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토요일) 오전 8:00에 임진각을 출발한 '손으로 국토종단"팀은 4월 29일(토요일)오후 6시 23분경 땅끝항 표지석 앞에 한 명도 낙오 없이 도착했다. 최초의 휠체어사이클 국토종단을 마침내 해낸 것이다.
바퀴 하나에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체인, 손 달이 장착된 사이클과 휠체어의 무게에다가 주자의 체중까지 손의 힘으로 560여 Km를 이동했다.
예상치 못한 사이클 전복사고와 그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주자 하나가 한 구간을 빠진 채 주행한 일도 있었다. 그대로 목적지까지 갔더라면 '손으로 국토 종단'은 실패로 막을 내렸을 것이다. 마치 누군가 미리 전복사고를 예견하고 준비하고 안배해 놓은 듯한 상황의 연속으로 최초의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이 성공할 수 있었다.
전복사고가 집에서 멀지 않은 김제에서 일어났고 그 집에 즉시 대체 가능한 사이클이 준비된 듯 있었으며 더욱이 사고 다음 날이 날씨와 체력을 감안해 일정을 여유 있게 짠 단 하루의 날이었기에 '나 홀로 주행'할 수 있었다.
우연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우연이 겹치는 상황을 보며 2005년 끔찍 헸던 사고로 80여 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던 시절부터 '관념이 아닌 실재'로 신의 존재를 믿고 있는 필자는 이를 신의 철저한 계획과 안배가 작동한 결과로 믿는다. 대체 사이클을 가지러 가느라 '나 홀로 주행'의 주인공이 된 성환씨에게 그런 필자의 생각을 말한 적이 있는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도 격한 공감을 표했다.
마지막 숙박지인 영암에 들어서기 직전에 만난 고갯길에서는 자칫하면 인사 사고가 날 뻔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 손으로 나란히 주행하며 나머지 손으로 휠체어 사이클 주자의 어깨를 미는 이른바 '어깨 밀기'는 멈추지 않고 휠체어 사이클 주자를 도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함께 이동하며 밀어주기에 양 주자가 숙달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주 ~나주 간 라이딩도 함께 한 김종윤(49, 전주 예수병원 시설과)씨는 국토종단 내내 도움이 필요한 주자를 한 눈에 알아보고 휠체어 사이클 주자를 척척 돕던 노련한 사이클 주자다. 그런 종윤씨가 가장 조심하던 휠체어 바퀴에 자전거 앞바퀴가 충돌하자 사고를 직감하고 옆 차선에서 따라오던 육중한 시내버스를 피하고자 고개를 바깥쪽으로 돌리며 애썼다고 한다.
그렇게 넘어진 종윤씨 헬멧의 뒷부분이 육중한 버스의 뒷바퀴에 부딪히며 헬멧 쓴 머리가 바퀴에 튕겨 천만다행으로 도로 바깥으로 밀려 나오며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소속 직원이 두 명이나 일반 사이클 주자로 참가한 전주 예수병원 시설과 과장이 사이클로 종윤씨의 뒤를 따르다가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고 하니 얼마나 아연실색했겠는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장로이기도 한 최국재(53, 전주 예수병원 시설과장)씨 영암으로 출발하기 전날인 목요일 저녁에 무단히 교회에 가고 싶어 교회를 찾아 '손으로 국토 종단'의 안전과 성공을 간절히 기도하고 왔다고 이야기하며 '무사해서 고맙다'라는 말을 연신 되뇌었다.
각종 안마기구를 챙겨와 전문가 포즈로 틈틈이 주자의 피로를 풀어주던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의 주부는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승합차를 가져와 이동을 도우며 우중 분투가 벌어진 마지막 날에는 몸을 데울 수 있는 국산차를 준비해 비에 젖은 주자들을 돕기도 하고 빨래를 걷어 빨래방을 찾아 건조까지 해 일일이 나눠주는 수고로 몸이 불편한 라이더들을 세세하게 살펴 감동을 주기도 했다.
18년간 골인 지점을 앞에 둔 마라토너의 마음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재활해 온 필자가 '손으로 국토종주'를 함께 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80여 일 만에 불러일으키고 지난한 세월 내 손 잡아 이끄신 신이 함께해 이룬 또 하나의 기적에 합심 협력한 17분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글을 마친다.
만 18년간 하프마라톤완주를 위해 스스로를 엄하게 몰아온 필자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 시즌Ⅱ를 시작해 하프 마라톤 완주까지 이어간다.