기 어려워질 거라 보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국민이 국회의원 숫자 줄이는 데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거죠. 사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 조직만큼 가성비가 떨어지는 조직도 잘 없잖아요. 이런 상황이니 여당에서 30석 줄이자고 먼저 치고 나온 게 야당으로선 대놓고 반대도 찬성도 할 수 없는 아주 곤혹스런 상황이 돼버린 거예요. 김기현 대표 입장에선 그 동기가 어떠하든 야당을 코너로 밀어 넣는 묘수를 던진 거죠.
제가 예상하기로는 결국 국회의원 30석은 못 줄일 거예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도 속으론 다 반대하고 있을 거니까요. 하지만 여당이잖아요. 아직 집권 1년도 안 끝난 힘센 권력이 찍어 누르니 다들 숨죽이며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 국회의원 줄이면 더 안 좋지 않나요?
"국민들이 국회의원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여기는 이유가 뭘까요? 결국 누리는 권세와 특권에 비해 밥값을 제대로 못 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국회의원 한 명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각종 특권 다 없앤다고 해보세요. 그래도 국민들이 지금처럼 국회의원 숫자 줄이라고 난리겠어요?
국회의원 숫자가 줄어들면 그만큼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력이 더 커지게 되겠죠. 또 그만큼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얼굴 한 번 보기도 더 힘들어질 거고요. 그래서 저는 국회의원 숫자 줄이는 것보다 국회의원 특권과 비용 줄여서 가성비를 높이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어요.
일부에선 비용절감 차원에서 보좌진 숫자도 줄이자고 하던데 저는 그건 반대예요. 보좌진 숫자가 줄어들면 안 그래도 직업 공무원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회가 정부기관을 제대로 감시 감독할 수 있겠냐는 거죠. 실제로 미국은 연방 상원의원이 100~200명, 하원의원이 50~100명 정도의 보좌진을 운용해요. 일본 역시 초재선 의원이 30~50명, 3선 이상은 50~100명 정도를 쓰고 있죠. 우리 국회는 인턴까지 다 포함해도 겨우 9명이고요. 결국 의원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누리는 국회'를 '권력으로 일하는 국회'로 변화시키는 게 우선이에요. 그런 조치를 먼저 국민께 제시한 후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든 줄이든 하라는 겁니다."
"2024년 총선, 국민의힘에 충격적 결과 나올 것"
- 내년 총선 전망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현재 이 상태로 가면 국민의힘은 100석 전후 더불어민주당은 200석에 근접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겁니다. 제가 이렇게 얘길 해도 다들 '설마'라고 여겨요. 특히 국민의힘 사람들은 이런 제 예상을 전혀 믿질 않으니 저렇게 막 나가는 거고요. 현재 국민들은 '윤석열' '이재명'이라는 최악의 비호감 콤비 때문에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한계치를 넘어서 버렸어요.
국민들이 느끼기엔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느낀 답답함의 수준 이상이에요. 그렇기에 이런 민심과 시대정신을 파고드는 제3당이 반드시 출연할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어요. 만약 선거제도가 '사표 방지와 비례성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기존의 군소 정당을 제외하고도 더 많은 정당들이 출현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거대 양당이 현재 예상하고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의회 권력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고요. 과거 선거철만 되면 거대 양당에서 공천 떨어진 사람들이 탈당하여 당을 만드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유럽 선진국처럼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정당들이 국민들 앞에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윤석열' '이재명' 최악의 콤비 때문에 지난 1년간 국민들 속이 다 문드러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적대적 공생관계 하에 '권력 카르텔'을 형성해온 거대 양당체제를 종식시킬 기회를 드디어 잡게 된 것입니다. 1987년 6월의 시민항쟁이 그 서슬 퍼렇던 군부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뤘잖아요. 마찬가지로 2024년 4월 10일 선거 통한 시민혁명이 이 지긋지긋한 후진적 정치판 갈아엎고 정치 선진화 이루는 첫 출발점이 될 거라고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